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2년 연속 긴축재정에 의한 내수 침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위기의 주범이라는 보수언론의 집요한 주장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 잔 매도 계속 맞으면 쓰러진다고, 김동연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말하니 문재인정부도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때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만 명 정도 증가했는데, 최저임금이 16.4% 인상 후 1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니 최저임금이 고용위기를 초래했단 말이 나온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 둔화는 인구구조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욱이 고용률 변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고용위기란 말도 부적절하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것에 비해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아 문제인 것이다.
취업자 수 증가 둔화의 진짜 원인
취업자 수 증가 둔화의 첫 번째 원인은 2017년부터 시작한 생산가능 인구 감소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된 것인데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15~64세 생산가능 인구가 2016년까지만 해도 18만 명 증가하던 것이 2018년 5만 명 감소로 바뀌는 인구 변곡점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2018년 6월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고용률이 약 77%인 30~40대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명 감소했는데 반해 고용률이 42%인 60대 이상 인구는 53만명 증가했기에 취업자 수 증가 둔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고용 감소는 제조업과 도소매, 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제조업 고용 감소는 주로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때문이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 급감이 도소매, 음식숙박업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줬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업체에서 고용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서비스업 고용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로 불가피한 추세다. 그리고 박근혜정부 때 고용 증가는 ‘빚내서 집사라’는 건설경기 부양에 의존한 것이었는데, 문재인정부의 가계부채 규제와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건설업 고용 증가도 둔화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인건비 부담을 상승시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한편 소득 증가에 의한 소비 활성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수많은 실증분석 연구들을 봐도 어느 한쪽으로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정확히 알려면 통계 분석을 통해서 최저임금과 다른 요인들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영세기업과 자영업 고용을 감소시켰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엄밀한 통계분석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반면 통계자료를 실증분석 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를 초래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는 이전 5년 간 평균 인상률 7.4%를 9% 포인트 초과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9% 포인트 초과한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서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을 마련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자의 93%인 220만 명이 신청하였는데,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지급률은 아직 30% 수준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실제로 어느 정도 이뤄질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심각한 한국경제 내수 침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지금 한국경제의 내수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6년 70.8%에서 2016년 62.1%로 8.7% 포인트 하락했다. OECD 국가 중 가계소득 비중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 결과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비 비율은 계속 하락하여 지금 외환위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와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정책을 공약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2017년 본예산 대비 23조 원, 추경예산 대비 14조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고, 2018년 5월 국세 수입 진도율이 52.5%로 올해도 막대한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문재인 정부는 공약과 달리 실제로는 2년 연속 긴축재정을 폄으로써 오히려 내수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직접적인 원인은 구조적인 내수 침체로 과잉진입, 과당경쟁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도 모자랄 판에 총수요를 줄이는 긴축재정정책을 하고 있으니 내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화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영업자는 고용원을 두는 자영업자와 고용원 없이 혼자 일하거나 무급가족종사자와 일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구분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0년 413만 명에서 2017년 407만 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0년 151만명에서 2017년 161만 명으로 증가했다. 자기 기술과 가족 노동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자영업부문은 쇠퇴하는 반면, 프랜차이즈 형태의 자영업부문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2018년 1월 이후에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자엽업자 과다경쟁 문제 해결해야
2015년 음식숙박업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자영업 부문의 과당경쟁은 심각한 상태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신규 진입은 계속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50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는데 퇴직 연령은 그대로고, 경기가 안 좋으면 그나마도 당겨진다. 연금은 충분하지 않고 아이들 교육비는 내야 하기에 노동시장 은퇴자들이 준비 없는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게 된다. 특별히 그 분야 기술도 경험도 없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을 한 점주들이 바로 이들이다.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본사가 가맹수수료로 가져가는 계약 구조에서는 가맹점 수가 늘수록 프랜차이스 본사 이윤이 증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 포화도나 가맹점간 거리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계약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있다.
자영업 부문은 신규 진입이 자유로운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사회안전망은 취약하고 은퇴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자영업자 문제가 해결될까? 최저임금이 안 올라 인건비 부담이 줄고 자영업 수익률이 올라가면 자영업자 신규 진입 증가와 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결국 자영업 수익률은 다시 하락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간에는 자영업 수익성에 영향을 주지만 최저임금이 안 오른다고 해서 자영업자 과당경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사회안전망이 확충되고 노동시장에 중간임금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면 사람들도 3년 후 대부분 퇴출하는 영세 자영업 ‘사장님’이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일부분일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외에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사회복지 및 내수 확대, 부동산 가격 연착륙과 주거안정 강화, 공정경제, 노동존중사회 확립, 조세재정을 통한 2차 소득분배 개선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이 제대로 진행될 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 글 :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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