[토큰 이코노미 풀어내기] 8. 하이브리드 모델

in #tokeneconomy6 years ago (edited)

하이브리드 모델은 블록체인과 전통적인 비블록체인을 혼합하는 방식이다. 요즘은 어느 정도 익숙한 방법이지만 블록체인 초창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은 박대를 받는 편이었다. 블록체인이 시작된 이유가 중앙집중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인데 왜 굳이 중앙화를 섞어서 만드냐는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블록체인들은 대부분이 블록체인만 사용하여 서비스를 구현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서비스가 많아졌다. 가장 큰 변화의 원인은 기존에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모델과 솔루션을 토대로 블록체인을 추가하고자 하며, 무작정 블록체인만 고집하기보다는 유연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더 선호한다. 물론 블록체인의 낮은 처리량도 또다른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다.

세밀하게 따지면 하이브리드 모델도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이 분권화와 중앙화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 어딘가에 존재한다. 블록체인을 IOU토큰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앙화된 서비스도 있고, 모든 것이 분권화된 서비스도 있다. 여기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방식과 장단점을 살펴봄으로써 하이브리드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장 중앙화된 하이브리드 모델로 토큰만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테더(USDT)와 같은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의 장점은 토큰의 유통량과 거래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금지불이나 잔고증명 등에 있어서 장점을 가지며, 추가로 표준화된 토큰 프로토콜을 이용함으로써 개발과 중앙서버 운영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토큰을 발행할 때 담보로 삼은 현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발행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유령토큰을 발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행주체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법정화폐를 사용하는 경우 은행 잔고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은행이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는 또다시 믿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 된다. 토큰 이코노미 측면에서 본다면 이 모델은 복잡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할 필요가 없고 토큰 발행주체가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토큰 이코노미라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여기에서 조금 더 분권화된 모델로 일부 거래를 중앙서버에서 처리한 뒤 인증만 블록체인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빈번히 발생하는 거래나 용량이 큰 데이터을 모두 블록체인에서 처리한다면 비효율적이기고 수수료도 높아지기 때문에 처리는 중앙 서버에서 하되 검증을 위한 정보(예: 해시hash)는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앙 서버를 통해 전달받은 데이터가 위조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와 비교하면 된다. 예를 들어 1,000건의 거래가 중앙 서버에서 일어났다면 그 거래들을 모아서 하나의 짧은 검증코드로 추출해서 블록체인에 올리고, 누군가 이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 1,000건의 거래정보는 중앙서버를 통해 전달하고 동시에 블록체인에 기록된 검증정보를 함께 제공해준다. 그러면 데이터를 받는 쪽에서는 직접 1,000건의 거래정보를 직접 검증코드로 추출해보고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와 비교해서 이것이 위조되었는지 아니지 판단할 수 있다. 대량거래 외에도 컴퓨팅 파워가 많이 필요한 사회구조망 분석 등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분권화를 한 단계 더 높이면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되 합의 알고리듬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방식이 있다. 즉, on-chain이지만 non-consensus인 것이다. 데이터가 전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매우 높아지면서도 합의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블록체인에 걸리는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앞의 모델을 조금 응용한다면 원본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고 중앙 서버에서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서 이를 가공한 다음에 그 결과를 다시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전부 올리는 것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개략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살펴보았는데 예시로 든 것들 사이사이에 혹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훨씬 많은 모델이 존재할 수 있다. 설명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해결하도록 하자. 도대체 왜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이 이런 복잡하고 기술적인 내용들을 알아야 할까? 왜냐하면 아무리 멋진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했다 하더라도 현재 기술로 구현이 불가능하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은 이상향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제약이라는 현실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은 가능한 열심히 기술의 발달과 각 기술의 장단점을 연구해야 하며, 이들 기술을 넘나드는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전글] 7.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다음글] 9. 비즈니스 모델

※ 본 게시물의 저작권은 @clayop에게 있으며 무단게제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일부 또는 전체글을 인용할 경우 원본 링크와 저자를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Sort:  

잘 봤습니다. steem이 최고의 토큰으로 살아 남기를 기대해 봅니다.ㅎㅎ

잘읽었습니다

블록체인이 처음나오고 아무도 모를때나 모든걸 블록체인으로 만들었지.. 지금은 하이브리드가 필수라고 봅니다.

법정화폐를 사용하는 경우 은행 잔고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은행이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는 또다시 믿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 된다.

세번째 문단 중 이 부분이 글이 잘린건지... 잘 이해가 안되는데 혹시 나중에 보시면 수정해주실 수 있을까요?

많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