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리는 경북 상주에 귀농하여 2016년 10월 5일 제주도로 이사오기까지 시골 생활을 했었다.
9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다 귀농'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귀농이야기를 연재해볼 생각이다.
우리가 귀농해서 들어가는 집은 아주 오래 비워둔 집이었고, 남편이 찍어온 사진으로 봐서는 선뜻 이사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뜸금없이 귀농을 하겠다고 결심한 큰딸 부부가 앞으로 어떤 집에서 살게 될지 엄마가 너무 궁금해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시골 집으로 이사가는 날, 식구들은 집구경도 하고 첫날 해야하는 도배도 도울 겸해서 함께 동행해 주었다.
그래, 아무래도 낯선 집에 갑자기 둘이 이삿짐 싸들고 들어가기도 뻘쭘했는데, 가족들이 동행해준다니 그나마 마음은 좀 편했다.
그리고 그 동안 남편이 매일 상주로 출퇴근하면서 집안에 화장실 공사를 했다.
밖에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는 집이라고 해서 내가 꼭 실내 화장실을 만들어 주어야 귀농을 하겠다고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렸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화장실 공사를 한 것이다.
공사비로 25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빈집에 수세식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니 주인집은 마다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집주인은 집안 어르신들이 살던 집인데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으면서 방치해둔 집이라 누가 들어와 산다고 하니 “살고 싶을 때까지 그냥 살아라.”라고 허락을 해준 상태였다.
그러니 집 주인을 위해 화장실 공사 정도 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마을에서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집은 우리집을 포함해 두어집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귀농해 들어간 곳은 아주아주 시골이었다.
그러니 화장실 공사는 끝이 났고, 도배만 하면 새집같은 분위기가 날 거라 생각했다.
그. 러. 나.
가서 직접 눈으로 본 시골집은 상상 이상으로 낡은 집이었다.
이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과거에 면장이 살던 집이었고, 그래서 마을의 가장 중심에 자리잡은 집이었고, 100년도 넘은 집이었고, 이 마을에서 가장 넓은 집이었고, 가장 부자가 살던 집이었고, 기본 뼈대는 꽤나 가치가 있는 전통 한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멋진 수식어와 달리 아무튼 낡은 집이었다.ㅜㅜ
왠지 나는 어디 하나 정을 붙일 수 없을 것 같은 집이었다.
실제로 집을 본 순간부터 내 마음 속에는 한껏 슬픔이라는 것이 차 올랐다.
‘그래, 도배를 하고 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도배를 열심히 했다.
그나마 오빠는 꽤나 기술자 같았다.
전에 오빠 친구랑 집 인테리어 하는 걸 하러 다녔던 경력이 있어서 일 것이다.
남편은 자기가 구하고 그동안 열심히 다니면서 수리하고 청소한 집에 들어선 내 인상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괜히 미안했는지 열심히 도배를 도왔다.
이미 이사온 거 예의상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어야 하는 건 알았지만, 난 얼굴에 정말로 아무런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여동생이랑 열심히 도배지에 풀을 발라보지만, 우린 처음 해보는 일이라 영~ 서툴다.
어쨌든 본체에 사람이 사는 방이 두개가 있으니 방만이라도 깨끗이 도배를 하는데 주력했다.
마루는 옛날식 마루라 도배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게다가 부엌은 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싱크대는 멋지게 있었지만, 너무 낡아서 안쪽으로는 먼지도 많았다.
게다가 끔찍하게도 여기저기에 '쥐똥'도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동안 이 집을 쥐들이 점령하고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집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쥐가 살던 집이었다.
시골은 무조건 쥐가 있다. 귀농, 귀촌을 할 때 쥐가 없는 시골로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골은 그냥 쥐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난 그런 생각은 해보질 않아서 벌써부터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고 있었다.
마치 지금껏 쥐들이 살던 집으로 내가 이사 들어간 느낌이었다고나 할까?ㅜㅜ
부엌 바닥도 아무리 세제로 닦고 닦아도 얼룩이 지질 않았다.
그리고 부엌에서 마당으로 난 문이 너무 작아서 우리가 가지고 간 양문 냉장고가 집안으로 들어가질 않았다.
부엌 문짝도 다 뜯어내고 냉장고 문도 떼어내고 나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식구들이 안 오고 나랑 남편만 왔으면 이삿짐도 들여놓지 못할 뻔 했다.ㅜㅜ
그래도 분당에서 취미로 목공을 배우면서 만든 식탁을 놓으니 부엌이 어느 정도 분위기가 좋아졌다.
집안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를 잡기 위해서 향초도 켜 놓았다.
분위기 좋아지라고 꽃도 꽃병에 꽂았다.
