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영화 리뷰)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한 영화 - 우리들

in #aaa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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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이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로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서 소녀 감성이나 되살려 볼까? 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이다.
그런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너무 눈물을 흘렸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왕따라는 것이 없었다.
전에 미스터 션샤인에서 나온 대사 중에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누가 호구인지 모르면, 바로 네가 호구인거야.

라는 말이 있었다.
왕따가 없었다고 생각한 내가 왕따였나?ㅋㅋ
그렇지는 않다.
우리 때는 그저 소심해서 조용히 없는 것처럼 있는 아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아이는 반에서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놀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조용히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
아마도 내가 그런 아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조용한 아이들을 반아이들이 도마에 올려놓고 놀리거나 대놓고 무시를 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등 하며 왕따를 시킨다고 한다.
왕따라는 문화가 없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만약에 내가 요즘 초등학생이었다면 왕따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무튼 주인공 아이가 너무 순진하고 진솔한데, 단지 집이 좀 가난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란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생각지도 않게 시작한 영화 관람에 이렇게 눈물을 흘리다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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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주인공이다. 이름은 이선이다.
체육시간에 가위바위보로 자기 팀을 골라가는데, 선이는 자기의 이름이 불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반 아이들이 모두 팀이 되고 마지막에 선이는 선택 없이 팀에 들어간다.
이때 선이가 초조하게 자기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표정연기가 아주 좋았다.
처음 이 장면부터 영화에 완전히 빨려들어가게 하는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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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아빠는 공장의 기계를 고치는 엔지니어이고, 엄마는 김밥이나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을 하고 있다.
둘다 돈벌이에 찌들려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적당히 화목한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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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되는 날, 선은 친구 보라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는 조건으로 친구 대신 마지막 교실 청소를 한다.
그러다가 낯선 아이가 교실을 기웃거리는 걸 보게 되는데, 바로 지아라는 전학생이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방학이라 일찍 집으로 갔으므로 선과 지아는 다른 아이들의 간섭 없이 여름 방학 내내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의 왕따 선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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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새로 친구가 생긴 선은 지아에게 자기가 만든 팔찌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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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는 엄마는 영국에 계시고 아빠는 바쁘셔서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여름에 할머니가 모임에서 여행을 가는 바람에 선은 자기 엄마에게 졸라서 일주일만 선네 집에서 지아가 지내는 것을 허락받는다.
이렇게 선과 지아는 함께 지내면서 서로 비밀 얘기도 털어놓는 절친이 된다.
지아의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는 것도 그래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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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난 지아는 선과 선의 엄마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질투가 났다.
자기의 엄마는 바빠서 잘 만날 수도 없고, 전화나 어쩌다 한번 할 정도인데, 친구는 그렇지 않은 것에 샘이 났을 것이다.
아이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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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선과 지아는 왠지 서먹해졌다.
지아가 자신에게 생긴 감정을 솔직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아직 어려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거였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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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선과 지아의 사이를 이렇게까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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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학을 하고 나니, 지아는 선을 왕따시켰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또다시 선은 모든 반 아이들에게 왕따가 된 것이다.

영화 뒷부분에는 지아의 과거 이야기가 하나하나 친구들에게 밝혀지면서 "이 반에 왕따는 누구인가?"라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처음부터 왕따였던 선은 영화에 나오는 그 어떤 친구보다 멋진 친구이다.
왕따는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만드는 것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영화이다.
왕따가 없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내게는 사실 요즘 아이들의 이런 왕따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오늘 좀 싸우고 삐쳤어도 내일 보면 반가운 것이 친구였던 나였어서, 선과 지아의 상황을 보면서 짠하고 답답함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래도 영화를 만든 감독은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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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동생으로 나오는 윤이라는 이 꼬마아이가 그 답을 준다.
윤은 친구랑 매일 싸워서 할퀴고 멍들고 그런다.
어느 날 선과 윤의 대화이다.

선 : 넌 왜 맨날 그 친구한테 맞니?
윤 : 나도 때렸어.
선 : 그래서.
윤 : 근데 걔가 또 때렸어.
선 : 그래서.
윤 : 그리고? 그냥 놀았어.
선 : 야, 넌 바보니? 그 얘가 또 때리면 너도 또 때려야지!!!!
윤 : 그럼, 언제 놀아? 난 놀고 싶은데, 친구가 때리고 내가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내가 때리면, 그럼 우린 언제 놀아?

그래 그냥 친구니까 때리고 싸우는 게 다 놀다가 그런 거니까, 그냥 놀면 된다.
그냥 놀면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선과 지아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꾸 싸우기만 하니까 놀 새가 없는 것이고, 서로 외롭게 된 것이다.
윤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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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큼의 선과 지아의 거리가 가까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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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책이 바뀌었군요.
잘 알겠습니다.^^

@tipu cu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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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윤이의 말이 명대사네요~
가족간에도 친구간에도 이웃간에도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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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려서도 친구든 형제든 거의 싸우지 않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남편이랑은 자주 말싸움을 하더라구요.
윤이의 말 명심해야 할 듯.ㅋㅋㅋ

보고싶은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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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보세요.
아이들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하실 겁니다.^^

저만 그런가 했는데 니트러스가 다 잘안되네요. 우리 감성이 통했어요 하이트닝^^

전 처음에 같은 리뷰를 나란히 올려서 늦게 올리 제 리뷰가 튕긴 거라 생각했어요.ㅋㅋㅋ
너무 좋은 영화를 같은 시기에 보고 비슷한 감동을 받으니, 마치 함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어른들도 영화를 보고 좀 배워야 겠네요. ^^

우리가 이제는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가 어릴 때 우리의 세상도 나름 하루하루가 치열했겠죠?
마치 아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이제는 완전한 어른이 되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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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예쁜 영화인듯요~
말씀처럼 아이들 연기가 정말 돋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

보셨었군요.
네, 선이의 표정이 과하게 변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아이의 감정을 너무 잘 표현했더라구요.
윤이가 자는 장면에 보면 정말 곯아떨어져 자는 게 그건 연기가 아니더라구요.ㅋㅋㅋ

미미언니와의 찌찌뽕 리뷰군요^^
동생의 말이 참 그래요. 과연 요즘 세상에 맞을지도 모르겠고요.
제 아이들에게 저도 그러거든요.
한대 맞으면 한대 때리고 두대 맞으면 두대 때리고...
네가 잘 못하거나 먼저 시작한게 아니면 절대 먼저 사과하지 말라고 하죠.
우리때가 아니니 요즘은 그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참 어렵습니다.

네, 그것도 나란히 올라가서 정말 신기했어요.^^

어른이 아이에게 주는 가이드 라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희 엄마도 노파심에서 그러셨겠지만, 어릴 때 저한테 "네 오빠가 아닌 사람에게 절대 오빠라고 하지마라."는 희안한 가이드 라인을 주셨어요.
그래서 전 평생 남에게 '오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답니다.ㅋㅋ

어른이 주는 가이드 라인보다는 스스로 지키는 룰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영화같은 느낌이네요.
소주에 김밥이 눈에 박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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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주 때문에 선이가 곤욕을 치르게 되는데도요???ㅋ

영화관에서 미묘한 느낌을 느끼며 보았던 기억이있네요
위에서 언급해 주신 선과 윤의 대사는 저도 참 여운이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

우리들 영화리뷰를 두 분이 올려주신만큼 봐야겠는데요 ㅎ

저도 영화 <우리들>, 정말 의미있게 봤던 영화였어요! 영화를 보며, 이 이야기는 단순 어린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ㅎㅎㅎ! 제가 쓴 리뷰도 보러와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