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영화의 탄생이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회적 이슈와 의도치 않게 연관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역사왜곡'이란 주제와 말이죠.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건 '팩트'가 맞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팩트가 아닌 부분을 '역사인식'의 문제와 연관시키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모두가 잘 아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극화하자는 것, 그리고 '그건 진실이라는 것, 영화를 보고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주장들이야 말로 이상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이 주장에는 주로, 역사인식을 못하는 사람, 역사공부를 따로 안한 사람들이 이 영화만을 보고 이 주제에 대해서 왜곡된 인식을 하게 되면 어떡하느냐란 걱정이 들어있는데요. 특히 거기엔 아이들이 있죠. 안그래도 역사공부 안하는 아이들이 그런걸 보고 역사를 잘못 배우면 큰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과서 국정화와 지난 정부와 그렇게 맞서 왔습니다. 역사에는 사관이란게 있습니다. 그 사관이 문제가 되었던 건 '식민사관'같은 단일한 사관이 여지껏 우리를 왜곡된 역사로 매몰시켰기 때문이지, 상대적으로 다른 다양한 사관들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교육이 문제지 왜 영화가 문제인지, 왜 영화를 보면서 자꾸 역사를 보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을 갖고 자신만의 역사관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보수와 진보가 근대사, 심지어 고대사까지도 정치적 성향의 영향을 받죠. 그렇게 해서 서로가 역사의 옳고 그름, 그리고 다름, 다른 해석을 갖고 여전히 다투고 논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태가 과거 진짜라고 믿었던 식민사관의 단일한 교육주입보다는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저는 제가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 굴러다니던 반공서적들, 대공분실, 간첩신고 등을 보며 자랐고 이승만을 국부로 배우고, 박정희를 최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지도자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두환이 그 때 범죄와의 전쟁을 좀 더 오래했었다면 좀 더 깨끗하고 건강한 사회와 질서유지가 잘 되었을 거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를 뽑았죠. 하지만 그게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고 지금 어엿한 진보가 되어있습니다.^^
사람은 생각합니다. 매번 옳고 그름, 분석을 시도하고 새로운 정보를 통해 때로 굳어진 생각을 수정합니다. 그것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고 제3자가 종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특히 팩트를 주장하려면 구체적으로 "이런 사건이 내가 알고 있는 진실에 비춰보면 이런저런 점에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해야지, 뉴스보도도 아닌데 영화를 전체가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영화의 왜곡을 비판하는 우리만이 진실을 알고 있으니,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이 영화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선동에 가깝고 전제주의, 전체주의에 오히려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역사를 다루는 영화가 스토리를 역사와 다른 점을 서술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영화라는 매체의 장르이자 특징입니다. 영화 뿐 아니죠. 역사물을 가공으로 만들어내는 소설들은 더 많습니다. 그러니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올바른 역사사실이나 역사인식에 접근하겠다고 하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이런 태도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좀 반대의 경우를 군함도에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군함도와 함께 몇몇 사람들과 논쟁을 하다가 이 리뷰를 쓰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군함도는 사실 군함도의 강제징용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좋은 시점은 바로 군함도에 대한 유네스코등재와 문제가 되었는데 우리측에서 요구했던 군함도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 기록이란 사건과 연관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잘 모르고 있던 근대사로 군함도는 좋은 영화이자 소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문제가 되었던 두 가지 평은 어이없게도 애국심+신파+히어로물이라는 측면과 유명배우들과 시대적 소재와 유명배우들을 넣어서 상업영화화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재가 역사물이라고 해도 영화는 영화의 여러 요소들, 그리고 그것들의 짜임새를 통해 칭찬도 받고 비평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가 역사왜곡여부, 팩트여부, 상업화, 옳고 그름 등 이런 비판적인 잣대가 언제부터 그 영화를 평가하는 도구가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감성재이며, 픽션이며, 산업입니다. 