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량적인 퀀트 투자나 시스템 트레이딩의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기준없이 막연하게 느낌이나 감정,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검증된 전략으로 안정된 수익을 향유하기 위해 시스템 트레이딩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졌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략을 가지고 실제로 매매에 뛰어들어도 이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전략이 나빠서가 아니고 이 전략으로 실전에 뛰어들었을 때 맞딱뜨리게 되는 실제적인 장애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매매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전 매매에서 한 두달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게 되는데, 대체 그것이 무엇일까요?
시스템 트레이더 카페인 애니헬프 시스템 트레이딩 카페의 '사색공간71'님의 글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원저자의 허락하에 퍼왔습니다. 원문 링크 : http://cafe.naver.com/anyhelpst/11094)
안녕하세요.
최근에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제 막 접했거나 시작해 보시려는 분들이 꽤 많이 가입을 하신 듯 합니다.
저도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짧은 대신 아직까지 올챙이적 기억을 조금 선명하게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시스템트레이딩을 접한후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몇가지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처음 파생판에 뛰어든것은.. 대략 2008년 정도 되겠네요.
그당시 아주 난리도 아니었죠.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며 대박난 사람들과 쪽박난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옵션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당시 제 지인중 한명이 옵션에 투자해서 거의 반년치 연봉을 몇일만에 벌었습니다.
혹하지 않을 수가 없죠.
당연히 저도 뛰어들었습니다.
공부.. 그딴건 개나 줘버려~ 그냥 묻지마 투기입니다.
방향만 맞추면 하루에 몇배씩 벌 수 있는데요. 까짓꺼!!
결과는 당연히 아실겁니다.
만기날 방향맞춰서 대박 한번 먹으려다가.. 2천 가까이 되는 돈이 한순간에 사라지더군요.
그냥 머릭 띵 하고.. 술먹어도 술도 안취하고.. 한숨만 나오고.. 하~
집사람한테는 말도 못하고.. 마이너스 통장 땡겨서 메꾸고..
지금이야 2천정도 하루에 잃어도.. 조금 마음이 아프고 말겠지만,
그당시에 2천은 꽤 컸습니다.
그거 메꾸는데 몇년은 걸렸던거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날투기는 마무리가 되었지만 계속 잊지 못하고 팍스넷을 매일 기웃거리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옵션 양매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파생상품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금융쪽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직업이라 처음 개념을 잡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리고 적은 돈으로 양매도를 시작을 했습니다.
걍 생 양매도이니 이것도 잘 될리가 없죠. ㅋㅋ
어느날 한방에 훅~ 가버리고는 또 다시 공부~
그러다가 양레이쇼라는 합성을 알게되고 운용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연단위로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양레이쇼로 시작한 합성이, 선물을 포함한 합성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안정화 되어갔죠.
점점 투자금을 늘려갔고, 합성을 그만두기 몇달전부터는 평균 천만원 정도씩은 벌었습니다.
그런데 투자금이 커지니 스트레스는 그 몇배로 커지더군요.
그에 더해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결국은 몸이 못버티고 망가지더군요.
아무래도 제명에 못살것 같아서 과감하게 합성을 그만두게 됩니다.
어쩌다보니 제 인생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
이제부터 시스템트레이딩 이야기입니다.
- 시스템 트레이딩에 대한 환상을 깨라.
좀 쉬다가 시스템트레이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입니다.
다른분들은 우상향 시스템을 단 몇줄로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데,
저는 우상향 시스템을 만들때까지 꽤 오래 걸렸습니다.
대략 3 개월 이상은 삽질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전 투입을 하게됩니다.
그당시 만들었던 전략중 하나입니다.
좋아보이시나요?
저도 저때는 좋아보였습니다.
1계약 거래시 연평균수익 35포인트.
MDD는 8포인트. 멋집니다. MDD 가 연평균수익의 1/4 도 되지 않네요.
1500만원 투자하면 1년에 35포인트 175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1포인트=50만원)
1억5천 투자하면, 1억7천5백만원!!
이거 뭐 부자되는건 시간문제겠는데요??
처음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하고 우상향 전략을 만들어내면 아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실겁니다.
저전략을 포함해서 총3개의 전략으로 구성되었던 제 시스템의 성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잘나가는 듯 하다가 결국은 그대로 바닥으로 다이빙을 했습니다.
다시 위의 시뮬레이션 그래프를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수익이 상승하다가 꼬꾸라지는 부분이 몇군데 보입니다.
그걸 그대로 답습한것이었죠.
마치 계속 우상향 하는듯 보이지만, 부분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최소 몇달은 계속 우하향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을 합니다.
만약 시스템 운용을 시작하는 시점이 다이빙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면??
아마도 한두달 돌리지 못하고 바로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 최소한 6개월은 손실볼 각오로 시작하라.
