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음식은 무엇입니까?

in #writing6 years ago

안녕하세요. 처음 스팀잇에 올리는 글이군요. 다양한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한편으로 불안과 염려가 있었어요. 최근 주기적으로 글쓰는 모임에 가입하면서 8주간 네이버에 몰래 글을 올리다가 조금 용기를 내서 마당을 좀 넓히고자 합니다. ^^. 매주 글감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오늘은 음식에 대한 생각의 조각을 써보려고 해요.

얼마 전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보도장면을 이영자씨 자료화면으로 사용해서 잡음이 일었죠. 이영자씨는 모두 다 아시다시피 예전에 지방흡입술을 시술한 의사가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곤경을 겪었었죠. 한동안 침체기에 있다가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재로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는 점이 좋았던 터라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 켠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던 터에 이영자, 송은이, 김숙, 최화정이 모여 음식 관련 콘텐츠로 수다를 떠는 영상을 발견하고 내심 반가웠습니다. “최악의 욕은 밥맛없다는 말이다”, “입맛이 회복됐다는 건 이제 살만하다는 말”,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건 맛없는 거 먹고 배불러서 다음 거 못 먹을 때”, “누가 음식 사줄 때 맛없게 먹는 건 예의 없는 사람” 등 음식관련 띵언들이 쏟아지더군요(기사링크 http://m.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345984). 비단 이 영상 뿐 아니라 방송에는 먹방이 넘쳐납니다. 아침방송, 초저녁 방송에서도 PD들이 전국 팔도 맛집과 음식 비법을 찾아다닙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쉬지 않고 먹방을 하죠. 유튜브에서도 먹방을 선보이는 유튜버들이 인기입니다. 저희 집 애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는 녀석을 본다니까요.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음식은 우리에게 각별합니다. 그런데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어요? 음식이 나에게 무엇인지?

“당신에게 음식은 무엇입니까?”

지인에게 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당장 답을 명쾌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 질문을 두고 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에게 음식은 엄마의 부재를 떠오르게 합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엄마표 음식의 부재가 더 정확하겠습니다. 저의 엄마는 약사입니다. 약사는 고독한 직업입니다. 약국에서 있다보면 밥 한끼 가족과 같이 하기 어렵습니다. 한술 뜨다가도 손님이 오면 약국으로 달려나갑니다. 커다란 쟁반에 밥, 국, 반찬을 챙겨 나가 약국에서 드시다가도 숟가락을 여러 번 놓았다 들었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 엄마가 부엌을 진득하니 지켜서 밥과 반찬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어릴 때 저희 집에는 집안 일을 해주는 이모가 있었어요. 삼시세끼 내내 밥, 국, 반찬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매일의 도시락, 소풍을 갈 때 김밥, 겨울에는 김장, 장 담그는 철에는 된장과 간장. 모든 것이 풍족했어요.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엄마가 해준 음식 중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답하기가 어려워요. 지금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건 없어요. 엄마표 음식의 부재입니다.

연애시절에는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특별한 음식을 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했던 음식 중에 가장 특별하면서 완전 망한 음식으로 고종황제가 드시던 숟가락으로 뜬 배를 올린 냉면이 있어요. 라면 겨우 끓이던 실력으로 육수를 내서 면을 삶은 냉면에 도전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두 손 들고 말릴 일이에요. 또 남자친구가 가끔 해주던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아니! 이렇게 멋진 남자가 있단 말인가.하며 감탐도 했었죠. 결혼을 해서는 생활의 공습을 겪으며 일상으로 음식을 해야 했어요. 결혼 하고 첫 저녁식사로 밥과 된장국 하나를 끓이는데 3시간이나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아직까지도 그렇게 숙련되지는 못해요.

아이들을 낳고 일과 살림을 병행하면서 아이들 식사가 언제나 마음의 짐이었어요. 전화해서 처음 묻는 말이 “밥은 어떻게 했어?”에요. 그러면서 써바이벌형 음식을 하게 됐어요. 한 접시로 해결할 수 있는 카레라이스, 볶음밥, 오무라이스, 덮밥 등. 그러면서도 충분하지 못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어요.
(https://www.facebook.com/media/set/?set=a.283316215014680.79050.100000089113442&type=1&l=78c9b7ac15).

그 때 음식이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듣고 음식에 대한 나의 과거,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현재의 내 모습 안에 있는 무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엄마가 나에게 주던 풍성한 식탁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줘야 한다는 은연중의 높은 기준, 아이들에게는 엄마표 음식의 부재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애쓰고 있는 나의 마음,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는 내면의 결핍. 나의 생각과 마음에 얽매여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언젠가 아이들에게 슬쩍 엄마 하면 생각나는 음식 있어? 라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굴간장을 곁들인 무밥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대답을 듣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어요. 뭔가 남겨지는 게 있다는 점과 이미 손꼽을 음식 한 가지가 있으니 여유를 가져도 될 거 같았어요. 그 안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상황에 따라 가족이 함께 상의하면서 함께 식단을 꾸려나가는 게 더 즐겁다는 점도 알게 되었어요.

음식이 나에게 무엇이냐는 짧은 질문이었지만, 저의 여러 모습과 엄마와 나와의 관계, 나와 아이들과의 관계를 주루룩 엮으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쓰다 보니 좀 길을 잃은 부분도 있고 단락들 간 연결이 약한 점도 있네요. 잠시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하고 읽고 지나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질문에 답도 한 번씩 해보시구요. 음식에 대한 얘기를 써야지 하고 생각하고 썼는데 결론은 제 얘기로 끝났네요.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음식을 소재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때는 어떤 얘기를 쓰게 될지 궁금하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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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mtherapy4u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당신이게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라는 주제로 릴레이글을 해도 좋을 거 같네요.
음식이란 우리 일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얽여있는 주제 일까요?
나에겐 음식과 관련한 어떤 스토리가 있을 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용~

나비님^^♡ 댓글 감사합니다. 나비님 음식 이야기도 궁금해요.

아이들의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어 기분좋으시겠어요^^

안심되었어요.

외할머니가 나만 몰래 불러서 방문을 닫고 백숙을 쭉쭉 찢어서 입에 넣어주셨던 게 생각나요.

그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