역사 영화가 다루는 소재들은 우리의 기억속에 역사의 한 부분만을 우리의 기억속에 있는 과거를 끄집어내 줄 뿐 충실하게 역사적 사실을 반영할 의무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팩트에서 수많은 가설과 픽션들을 상정하는게 영화의 본질입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군함도 강제징용문제를 수면위로 띄우는 역할을 충분해 해냈다고 생각하고, 반일감정자체에서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야 그렇겠지만 다수 진보진영에 있던 이들은 주제에 대한 좋은 인식들, 이 영화의 소재가 일본측의 유네스코 등재와 강제징용표기에 대한 다수의 사회문제로 촛점이 맞혀지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충격에 빠졌던건, 전부 신파니, 상업영화니 하는 영화에 대한 혹평뿐이었고, 전혀 실질적인 문제로 이어서 대화를 거의 못해봤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반일의 입장에 서 있는 진보쪽의 많은 사람들이 그 평가만듣고 "친일파 영화는 못보겠다"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도 저는 이 '반일영화'가 왜 '친일영화'로 둔갑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생각이 더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비판적인 것은 늘 발전의 디딤돌이지만, 때론 걸림돌입니다. 왜냐면 우리 사회는 다른 활동이나 생각들에 대한 수용보단 배척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비판이란 날카롭고 쓰지만, 사실 어떤 측면에선 흠집잡기인데요. 사실 비판이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글을 쓰는 건은 어렵습니다. 그 글을 잘 쓰는 것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타인이 그 글에서 가진 문제점들을 찾아내는 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대개 문제들은 문제삼기 전에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흠잡기 비판을 통해서 그냥 부정적인 감정에 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연출이나 창작에 대한 욕구를 가로막는 커다란 벽으로 작용할텐데 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진실은 남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영화 몇편 보고 역사적 인식이 바뀐다거나, 생각이 바뀌거나 틀린게 바로잡아진다거나, 옳은 걸 잘못보게 된다거나 그런 일 따위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바보가 아닙니다. 누구나 다양한 매체를 보고 다양한 생각과 평가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에선 너무도 낯선 '팩트'란 기준으로 '불온영화' 골라내기는 좀 안했으면 좋겠군요.
대놓고 칭찬과 격려를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비판 역시 우리의 자유니까요. 저는 긍정적인 평가를 의무적으로 하자는게 아니라 배우의 태도, 연출, 시공간의 무대… 등등 영화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을 보고 그 디테일에 대해서 누군가가 발견하지 못한 순간들을 찾아서 이야기해보자는 것입니다. 또한 역사물이라면 그 영화가 다루고 있는 사실들을 실제 역사와 비교하면서 거기서 틀린 그림찾기와 새로운 평가를 내려보자는 겁니다. 또 사회적 이슈에서 그 영화가 어떻게 오버랩 되는지를 이야기 해보자는 겁니다. 그게 영화를 보는 방법이니까요. 온통 팩트니, 왜곡이니, 상업화니 해서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심각한 폐해를 끼치기 때문에 그 영화를 보면 안된다느니, 어쩌면 너무도 단순한 이런 기준으로 영화를 뜯어고치기, 버릇고치기, 바로잡기 이런것 하지 말고 말입니다.
참, 우리가 군함도 영화의 팩트를 갖고 논쟁으로 잊어버리고 있는 동안 최근 2019년 4월 기사에 의하면 일본은 2015년 유네스코 등재 성공 후 여전히 강제징용문제 표기와 안내에 대해서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민간단체가 설립한 오카마사하루 기념관은 오히려 군함도 강제징용문제에 대해서 실상을 전하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일본'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일부 정권'이 문제인건 분명해 보입니다.
군함도
The Battleship Island
류승완
2017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36391?language=en-US)
별점: (AAA)
음...딴건안읽히고이명박근을 뽑으셨다는 것만 보이네요..ㅎㅎ
아...이느낌뭐지....당신의한표를존중합니다.ㅋㅋㅋ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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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친일파 논란 또는 상업영화 운운에 뿔나셨군요?
재미와 감동이 있으면 영화 잘 만든 거라고 봐요.
영화를 아직 못봤는데 궁금해지네요~!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역사책을 조금 더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