처음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하면 우상향 그래프에 눈이 멀어,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못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곡선입니까?
MDD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장담컨데 과거 시뮬레이션 상의 최대 손실기간과 최대 손실폭은 무조건 깨집니다.
만약 시뮬레이션상에 MDD 가 연소득의 1/4 이라면 그 두배인 1/2 은 각오를 해야합니다.
또한 최대 손실 기간이 3개월이면 그 두배인 6개월 손실은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한번 이 카페에 올려진 예전 매매일지들과 그분들의 시뮬레이션 리포트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6개월동안 손실은 다반사로 발생합니다.
그 손실을 견딜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손실기간에 낙담하여 그만두게 되면, 그 후에 찾아올 수익기간은 못보게 됩니다.
시스템트레이딩은 운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위의 이유 때문에 시스템 운용을 시작하는 시점의 운이 정말 중요합니다.
위 제 수익 그래프를 보시면,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케이스입니다.
만약 제가 2개월 늦게 시작을 했다면???
2달동안 계속 박살나다가 퇴출이 되었겠죠...
- 시뮬레이션을 믿지 마라.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많이 들어보셨을 것 입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트레이딩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고 통계의 영역입니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이 날 수 있는 위치를 통계적으로 찾아내고
그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때 진입과 청산을 하는 것.
이것이 현재의 시스템트레이딩입니다.
하지만, 이 통계는 과거의 통계일 뿐입니다.
이것이 미래에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만약 2017년 전국민이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짜장면이라고 한다면,
2018년에도 짜장면을 가장 많이 먹을까요?
아마도 짜장면이 질려서 짬뽕을 가장 많이 먹게 될지도 모릅니다.
45도 각도로 우상향을 보여줬던 전략이 어느날부터 45도 각도로 우하향을 보여주게 될지 모릅니다.
위 차트는 카페 회원이신 FairyStar 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손익 차트입니다.
단순한 ORB 전략을 선물시장에 적용시켜 본 것이죠.
2008년 까지는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2009년부터 갑자기 꺽이기 시작하더니 우하향 전략으로 돌변하게 되죠.
실제 전략을 만들다 보면 이렇게 비슷한 손익 곡선을 많이 보시게 될 것입니다.
만약 2008년말에 이 전략을 실전에 적용했다면??
2009년이 다 가기전에 개인회생 신청중일 것입니다.
자신이 만든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우상향할 것이다라는 꿈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항상 지켜보고.. 시장상황에 맞춰서 개선해 나가야합니다.
- 전업은 왠만하면 꿈꾸지 마라.
지금 태국에서 딩가딩가 제트스키나 타러 다니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좀 민망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놀러온게 아니고..
전략을 개발하러 온 것입니다!!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꽤 많은 분들이 전업 투자가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전업을 꿈꾸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는 이유는 이미 위에서 말씀드린 모든 것을 포함한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직장은 최고의 투자처이자 가장 안정적인 수익원입니다.
투자금액 0 원
MDD 0 원
연수익율 999999...% (투자금액이 없으니 ^^)
총수익이 적어서 만족을 못하시겠다고요?
6개월동안 계속 손실을 보면.. 작은 월급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
가정이 있고, 책임져야할 아내와 자식이 있을때는,
단 1,2개월의 손실도 감당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1,2 개월의 손실이 왜 감당하기 힘드냐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손실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못버는 것이 아니고 벌었던 돈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다음달에도 수익으로 돌아선다고 장담하기 힘들뿐더러,
수익이 난다해도 그동안 손실을 메꾸고 월평균 수익으로 돌아설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 고통을 혼자만 짊어지는게 아니고 온 가족이 같이 짊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전업을 하시겠습니까?
전업은 몇년동안 놀면서 수입이 없어도 기둥뿌리가 흔들리지 않을때 시작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저는 그러냐고요?
거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고 수영이나 하러 가겠습니다~
시스템트레이딩을 연구하는 저로서도 가장 힘든점이 실제 결과 데이타를 얻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리고, 실제로 시장이 전략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와 작은 수치상 오류에도 자기 맘대로 작동하는거 잡는게 가장 어렵습니다. 저도 시스템 개발중 잠시 쉬고 있는데 나중에 결과좀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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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뉴지스탁과 ETF 돌파 매매를 주력으로 매매하고 있습니다. 뉴지스탁 상당히 좋은 플랫폼이니 림바님도 도전해보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홍보해
고정적인 수입이 없을때 전업을 하는건 정말 미친짓이죠. CAGR x%라는게 매년 은행마냥 이자를 따박따박 준다는게 아니니까요
감사합니다 방장님~ 정말 좋은 글이죠!
저도 최근 암호화폐 헤지 펀드 회사인 [하이퍼리즘]에서 퀀트 디벨롭을 맡게 되었는데, 저한테 더욱 필요한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와 멋집니다~ 앞으로 함께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