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선거제도 개편이다. 촛불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새로운 정부가 2년차에 들어섰지만,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의회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당마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에 앞서 현재의 선거제도가 얼마나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대의기관인 국회를 구성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인지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우리 선거제도 문제의 핵심은 유권자 표심과 실제 의석 사이의 불비례, 불공정성이다. 이러한 문제는 20대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20대 총선 당시, 영남 지역 유권자들의 45%가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45% 유권자의 지지로 새누리당은 영남 지역의 의석 65석 중 48석, 무려 74%를 차지했다. 반면 정의당은 영남 유권자의 6%가 지지했지만, 의석은 단 1석, 1.5%의 의석을 가졌을 뿐이다. 또한 1등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때문에 2등, 3등 낙선자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 약 천 만표가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유권자의 권리 침해도 심각하다. 거대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의사는 과다 대표되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는 누락되어 표의 왜곡, 민의의 왜곡이 상시화 되는 선거제도. 이러한 선거제도를 통해 구성된 국회를 제대로 된 대의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권자의 민심 그대로 의석을 배분하고,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국회가 다양한 세대와 직업, 계층을 대변하도록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답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여건은 마련되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등 원내 정당들이 선거제도 개편을 하반기 제1과제로 삼고 있고, 국회에서는 이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정치개혁특위가 곧 가동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편을 지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긍정적이다. 정치 일정상으로도 선거제도 개편은 하반기 국회가 서둘러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상, 21대 총선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총선 1년 6개월 전인 2018년 10월부터 구성되어 총선 1년 전까지 확정되어야 하는데 선거제도의 큰 틀을 논의하지 않고 구획부터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의 정치 독점을 깨고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합의가 높아지는 가운데,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난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미온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더욱이 “우리 당에 불리해서 받을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마저 비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2016년, 총선 직전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여당인 새누리당과 지난한 협상을 진행하던 민주당이 불과 2년 만에, 선거제도 개편은 개헌과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거나 제도적 장단점을 따져 논의하겠다며 소극적인 입장만 밝히는 것은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불공정한 선거제도의 수혜자라는 점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위한 집권여당의 적극적인 태도와 분명한 입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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