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홈페이지와 블로그, 그리고 스팀잇에 자료정리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렸었는데요. 사실 저는 평소 한국학과 문헌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수집정리한 자료들을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널어놓고 싶었습니다만, 기술적인 장벽에 부딪혀서 블로그 링크들을 이용하면서 오랫동안 버텼죠.
그러던 중에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중간에서 고심하고 있던차에 에버노트의 발행기능을 이용하여 정리했던 노트들 일부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스팀잇에서 하고 싶었던 건 에버노트에서 정리작업 해 왔던 한국학관련 자료들을 옮겨보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스팀잇은 은근히 블로그처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이점에, 지지난 하드포크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 게시물 수정이 가능해지면서 효율이 더 좋아졌습니다.
어느날 중국학 하셨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넓은 대륙에서 만든 엄청난 책의 양은 좁은 땅덩이에서 만든 양과는 비교가 불가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저는 사실 좀 분개했었죠. 그분의 말씀은 상대적으로 "한국엔 책이 없다"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중국은 유교와 도교, 불교의 국가이며 제자백가의 시대입니다. 13경이니 45사니 수많은 철학서와 역사서가 나왔고, 또 이것이 정리되어 경사자집이란 분류, 사고전서란 보관법이 있었던걸 생각하면 전혀 틀린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도 혼란했던 나라입니다. 한 왕조가 그리 오래 간 적도 없죠.
사실 한국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엘리트, 지식인의 사회였습니다. 특히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당시의 역사적인 과정과 결론은 어찌되었든, 헤아리기에도 어려울만큼 많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삼국시대는 제쳐놓고 나서라도 고려 700년, 조선 500년의 긴 시간을 보낸 나라입니다. 적어도 문학과 어학, 백과사전의 장르에서만큼은 이름을 들어봤을법 한 모든 작가들이 평생 기록한 개인의 문집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과 비교해도 양적으로 결코 적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중국보다 양적으로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p.82)⟫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최치원은 귀국한 뒤 "무협중봉(12세)의 나이에 중국에 가서, 은하열수(28)의 나이에 동국으로 금의환향했다"고 노래함으로써, 자신이 중국에서 학문을 마친 사실을 자랑했다. 그는 한나라나 당나라에만 사상이 있는 줄 알고 신라에 있는 줄은 몰랐다. 유교 경전과 불경은 관통했지만, 자기 나라 고서는 한 편도 보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조선을 중국화하려는 생각뿐이었다.
전쟁으로 바빴던 신라시대의 배경이 이러했다면 조선시대에 많은 문집들에 남아있는 논문들의 양은 제목만 나열하기에도 힘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고서들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습니다. 우리의 사상이나 우리의 철학을 모르는 건 현대인에게 당연하지만, 제목 정도는 몇 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룰 정하는 건 바로 생각의 역사이기 때문이죠. 대개는 피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한국학 전공자도 아니고 민족주의 혹은 국뽕신봉자는 더더욱 아닙니다만, 제 타고난 자료정리벽을 한국학 자료 리스트를 만드는데 이용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학 자료주에서 일종의 DB를 만드는데 있어서 대상은 회화와 도서입니다. 특히 도서는 번역과 DB작업이 정부와 몇몇 단체에서 계속 해 나가고 있고 상당히 업적이 쌓여있긴 하지만, 상당수는 정보과다와 분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저같은 컬렉터들의 욕구를 딱 채워주기엔 부족하더군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 트리구조가 아닌 스프레드시트 스타일의 제목 리스트 (가나다순, 연도순, 저자순 정렬가능) + ⍺ Tag
- 정보는 저자, 연대, 목차, 문헌의 성격이나 간략한 개괄에 한정
- 원문 또는 번역문 전문 파일 또는 열람가능 문서
트리구조
자료나열에서 관항목… 으로 나누는 트리구조는 훌륭한 정리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날로그 방식에서 유용한 방법입니다. 해당 분류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료를 만드는 사람과 트리구성에 대한 안이 다를 경우 해당 자료를 찾기 위해 유사한 트리를 모두 열어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 트리를 만들려면 정말 엄청난 고생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건 자료를 위한 정리가 아니라 정리를 위한 정리입니다. 우리에겐 스프레드시트의 필드별 정렬기술이 있고, 태그가 있습니다. 여전히 검색이 가끔 애를 먹이긴 하지만, 컴퓨터 이용에 있어서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아날로그 기술이 트리구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홈페이지보다 블로그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죠.
정보 한정짓기
선택과 집중의 시대입니다. 가질 정보가 아니라 버려야 할 정보에 집중해야 됩니다. 모든 정보를 입력하더라도 인터페이스 구현에서는 이용빈도가 적은 정보는 감춰버리거나 아래로 배치해야 합니다. 고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제목, 저자, 연대, 목차에 대한 접근을 부각시켜서 맨 위에 띄워야 합니다. 수많은 메뉴들, 과도한 정보들에 눈과 머릿속은 엄청 피로해지거든요. 두번째로 필요한 정보들은 저자의 간략한 정보, 그리고 해당 도서가 갖고 있는 특별한 내용만 간략히 정리해서 2차 정보로 아래로 배치한 다음, 나머지 자료들은 버리거나 감추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결국 고전이든 무엇이든 원문에 대한 접근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개는 잔뜩 써 뒀는데, 원문에 접근을 못한다면 정작 책의 내용에 대해서 직접 보지 못하고 남이 요약해둔 이야기만 복붙하는 것이 되는거죠. 조선시대 이후 고전은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책을 찍은 사진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데요. 저는 기관들이 만들어 둔 원본 사진들은 과감하게 공개해줘야 한다고 보는데요. 아무튼 제가 정리하는데 있어서 원본 사진이든, 전산화된 것이든 원문내용을 구하지 못한 것은 리스트에 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번역본이 있어주면 더욱 좋죠. 다만 이 자료들을 무단으로 가져올 수 없으니 가능한 링크를 이용해서 기존에 올려져 있는 자료들로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하는게 제일 중요할 겁니다.
이런 원칙을 갖고 @corean-archive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올린자료는 훈몽자회입니다. 일단 스팀잇 인터페이스에 더 어울리도록 재배치 해봤는데요. 앞으로 제가 다른 방식으로 공유하던 한국학 고서 목록들을 모두 스팀잇에서 공유해볼 생각입니다. 동시에 지금 지정한 포맷은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스티머들께서도 DB작업을 스팀잇에서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soosoo였습니다.
@soosoo님, steemzzang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palja에서는 처녀 시집 보내는건 못해도 시집 시집 보내는건 할수있다.
🌕 palja 팔자 뭐든 팔자
⭐️ 팔릴까? 안팔릴까?
engrave를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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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님 대단하세요.
정말 큰일 하시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