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요충지, 둔황(敦煌, Dunhuang)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시안이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둔황은 중국 경내의 마지막 기착지로 실크로드의 중국측 출입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둔황에서 양관과 옥문관을 통과하면 천산북로와 천산남로로 갈라져 아시아 내륙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대장정이 시작된다.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에서 ‘중국 답사 일번지’로 꼽은 곳이 바로 둔황이다. 나에게는 윤후명의 소설 <돈황의 사랑>을 통해 처음 접했던 도시. 시인으로 먼저 활동한 윤후명 작가의 소설은 쉽게 읽히는 문체가 아니어서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이 작품은 나의 마음 한구석에 ‘돈황’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각인시켰다.

둔황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막고굴이 있어 역사유적탐방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도시이다. 막고굴은 4세기 중반부터 13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1,000여 년간 조성된 것으로 당나라 측천무후 시기에 건립된 석굴이 이미 천 개를 넘어 천불동이라 불렸다고 한다. 둔황시 동남쪽 25km 지점 밍사산 절벽 위 1,680m에 걸쳐 조성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석굴 492개에 2,400여 개의 소상(찰흙으로 빚은 형상)과 연면적 5만㎡의 벽화가 소장되어 있다.

특히 장경동이라 불리는 막고굴 제17호굴에서 약 5만여 권의 고문서들이 발견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는 ‘돈황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혜초 스님의 인도 여행기 ‘왕오천축국전’ 필사본이 발견된 것도 이곳이다. 그런데 돈황에서 발견된 ‘왕오천축국전’은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왜 중국도 한국도 아닌 프랑스에 있는 것일까.

갑골문의 발견과 더불어 중국 학술사상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되는 1900년 둔황 유물 발견으로부터 7년 후 영국 탐험가 스타인, 이듬해 프랑스 학자 펠리오, 이어 일본인 오타니를 비롯해 러시아인과 미국인에 의해 차례로 둔황 유물이 약탈된 과정이 여러 책에 소개되어 있다. 오타니가 약탈한 둔황 유물 중 일부가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보관되어 있어,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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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롭고 여유로운 스팀짱입니다^^

좋은 여행기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