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구간 : 일본내해(瀨戶內海)의 숨은 진주 Awashima
Takamatsu 高松 -> Awashima 栗島 (26.5 nm , 2011.10.7. 약 7시간 항해)
배는 95%가 완성되어 있다. 첫 항해는 그 정도면 할 수 있다.
......
첫 항해를 하면서 먼바다로 나간다는건 무모한 짓인지 모른다.
하지만, 멀리 나가보지 않고서야 어떤 점이 미비한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데이비드 헤이스/다니엘 헤이스 공저
[아버지와 바다 My old man and sea] 중에서
J는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금 시각은 오전 8시 30분...
Takamatsu 항구 안은 이른 아침의 활기가 어느덧 사라진 채, 잠잠하다.
항해를 시작한 지는 이틀, 일본에 와서 J와 함께 지낸지는 5일이 지났다.
그 5일 동안 매일 아침 내가 J를 깨워야 했다.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러려니 했다.
J의 직업의 특성상(실은, 나도 같은 종류의 직업-소프트웨어 갤발자-을 갖고있는 사람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았다. 식사 시간도 불규칙 했다.
항해를 시작하면 변하겠지 했는데, 항해를 나선 후에도 아침마다 그를 깨워야 했다.
결국, Takamatsu에서 나는 더이상 그를 깨우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식사시간에 대해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J가 나에게 먼저 식사하자고 이야기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계속 먼저 식사하자고 이야기 하니 내가 무슨 걸신들린 사람처럼 느껴져 자괴감이 들었다.
나도 그리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지만, '항해'처럼 단순한 행위의 반복일 경우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때맞춰 식사하는 것)
걷잡을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고, 금새 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어색한 잔소리꾼 역할을 한 것이다.
(이건 내가 많이 놀아봐서 안다. 집에서 몇 달 놀다보면 어제가 오늘같고 밤과 낮의 경계가 희미해 진다. 심지어는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서도 극심한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해결책은 일단 움직이는 것이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시간에 맞춰 밥을 찾아 먹다보면, 정신도 맑아지고 몸에 활기가 생긴다. 당연히 의욕도 생긴다.)
나는, 완전히 수동적인 crew가 되기로 결정했다.
사실 crew가 skipper에게 아침에 빨리 일어나라, 오늘은 갈 거리가 멀다 일찍 출발해야 한다.
연료 소모율로 볼때 다음번 항구에서는 예비연료를 보충하는게 좋겠다 ......하는게 좀 우습지 않나? (근데 이 모든 일을 나는 지난 며칠간 해 왔다. 월권이다.)
이건 나의 항해도 아니고, 내 배도 아니다.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조난, 난파, 좌초 등 해난사고의 대부분은 사람에 기인하는 것 같다.
내 배가 험난한 조건에 얼마나 적합한가(Seaworthiness - 혹은, 잘 버티나)를 따지기 전에 내가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Seamanship - 또는, 대처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조건에서 배보다 사람이 먼저 넉다운되기 때문이다.
우리 배는 아마, 95%이상 완성된(준비된) 상태일 것이다. 먼 바다로 나갈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먼 바다도 아닌 일본내해에서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트를 소유하려는 욕망은, 바다 위 나만의 왕국의 왕이 되려는 의지의 표상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또한 장차 나의 욕망이다) J에게 뭐라고 더 이야기 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졌다. 이건 그의 배고, 그의 항해다.
(그리고, 다행히 며칠간의 바다는 순해보였고 인간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 줄 것 같았다)
아침 9시 20분 드디어(!) Takamatsu를 출발했다.
999 밀리바, 기온 22도. 북풍이 설렁설렁 불고 잔물결이 0.5m 이하로 일고 있다. 약간 연무가 껴서 시정은 5nm 정도이다. 온화한 날씨다.
오늘의 목적지 Awashima 栗島 까지는 25nm 남짓의 짧은 거리다.
중간(Takamatsu에서 서쪽으로 12마일 지점)의 Bisan seto 備讃瀬戸(우리가 두번째 지날 큰 다리 - seto bridge 瀬戸大橋 가 있는 곳)를 지나는 것이 항해중 신경써야 할 유일한 check-point인데 별 생각 없이 그냥 나아가기로 했다.
(소극적으로 소극적으로 수동적으로 수동적으로... 사실, 조류가 약한 날이라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오전에는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아 메인세일을 3단 축범한 체 유지했고, 오후에는 바람이 강해졌지만 그냥 3단 축범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 귀찮아서...
전자해도 상의 계획항로만 열심히 쫓아가는 지루한 전자오락 같은 항해를 이어간 끝에 16시 경 Awashima에 도착했다. 1004 밀리바, 25도... 10월 답지 않게 온화한 날씨다.
일본내해의 평균적인 위도가 34도(제주도 보다 약간 위쪽)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J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Takamatsu 시내로 나가 성을 구경했다.
본채 건물은 수리중이라 입장료(200엔 = 3,000원)가 비싸게 느껴졌다.