그러나 현실은 사진처럼 정돈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았던 가장 넓은 집이었던 이 시골집에 정을 붙이는데 나는 거의 한달이 걸렸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환경에 꽤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잠자리같은 걸 엄청 따지는 어릴(?) 때였어서 정말 쭈뼛쭈뼛 소름이 돋고, 1도 정을 붙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적응 못할 것 같은 나를 위해 식구들이 와서 도배도 해주었으니, 우리의 귀농을 축하하는 자리라도 갖고 현실감 제대로인 시골집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 보자고, 강구항에 가서 대게를 먹기로 했다.
맛있는 대게를 먹고,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식구들은 우리 둘만 남기고 다시 도시로 올라갔다.
짐싸들고 귀농이란 걸 했으니 잘 살아보라는 격려와 태어나서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시골이라는 낯선 곳에 나를 떨구고 가는 식구들이 마지막으로 찍어준 사진이다.
이 표정 뭐지?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그 당시 나의 상태는 그랬다...ㅜㅜ
이렇게 해서 우리는 드디어, 분당에서의 도시 생활을 접고, 경상북도 상주에서의 시골 생활 1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분당은 내 인생의 두번째 시기를 보낸 곳이다.
분당에서 어른이 됐고, 대학을 다녔고, 결혼을 했고, 돈도 벌었고, 취미 생활도 했고...
2008년 3월 1일은 내 인생의 세번째 시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자그마치 귀농으로…
더 멋진 인생을 살아봐야지!!! 아자!!!
아! 분명히 해 둘 것!!!!
남편은 귀농을 하더라도 내게 절대로 진짜 절대로 농사를 짓게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 었... 다...
딱 그거 하나만 약속해 주었... 었... 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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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 특산물 삼순이네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 가평 운악산 삼순이네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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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가 그게 될까요? 눈 뜨면 곡식들이 부르는데.... ㅎㅎ
곡식만 부르나요... 잡초들도 아우성을 치며 농사꾼을 부르더라고요...ㅜㅜ
오!! 100년이나 넘은 역사?깊은 곳에서 지내셨군요 ㅋㅋ
일제 강점기 때 면장님이 사셨던 집이었던 거죠.
아주 어마어마한 집이었더라구요...ㅋ
어쩌다 귀농.. 2회는 언제 올리시나 기다렸습니다. 분당에서 자라서 직장생활에 결혼생활까지 하신분이 귀농이라~ 책을 내셔도 베스트셀러가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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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가 잘 마무리되면 '전자책'으로라도 출간해볼 욕심은 있습니다.^^
오...흥미진진 합니다.
저는 산에 가서 살고 싶은데요 요즘 ㅠ
생각하지 않는 무계획한 삶....
산에 가서 사실려면, 산은 좀 탈줄 아셔야 할텐데요?
전에 쓰시던 프사에서는 군두운을 타고 다니셨는데.ㅋ
어쨌든 귀농이란 경험이 우리에게 준 것 중 값진 것은 삶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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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의 동거라..
어릴땐 함께 해왔지만 이제 못 할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귀농 결심의 동기나 계기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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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뜬금없이?'....ㅋ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은 도시에서 살다가는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공기도 나쁘고, 생활도 치열하고, 환경도 삭막하고, 먹거리도 불안하고....
남편의 계기는 그랬고....
전, 끌려갔습니다...ㅜㅜ
네. 그러셨군요.
남편분의 동기가 궁금했습니다.^^
엄청난 추진력과 용기입니다~
암튼, 재밌게 사십니다.^^
다행히 그 9년이 지나고 나니 재미있었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으니...
재밌게 산 건 맞네요.^^
아!
그 약속 약속, 그것만은...
난 어떻게 됐는지 알거 같습니다.
아마 그 약속 의미없는 약속이 되었을겁니다.
식물이 자라는걸 보면 키워보면 재미가 있는것이라서...
전 찰떡같이 그 약속을 믿었습니다...ㅜㅜ
스스로 깨셨을거라 믿기에...
우리 집사람이 스스로 깨고 오히려 날 더 시켜서
아마 굳굳 하이트 하셨을거라 생각듭니다.
술술 풀어내는 귀농 이야기 또 열심히 읽을게요
이야기 보따리가 쏟아질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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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도보순례 못지 않게 진지합니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러나 결말은 해피엔딩이겠지요.
감사합니다.
ㅎ 저는 쥐가 무서워 단독주택은 절대 살고
싶지 않지만 친구들이 보고 플때면 곧잘 고향에 들리곤 한답니다.
2008년도 제 인생에 제일 빚났던 해 지지님 또한
역사적인 3,1절날에 도시에서의 삶 을 접고 귀농이란 명목으로 시골로 독립하신 날이 되셨네요!!
상주..아직은 낮설지만 이제 본격적인 시골살이와 더불어 아름다운 동행을 알리는 서말이 시작되나
봅니다. ..다음편 포스팅 벌써 기대되용.^^
bbana님 안녕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