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전화가 왔다.
오늘 모여서 식사하기로 한 것 취소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나오지 말라는 연락이다.
나만 나이를 먹는 줄 알았다.
코흘리개 같던 동생이 결혼하고 조카들 자라는 것만 대견해서
동생 나이 드는 걸 미처 몰랐다.
한 번씩 만날 때마다 희끗해지는 머리를 보게 되면 속에서는
돌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동생이 회갑인데 그냥 지나긴 섭섭하고 식구들끼리 모여
밥이나 먹자고 했다. 그것도 나 힘들까봐 나들이 하는 셈치고
우리 집 근처 적당한 장소에서 모이자고 한다. 3월 1일이 휴일이니
잠깐 시간 내기로 했다. 모든 걸 나에게 맞추어 계획을 세웠다.
어릴 적엔 장손이기도 했고 귀엽게 생긴 얼굴로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란 동생이었다. 철들며 늘 주위에 대한 배려가 깊어지고 아버지께서
일찍 세상 뜨신 후 동생이 아니라 오빠 같은 존재였다.
서로 사는 게 바빠 형제라고 해도 자주 못 만나고 산다.
자매들은 아무 때나 전화를 해서 수다도 떨지만 나는 남동생만
둘이라 그런 재미는 남의 나라 얘기로 알고 있다. 그러다 동생이
자리를 만들었으니 그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의 일이다.
휴일 아침에 걸려온 전화는 나의 설렘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브레이크가 없이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수를 읽고 있다.
오랜 만에 형제들끼리 모여 밥 한 끼 먹는 일인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나에게 동생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잘 지나 가면 좋겠지만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일이 생기면,
두고두고 마음 아플 것 같아.
다 지나가고 편안해 지면 다시 날짜 잡아 알려줄게
조심하고 잘 있어...”
봄이 온들 꽃이 필까
큰 소리로 울고 싶다.
@tiamo1님, steemzzang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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