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in #zzan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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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상회 할머니는 억센 사투리로 밀고 들어왔다.

친정이 울산인 할머니는 몇 해 전까지 조그만 식품점을 했다.
가게 이름이 경북상회라 자연스럽게 경북상회로 불리었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하루에도 동네를 종회무진 하시며 모든
일에 참견을 하실 정도였다.

아침 식사중에 찾아와서 무조건 빨리 나오라고 하신다.
원래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을 잘 못 드시는 윤 씨는 빨리
식사를 마치시려고 하셨으나 문을 열고 서서 재촉을 하는
바람에 수저를 놓고 따라나서신다.

지난 주 쯤으로 기억한다. 길에 화장지 다발을 들고 다니는
할머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추석을 지내고 자식들이 드린
쌈짓돈 빼먹겠다고 동네에 약장수가 들어왔다.

처음엔 휴지를 쥐어주고 돌려 보내드렸다.
다음 날엔 세제를 주면서 내일 또 오시면 계란을 드린다고
했다며 내일도 꼭 가야겠다고 하신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계란을 내일 드리겠다고 하며 도장이
선명한 종이를 주었다. 그 다음날엔 떡도 팔고 계란 한 판을
주기로 했다. 약속했던 다음 날 도장이 찍힌 종이를 가지고
갔더니 계란은 2000원을 내고 사라며 말을 바꿨다.

다음날에도 도장이 찍힌 종이와 계란을 받으려고 갔더니
세제를 사는 사람에게만 계란을 준다고 해서 만원을 주고
세제를 한 통 사셨다.

다음 날엔 세제를 가지고 오면 오만원에 세 개짜리 비누로
바꾸어 주면서 내일 비누를 가지고 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며 돌려보냈다.

그 좋은 일이 바로 비누를 주고 환불 하는 게 아니라 값 비싼
상품으로 교환을 권했는데 차액을 현금을 내라고 하는 식으로
할머니들의 돈을 빼갔다.

그리고 그곳에 오시는 할머니들을 몇 명씩 그룹으로 만들어
한 사람이라도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선물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사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결국 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할머니들을 유인했다.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안 된다고 숨겨놓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시고 자식들이 보면 잔소리 한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서로를
격려한다.

오늘도 양손에 커다란 봉지를 들고 가시는 할머니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 자식보다 더 다정한 사람들,
그러다 할머니들 쌈짓돈 다 빼앗기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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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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