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그 매순간의 선택들은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는 오롯이 선택한 자의 몫이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선택의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19의 4번째 단막극 <그렇게 살다>는 이러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억은 퇴직한 전직 강력계 형사이다. 퇴직 후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의 사업 밑천으로 써버리고,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픈 아내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과 경제적 압박 뿐이다.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하루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아다니던 그는 우연히 건물 경비 자리를 소개받는다. 현재 건물 경비는 천식을 앓고 있는 말기 폐암 환자이다. 그는 자기 자신 또한 아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죽을 때까지 일을 포기할 수 없다 말한다. 하지만 성억 역시 정식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 성억에게도 이 자리를 쉽게 놓을 수 없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그러던 어느 밤, 성억에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결정적인 순간, 성억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는 그의 삶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시발점이 된다.
과연 성억은 어떠한 사건에 처하게 된 것이었을까?
과연 그가 내린 선택,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그렇게 살다>는 너무나도 처절한 내용의 단막극이다. 너무나도 극적이지만, 현실감이 없다고 볼 수는 없어 씁쓸함이 남는다. 현실에서도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냥 드라마라 하기엔 이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가 무척 무겁다.
일평생을 청렴한 삶을 살았던 한 남성이 삶의 무게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못 해 괴로운 지경이다. 살아가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는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살기 위함이라 할지라도 범죄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을 위해서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라 할 수 있을까?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며 실제 나이가 들어도 생계를 위해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나라의 보장을 받는 것도 한계가 있을 뿐더러 국민 연금의 잔고도 바닥나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더욱이 나라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 사회에서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몇 안 되는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노인이 될 나는 자원의 희소성 앞에 평생의 신념까지 저버리고 마는 성억을 마냥 탓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순간, 부인의 병원비를 떠올렸을 것이니까.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성억의 삶의 역동을 보며, 또 하나 느낀 것은 선택이라는 것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순간의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인 요소, 혹은 환경에 의해 좁아진 시야로 인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이 더 많은데, 그럼에도 그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선택을 한 사람에게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상당히 무섭게 다가왔다. 나이가 들어가며 그 선택의 무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모든 선택들에 따른 대가를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 편의 영화같았던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그렇게 살다>. 마지막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물에 흰 밥을 말아 식사를 하는 성억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앞에서도 때맞춰 끼니를 챙겨먹는다라... 삶이 가진 참 잔인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성억은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사실에 더 마음이 아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미지 출처: KBS 공식 홈페이지(http://program.kbs.co.kr/2tv/drama/dramaspecial2019/pc/board.html?smenu=1664aa)
Congratulations @ria-ppy!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가슴 저리는 드라마 네요.
다음에는 태그에 dblog 와 zzan 을 달아주시면 제가 보팅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happy-banguri 와 @banguri 계정으로 보팅 이벤트를 하니 많이 참여 해 주세요.
리뷰 정말 잘 보고 갑니다.
팔로우, 리스팀 하고 갑니다.
ㅎㅎ고맙습니다! 앞으로 해당 태그를 꼭! 달아야겠어요!! :)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신다니~ 정말 멋지십니다!!!
게시글 읽어주셔서, 팔로우와 리스팀해주셔서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bb
단막극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 ㅠ_ㅠ 15퍼센트 정도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로서 너무 슬픕니다............ 뛰어난 단막극이 이렇게나 많은데.... 작가의 등용문을 없애버리는 공용방송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