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주여행을 추천해요VS추천하지 않아요.

in #travel7 years ago

IMG_0352.JPG

7년전, 처음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만났을 때
말 그대로, 말을 잊지 못했다.
한옥 이외의 건물을 보고 ‘아...숨이 멎도록 아름답구나.’라고
생각한 건 그의 건축물을 보고 처음이였던것 같다.

3-horz.jpg

건축가 이름은 안도 타다오. 현대 건축의 거장.
건출물 이름은,지니어스 로사이
Genius Loci 는 섭지코지의 배꼽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하여,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다.

7년전, 한달반 지인분의 농장에서 봉사활동하며 틈틈히 제주를
누비고 있던 나에게 지니어스 로사이는
제주의 바람,돌,억새,햇살, 성산 일출봉까지,
자연 하나하나를 깊이 볼 수 있게해주는 멋진 도구였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인간의 지혜와 미적감각에
감탄을 지르며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였다.

섭지코지는 대기의 정기가 숨쉬는 성스로운 곳으로 여겨졌다는데
이 건축물은 그런 정기를 느끼고 명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었다고 한다.
명상이 뭔지도 몰랐지만, 그의 의도대로 명상이
되는 듯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고는 하였다.

이런 멋진 곳이기에 제주를 방문할 때면
지니어스 로사이는 꼭 방문을 하게 되었다.

3년만에 다시 찾은 2018년, 지니어스 로사이는
이름이 유민미술관으로 바뀌어있었다.

20180210_120345.jpg

가장 사랑하는 친구와 방문했다라는 설렘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답답했다.
전날 아스팔트로 뒤덮인 올레길을 걷고 와서인가?
전보다 리조트가 더 커보이고
섭지코지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아서 인건가?
이유는 잘 몰라도 유쾌하지 않았다.

흠...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 더 이상 아름답게 보이지 않구나...’

마치 어릴적 첫사랑하던 남자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는데
실망하는 순간과 비슷했달까.
내가 저 사람을 왜 저렇게 좋아했었지? 라는 느낌이였다.

충격이엿다.
저런 기분이 들자,친구에게
“난 밖에서 산책하고 있을테니 너 혼자 보고 올래?”라는
말까지 해버렸다.
뭐, 이번 여행의 컨셉은 평소 잘 보지못하던 베프끼리 추억만들기였기에
결국 입장하긴 했지만...(그 말을 하고 나서 친구에게 미안했다ㅠ.ㅠ)

건축물을 두시간 가량 걸어다니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대체 너,뭐가 문제니?? 왜이렇게 삔또가(빈정이) 상한거야?

추측되는 내 마음1.
‘우리집 주변에도 널린게 이런 노출 콘크리트 건물들이야.
더 이상 새롭지 않아. 나는 제주를 느끼고 싶었던거라고!’

지금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외관은
모두 안도 타다오의 영향이라 해도 될 정도란다.

IMG_0350-horz.jpg
(우리동네를 비롯해 서울,경기엔
수많은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건물들이 있다.안도 타다오의 영향을 받아
이런 방식들이 많아 졌다.)

추측되는 내 마음2.

이 곳의 주인이라고 봐야할 중앙일보 선대회장이였던
유민 홍진기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미술관 내부에는
그가 수집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유리공예가 설치되어있다.
IMG_1225-horz.jpg

공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찾은거데,
건물 안이 유리 공예로 뒤덮여있으니
이건 뭐 복잡하기만 하고, 공간에 눈이 가지도 안고,
대체 왜 내가 제주에서 자포니즘,일본의 영향을 받은
유리공예를 보고 있는건지 이유도 모르겠다.

이제 지니어스 로사이-인간,자연,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공간-가
아닌 유민 미술관-작품을 잘 보여주는 장소-으로
역할을 하는건가?? 그럴꺼면, 이런 명당자리에 왜 미술관을 짓지??

추측되는 내 마음3. 그동안은 이런 큰 건물들이 제주에 별로 없어서
지니어스 로사이가 특별해 보였는데, 지금은
제주 어딜가도 건물들,카페들,식당들이니..
제주 자연을 느끼기가 쉽지가 않잖아.
굳이 내가 섭지코지까지 와서 또 건물을 봐야해?

아주 예전에 이곳의 안도타다오의 건물을 보고
비판하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미 완벽한 섭지코지의 자연을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가려
망치고 있다. 왜 콘크리트를 통해 자연을 보아야 하는가'라는 내용이였다.

4.jpg
(건축 안 깊숙히 들어오면, 이렇게 건축을 통해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안도 타다오는 우리에게 멋진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제주와 안도타다오의 정기를 받아 그림일기를 그리려
스케치북도 가지고 왔는데..
결국, 스케치북과 필통은 짐만 되고 말았다.

친구의 기분을 망치지는 않을까 최대한 덜 꿍시렁 대긴 했지만,
지나고보니 나는 계속 꿍시렁 거렸다...;;

‘그래, 지니어스 로사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면, 사진이라도
멋지게 찍자!'

관광객 모드로 변신!!이라 마음을 먹었고,
친구와 나는 아주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해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맞다. 여긴 스냅샷 찍기 정말 좋다.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해서인지,뭔지 알 수 없지만(입장료 12,000원)
사람이 별로 없다. 제주의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베스트 포토 플레이스01 : 벽천폭포 끝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벽
Snapseed(1).jpg

베스트 포토 플레이스02 :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기 전 돌담벽
흐린날도,햇살 가득한 날도 전부 인물 사진 찍기 좋다.
Snapseed-horz.jpg



그동안 내가 보아온 여행 후기라는 건, ‘여기 너무 감동적이에요.’
‘여기는 죽기전에 꼭 가봐야해요.’ 였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헷갈린다.
그래서, 나는 ‘유민 미술관’ 방문을 추천하나? 추천하지 않나??

