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이야기 - ①

in #writing6 years ago

후배가 장기여행을 가면서 고양이를 일주일 간 맡긴 적이 있다. 노르웨이안 숲 두 마리였다. 한 마리는 개냥이라 첫 날부터 나에게 엉덩이를 붙이면서 애옹 애옹 하고 울었고, 다른 한 마리는 집이 낯설어서인지 반나절이 지나도록 집 안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료와 캔은 후배가 준 것으로 먹였고, 고양이 화장실은 대충 상자에 비닐막을 치고, 그 위에 고양이 전용 모래를 쏟아 만들어서 썼다.

정...중...동

우아하고 느린 움직임, 서두르는 법이 없는 운신.
고양이는 우아하다. 간혹 가다 들려주는 목소리는 황홀하다.
나에게 시선을 줄 때 열심히 눈을 맞추며 고양이 마음에 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아.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하는구나.

두 마리가 떠난 후, 아이들은 고양이를 정말로 들이고 싶어 했다.
검색을 해보니 동물들 입양 글, 임시 보호처를 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곳을 발견했다.

‘고양이 키우실 분을 찾습니다.’

운이 좋았다.

‘친구에게 선물한 고양이를 다시 데려와야 하는데, 사랑으로 키워줄 사람을 찾습니다.’

‘댓글: 안녕하세요. 저희 집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집을 온종일 비우는 일도 없어서 고양이가 외롭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어요.’

신혼부부들이 아이가 생기면 반려동물 파양을 많이 한다는 점을 역으로 부각하고 싶어서 이미 아이가 있다는 점, 무지개다리 건너는 날 까지 책임진다는 점을 슬쩍 녹여서 쓴 댓글이었다.

잠시 후 띵동.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댁에 고양이를 보내려고 해요. 고양이 이름은 진지에요. 친구가 외국에 갈 때 선물했는데, 더 이상 키울 수가 없어서 다시 데리고 오려고 합니다. 드는 비용은 제가 다 부담할거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렇군요. 키우다가 다시 보내고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얼마 전에 잠깐이지만 고양이를 데리고 있어봤거든요. 혹시 소식 궁금하실지 모르니까 제가 사진이랑 소식 전할게요.’

전문 에이전시에서 사람이 나가서 진지를 데리고 같이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다고 했다. 오. 그런 곳도 있구나.

그리고 드디어 에이전시에서 말한 날이 되었다. 아이들이 한창 미술 수업을 받고 있는 요일.문 앞 쪽에 이동식 밥그릇과 물병이 달린 큰 켄넬(동물용 이동장)에 담겨,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그렇게 진지가 왔다.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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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한 즈음에 찍었던 사진, 6~7개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