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병 총기 난사 사건

in #zzan6 years ago (edited)

2005년 6월 19일 김일병 총기 난사 사건

흔히 군대는 “개미를 코끼리로 만들 수도, 코끼리를 개미로 만들 수도 있는” 곳이라 한다. 아무리 작은 사건도 엄청난 태풍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고, 어마어마한 사건도 쉬쉬 몇 번이면 귀신도 모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에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니 대한민국 군대의 신뢰도는 낮은 포복 수준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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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군대가 뭐라 하면 믿는 사람이 없다. 거의 모든 사고에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군대의 발표를 부정하는 온갖 정황들이 제시되지만 대개는 진실은 저 너머에 놔둔채 흐지부지되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그야말로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권총 자살을 했다는 김훈 중위의 아버지는 육군 중장이었다. 별 하나도 아니고 세 개짜리 장군이 아들의 자살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덤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어둠의 자식들’의 부모인 ‘어둠’ 주제에 밝힐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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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9일 경기도 연천 28사단에서 일어난 ‘김동민’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은 어찌 보면 그리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사이코패스 등 인격장애가 있거나 부대내 심한 따돌림을 견디다 못한 병사가 다 죽여 버리겠다고 탄창을 비워버린 사건은 군대 내 사건사고철에 그득하다. 김동민 일병도 고참들에게 욕설을 듣고 견책을 받은 후 앙심을 품고 그 일을 저질렀다는 발표였다.

그런데 이상한 정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일병은 총과 수류탄으로만 부대원들을 공격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중화기의 공격이 있었던 것 같은 흔적도 발견됐고, 사건 이전에도 북한 군대의 총격이 보고되는 등 평소와는 다른 정황이 여러 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피해자들의 몸에서 나온 파편 확인 결과 우리 군이 쓰는 수류탄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일시적으로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의 증언이니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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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좌파 정권’이 북한의 도발을 숨기려고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북한군의 중화기를 동원한 공격이 있었고 그로 인해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좌파종북 정권’이 정치적 의도로 한 병사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물론 유족들의 조사 과정에서도 대한민국 군대 특유의 말맞추기 작전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한 사고처리의 일단은 드러난다. 유족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외부 포격 소리였다.”거나 “너 한 마디에 파장이 커지니 잘 둘러대라고 했다,”는 생존 장병들의 증언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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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대는 확고부동한 증거 하나를 확보하고 있었다. 유가족이 필사적으로 끌어모은 증거와 정황을 무색케 할만한 생생한 증거였다. 그것은 바로 총기난사범으로 지목된 김동민 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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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초지일관 자신의 범행임을 인정했고, 3심까지 올라간 대법원에서 최종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대관절 한 젊은이로 하여금 사형 선고까지 감수해 가면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게 만들 수 있는 ‘회유와 협박’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목숨을 건 조작에 동의할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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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정권이 바뀌면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일단 김동민 일병을 살려야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아들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김동민 일병에게 유족들이 십시일반으로 민선 변호인을 붙인 것이 2008년의 일이다. 국방부가 증거 인멸을 위해 김동민 일병을 죽일 수도 있다고 염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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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때 일어난 일이니 새 정부가 밝혀 달라.”고 울먹였지만, 노무현 정권의 치부라면 발정난 고양이처럼 들쑤시고 다녔던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뒤집어진 사실은 없다. 그리고 지금도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가장 정직한 집단이어야 할 군대는 항상 의심받고 있다. 그리고 몇년 전 같은 28사단 의무대에서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극한의 지옥 끝에 한 젊은이가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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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군대이겠지만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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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님 2015년이라고 중간에 오타가 있어서 놀랐습니다ㅠ

이키 .. 감사

그런일이 있었군요. 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나라여서 금방 묻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