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일한지 3년, 일명 ‘태움’의 타겟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을 곧잘 한다며 어깨가 으쓱해져 병동을 이리저리누비고 다닐쯤이였다. 선배가 된 지금 에서야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였지만 그땐 난 그랬다.
액팅은 손에 익고,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다음 인수인계 시 혼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일을 깔끔하게 정리해뒀고, 굳이 일찍 나가지 않아도 환자 파악쯤은 30분이면 거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서울에 왔던 이유와 목적은 잊혀지고 현란한 서울의 맛을 즐기고 있을 때 였다.
오랜만에 만난 오빠는 내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했다.
어렴풋한 기억으론 다시 돌아올지 아닐지는 가봐야 알겠다고 했지만 왠지 오빠를 보는게 한동안은 마지막일거라 속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편안함과 익숙함 그리고 보장된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떠나는 그의 의지를 단순하진 않다는 걸 몇시간의 짧은 대화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내 삶에 젖어 오빠 소식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간간히 들려오는 ‘미국간호사로 잘 지내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정도였고 역시나 내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들여다보진 못했다.
몇일 전 동기 sns로 그런 오빠의 책 출간 소식을 접했다. [7년의 기록, 남자간호사 데이비드 이야기]
아름답게만 들렸던 결과와 달리 그 과정은 매우 치열했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내가 아는 오빠 모습으로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일궈가고 있었다.
요즘의 난 나보다 아이 중심으로 모든 화제를 옮기다 보니 ‘지금 졸린건 당연한거야’ ‘지금 안자면 나중에 피곤할 거야’ 영어공부는 무슨’ 자기합리화에 빠져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다.
그런 아이를 위한 시간이 헛된 것은 아니지만 열정넘치던 나의 삶은 잠시 잊혀져 있었다.
쉬운 길 편안한 길로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를 틈만 나면 궁리했고 심지어 사직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책을 읽고 돌이켜보니 환자 옆에서 있을 때 행복하고 온전히 나의 역할을 다한 기분이 들었단 걸 잊고 있었다. 오늘 난 유물처럼 꽂혀있던 다이어리를 꺼내 오랜만에 앞으로의 내 삶을 기록했다.
그런 데이비드 7년의 기록은 열정 다해 살았던 지난 날의 나를 다시 상기시켜줬다.
아마도 오늘의 다짐은 육아로 인한 급격한 체력저하와 스트레스로 흔들릴 수도 있다.
아니, 흔들릴거다 예전에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이 될 이 설렘을 기록하고 싶다.
나처럼 열정을 잊고 지내는, 현실에 부딪혀 자신의 삶을 내려둔, 의지를 다지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도 데이비드 유현민 간호사가 그런 당신의 문을 두드려줄 거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여전히 미국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데이비드로서의 삶을 응원하며 기대한다.
@cyberrn 말만 앞서는 저를 항상 품어주시는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Posted using Partiko iOS
사이버알엔 교육부장님! 잘 하고 있어요. 간호사로서의 소명과 개인의 삶을 멋지게 하잖아요. 나는 우리 교육부장님이 자랑스럽습니다. 불씨를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불씨가 세상을 비추며 서서히 타오릅니다. 프랑스에서 자주 보는 걸로! 내가 손자 교육을 하게 될 지도^^ 기꺼이~~^^
Congratulations @stella1000!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