아침 7시도 안 되었는데 매표소에 나와 돈을 받고 있는 할머니가 좀 야속했다.
Takamatsu 북서쪽 2마일 지점에 낚시 명당이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보트들이 보였다.
다음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1~2시간 쯤 낚시대를 내려봐야 겠다.
일본내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어선. 뒤에 그물을 끌고 애매한 속도(4~6노트 정도??)로 작업을 한다.
앞지르기도 뒤로 피하기도 좀 어정쩡 한 경우가 있다.
Bisan seto 備讃瀬戸의 Seto bridge 瀬戸大橋 - 우리가 두번째 지날 큰 다리가 멀리 보인다.
큰 배들이 꽤 많이 지나 다닌다. 다들 묵묵히(!) 지나가기 때문에 별 위협을 느끼진 않았다.
Seto 瀨戶(여울, 물살이 빠른 곳)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Bisan seto는 조류가 가장 빠를때도 4노트를 넘지 않는다. 오늘은 1~2노트 정도라 물때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Seto bridge 瀬戸大橋.
인천대교, 서해대교를 보며 은근 자랑스러운(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픈 마음?!) 기분이 들 곤 한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넓고 대단한 것들도 많다. 우물안을 우주로 여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겠다.
오늘의 목적지 Awashima 栗島 입구 도착!!
작은 섬이라 배를 댈 마땅한 곳이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 Welcome to Awashima "
방문객을 위한 폰툰이 우리를 반긴다. 작은 어항에 이런 시설이... 감동이다.
맞은편 범상치 않은 건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별 생각없이 결정한 항구였는데 알고보니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이었다.
이중으로 방파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안심!
게다가, 무료다. 아와시마 만세~~
국립율도해원학교...
1897년~1987년 까지 운영된 고등학교 과정의 해원(해운업 종사자) 양성기관이다.
일본 최초의 해원학교 였다는 역사적 의의를 자랑한다.
이 작은 섬에 일본 최초의 해원학교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Awashima가 '北前船 시대' 중요 기항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 北前船 이란? (http://ja.wikipedia.org/wiki/%E5%8C%97%E5%89%8D%E8%88%B9)
에도시대~명치시대까지 오사카<->북해도를 오가며 장사를 하던 배들이 다니던 항로.
서양의 범선 뿐만 아니라 일본 고유의(?) 범선 전통도 함께 물려받은 일본...
어느날 문득 요트를 타기 시작한 한국과 요트문화에 이래저래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결과일까??
우리나라의 범선 문화는 지금 그 흔적을 찾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문헌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 아쉽다.
(일본 인터넷 자료사진)
복원한 북전선의 시험항해
(일본 인터넷 자료사진)
국립율도해원학교건물은 현재 작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율도해양기념공원)
역사 자료와 해원학교 졸업생들이 기증한 아기자기한 해운관련 콜렉션이 흥미로웠다.
깔끔한 Awashima 항구 앞 마을 모습.
배의 프로펠러 모양을 닮은 Awashima 섬.
역사적인 의의와 함께 볼거리도 꽤 있어 일본 요티들의 크루징 목적지로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웬지 모르게 모든게 잘 정리정돈되어 깔끔해 보이는 일본의 어촌마을모습...
우리나라의 어항의 지저분한 모습이 겹쳐지면서 살짝 부러웠다.
일일 500엔의 렌탈 자전거. 자율적으로 돈을 내고 타고 반납하면 된다. 섬구경에는 자전거가 최고인 것 같다.
국립율도해원학교 학생들이 교육용으로 사용하던 보트와 시설물.
일본 해운업의 쇠퇴와 함께 학교도 폐교되고 섬도 활력을 잃었다고 한다.
(일본 해운업의 쇠퇴에 일조 한 것이 우리나라였다면 지금은 중국/동남아 때문에 우리나라 해운업이 박살이 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방문객용 폰툰에 있는 정체모를 유리병들.
처음에는 생선회를 보관하는 유리통인 줄 알았다. 몇몇 병에 큼직한 생선회 몇 점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광 새우를 잡아서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통발 같은 거였다.
Awashima의 유명한 특산물 같은 것인데 수온이 높을 때는 해변이 반쩍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야간항해 중 가끔 보곤 하는 야광 플라크톤이 약간 녹색을 띄고 있다면 이 야광 새우는 푸른색을 띄고 있어 분명 다른 종류였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환상적인 느낌이 전혀 안나서 아쉽다)
목 빠져라 기다려온 글이 올라왔네요. 기쁜마음으로 잘 읽고 첫번째 댓글 달고 갑니다. 다만 운행하시는 요트 사진이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요트의 주요부분 같은거 사진 올려주시면 초보자가 보기에 훨씬 편할텐데요.. 3단 축범(뭔지 모름) 사진같은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네요.. 참 불친절한 글이지요?! ^^
독자에 맞춰야 하는데 예전에 써 놓은 글을 올리는거라 그렇습니다.
앞으로 그 부분에 신경을 더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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