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모둠에서 아무렇게나 집어든 책.
제목은 <이상해!>입니다. 뭐가 이상할까요?
"여자가 할 일과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라는 소제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성 고정관념'에 관한 내용이리라 짐작됩니다.
그런데 표지에는 '심해 아귀'가 정가운데에 떡!하니 그려져 있습니다. 왜일까요?
궁금증을 안고서 책장을 넘겼습니다.
아이가 이모한테 묻습니다.
여자인데 왜 화장을 안하냐고,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왜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하고 다니냐고,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이모가 아이한테 대답합니다.
화장을 안해도 예쁘니까. 머리카락 길이가 짧은 것은 내가 스킨스쿠버를 하니까.
그러고는 아이를 바다 속으로 데려가 더욱 '이상한' 것들을 알려줍니다.
어렸을 때에는 모두 남자였다가 어른이 되면 여자로 변하기도 하는 흰동가리.
자식을 '임신하는 아빠' 해마.
그리고 암컷에 착 달라붙어 사는 수컷 초롱아귀.
초롱아귀, 커다란 물고기가 암컷이고 아래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게 수컷입니다.
'달라붙어 산다'. 수컷이 암컷에게 '기대어 산다'. '기생한다'. 기생한다는 면에서 인간세계 남성은 언뜻 이 수컷 초롱아귀와 닮은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있습니다. 숙주의 몸에 기생하여 살다가 이윽고 숙주의 뇌를 장악하여 물가로 오게끔 조종하기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녀석.
사람은 연가시에 감염되지 않는다지만, 기생물이 달리 있나요?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한다면 착취하는 그 존재가 기생물이지요.
초롱아귀는 '부부는 한 몸'이라는 옛말을 몸소 보이기라도하지, 인간세계 남성은 차라리 연가시에 가깝지 않나..
고작 그림책을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상상해 봤어. 엄마 옆구리에 아주 조그마한 아빠가 딱 붙어있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