#추천해요.
-스냅샷 찍기 정말 좋아요.
-여전히 섭지코지의 자연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요.
-안도 타다오,현대 건축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은 와봐야죠.

#추천하지 않아요.

-이런 건물들 우리집 근처에도 많아요. 아마 당신 동네근처에도 많을껄요?
네이버에 노출 콘크리트 건물, 카페라고 검색해보시고
그곳에서 편하게 즐기세요.
반면, 제주의 순수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이 건물들은 언제나 볼 수 있지만...
더 이상 없어지기 전에, 건물들이 들어서기전에
그모습 그대로의 제주를 느껴보는게 더 좋을꺼같아요.

나는 다음에 다시 방문을 할 것이다.
다시 방문했을때 또 마음이 아팠다면,
제주자연과 전통을 보호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싶다.

지난번처럼 조화를 느꼈다면, 제주와 육지사람들이 함께
노력을 해가고 있구나를 느끼며...마음을 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후기를 쓰는 이유는,그냥...
성나고 답답한 나의 마음을 누군가가 달래주었으면,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거에요?’ 누군가가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어쩌면 예술과 문화에 해박한 이웃스티머님이 나에게
멋진 해설을 해주실지도...

Sort:  

제주도가 외국자본도 많이들어오고, 개발이 많이되서 옛날 같은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네...그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허락하고
그 기회를 틈타 나의 이익만 챙기는 정치인과 장사꾼들이 문제인거같아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 유민미술관으로.. 바꼈군요..
제주 갈때마다 다녀왔는데..저도 마지막이 3년전쯤이였던거같아요..
혼자갔을때도 아무생각없이 명상하다 오곤 했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사진은 예뻐요!!!특히..
맨마지막사진^^

네 홍진기씨의 “호”가 유민이라고해요.
지니어스 로사이가 의미도 더 좋고
건축의 동기와도 맞는거 같은데

미술관으로 사용하기위해 변경하였나봅니당..

투덜대면서도 사진은 아주 그냥 열씸히 찍었네요
어쩔수 없는 관광객 ㅎㅎ

저도 5년 전 쯤 지니어스 로사이를 감탄하며 즐겼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유민미술관으로 바뀌다니... 좀 의아하네요. 왜 작품 안에 다른 작품으로 도배를 했을까요. 음.

그쵸.. 이번에 단단히 삔또가 상한
삐딱한 저의 눈으로 보자면,
좀 더 사유화된 이미지였어요.

지니어스 로사이 초기때만해도
워낙 섭지코지의 핵심에 지어진 리조트+건축물이다보니 ‘제주,제주사람의 아름다운 정신을 기리는 곳’을
강조했던거 같은데..

지금은 다른 의미를 부각하고 싶은가봅니다.
최소 3년은 이 유리공예 전시회를 할 계획이라네요.

스타벅스처럼 어딜가도 똑같이 중성화된 공간을 여행지에서 만나면 현타가 오긴 하죠.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굳이 이걸 보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들이요.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위해 우리는 여행을 가고자 하는데, 이제 여행이란 어딜 가도 다 동일하구나.. 라는 것을 확인만 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그러게말이에요.
올림픽 개막식,영화나 작품을 보면
그 나라 고유의 색깔,
그 지방 고유의 아이덴티티

본래것 그대로 혹은 개성을 작품화하고 상품화하면서
왜 현실은 계속 똑같게 똑같이 변하는건지..

이러다 실질적인 여행보다 가상현실 속 여행이
더 멋질지고 모르겟다란 생각을 했어요.

헉 돌캣님 생활한복 친구분이랑 맞춰입으신건가요!?
너어어무 예뻐요! ㅎㅎㅎㅎ
저도 가장 친한 친구와 3월 경주여행을 계획중이에요.

제주도 여행을 자주 가보지 못해
지난 여행은 유명장소 몇 군데와 그냥 호텔에서 힐링만 하고 돌아왔어요.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다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더욱 다시 방문하고싶네요-

경주 가시는 군요~!
저도 진짜 좋아하는곳인데 ㅎㅎ
여자친구와 가시는거라면
저희처럼 커플룩 하나 맞춰입고 가는것도
재밌을꺼같아요.

엄마들의 조언-더 나이들기 전에 예쁜 사진 많이 찍어둬라~- 친구랑 사진찍을땐 종종 이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안녕하세요, 돌캣님, 블로그를 둘러봤는데 이런저런 내공이 깊으신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고 싶어집니다ㅋ

저도 제주도를 좋아해서 자주 놀러갔었는데, 건알못이라;; 이런 세련된 후기를 접하고 제가 제주도 가서 마냥 신나게 놀았던 걸 생각해보니 이건 뭐 대학생과 초딩 같네요-_-

친하게 지내고 싶게 봐주시다네 영광입니다.>.<
이런즐거움으로 스팀잇 하는거같아요 ㅎㅎ
저도 글 재밌게 잘 봤어용~

각자 관심있는 분야가 다르다보니
각자의 글을 매력적으로 보는거같아요
수지님 생각도 저에겐 ‘오 이런생각을’이였거든요 ㅎㅎ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어이쿠 감사합니당.:)

엄청나네요!
잡지사진같아요

강추위를 뚫고.... 봄스타일로 도전해보았습다.ㅎㅎ

안도타다오.... 잠시 잊고 있었던 감각을 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공간을 커피향과 함께 잘 음미했습니다. 이웃해용 ^^

잘 음미해주셨다니...글쓴게 뿌듯해지네요.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