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그윽한 맛이란 단어를 영어로 표현하면 적당한 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어의 '그윽한'이라는 형용사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깊숙하여 아늑하고 고요하다" , "뜻이나 생각 따위가 깊거나 간절하다" 의 의미로 풀이될 수 있고, 영어로 비슷하게 표현을 하자면 quietly secluded, peacefully retired, calmly hidden, 등으로 비슷한 표현을 할 수 있지만, 그윽하다는 말 자체가 워낙에 감성적이고도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라서 영어의 단어로는 적절하게 표현이 되어지기 어렵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그윽한'이라는 말을 사용하다보면 서로의 의미표현이 일치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인데, 하물며 다른 언어권에서까지 '그윽한'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하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그윽한' 이라는 말을 사용함에 있어서는 나이가 많고 연륜이 많아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내공을 갖추고 있는 경우를 빗대어서 "아주 그윽한 눈빛" 혹은 " 아주 그윽한 맛" 이라는 식으로 실생활에서 표현을 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쉽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닌 것이다.
최근에 이 '그윽한' 이라는 단어에 담겨져 있는 진짜 의미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들은 것이 있어서 소개를 해본다.
어느 기업가가 프랑스에 주재하고 있는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업체의 대표이사와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였는데, 그 대표이사가 다년간 여러 국적 출신의 개발자들을 거느리면서 일을 같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나름대로 그의 경험에 입각한 나라별 개발자들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그 업체의 개발분야는 광고도안에 활용될 수 있는 미술적 애니와 이미지작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이것을 웹과 앱상에서도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서 구현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을 함께 병행을 해야하는 분야인데, 업무의 특성상 프리랜서 성격으로 일정기간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방식이라고 하였다.
그 업체의 대표이사의 설명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프로젝트를 제시하면 처음부터 매일 매일 약간씩 약간씩 꾸준히 진행해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철저한 사전계획과 스케줄을 꼼꼼하게 작성하여 그 계획에 맞추어서 일을 착착 진행해 나간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며칠동안 일을 하고 또 며칠을 쉬고 또 며칠을 계속 일을 하고 나서 또 며칠을 쉬고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해간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 달 동안의 일을 제시하면 처음부터도 일을 하지 않고 중간부터도 일을 하지 않고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며칠을 남겨두고서 몰아치기식으로 일을 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업결과의 퀄리티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장 떨어질 것 같은데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것이 전혀 예상외로 기발한 작품들은 한국인들에게서 가장 잘 나온다고 한다.
그것이 각 나라마다의 성장배경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직업적인 차원에서의 일을 하는 것 역시도 그러한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몰아치기식의 일처리 능력이 두드러지는 성향을 보인다는 설명을 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각 개인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업종마다 직장분위기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오랫 동안 다국적 출신의 직원들을 거느리고 일을 해 온 경영자의 입에서 그런 나라별 품평이 나올 정도라고 하면 결코 신빙성 없는 설명이라고도 못할 것이다.
이 스토리는 인터넷의 어느 유명강사가 한국인의 습성을 빗대어서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인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소개를 했던 것인데, 그 설명을 들어보니 상당히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몰아치기식의 일처리능력을 다르게는 벼락치기식의 해결법이라고도 하지만, 이 습성이 한국인에게는 아주 익숙한 문화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인의 몰아치기 습성은 처음 계획된 기간동안 초반부터 일을 하기 싫어서 그냥 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몰아치기식으로 직접적인 작업을 들어가기 전에 그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주변머리 내용들을 쓸어모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청자에 담겨진 그윽한 빛이란>
실제로 이러한 예를 목격할 수 있는 것이, 과거의 도자기공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작업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제로 도자기를 제작하는 공정기간은 겨우 며칠이지만, 훌륭한 도자기의 빛깔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는 수양의 기간을 최소 보름이상으로 잡고서 깊은 산속에서 절제되고 정갈한 생활을 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수양의 기간동안 만들어진 깨끗한 마음의 상태를 도자기 빚는 과정에 그대로 투영시켜서 최고의 도자기 빛깔을 완성해내는 것이었다.
다른 예를 들자면, 과거시대에 조상을 모시는 제례문화가 엄격할 때에는, 제례를 준비하는 모든 기간이 보통 열흘이상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사대부집안을 기준으로 하여 제례에 필요한 음식장만을 하는 기간은 보통 사나흘 안팎이었지만 무려 열흘이전부터도 부부관계를 금기하고 부정한 것을 보지않고 듣지않고 말하지 않으며 제례일까지는 일체의 부정한 것을 멀리하면서 깨끗한 정성의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었다. 그래서 총 기간을 열닷새라고 정하면, 직접적인 제례준비는 사흘 정도이지만 나머지 열흘정도의 기간을 간접적인 준비과정으로 활용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가다듬어진 갸륵한 마음을 제례시에 정성을 기울인 모상모시기 문화로 드러내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간접적인 준비과정은 직접적인 일을 하는 과정에 비해서 눈에 잘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일을 다 하려고 저렇게 빈둥거리기만 하고 있나"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는 것고,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일을 하는 과정만을 지켜보게 되는 입장에서는 몰아치기 벼락치기 식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겠다.
한국인의 이러한 몰아치기식 문화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가시적인 결과가 기간에 맞춰서 빨리 나타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문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문화적인 특성은 한국인들의 모든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모두 스며들어 있는 것이며, 비록 그것이 현대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잘 드러나지 못하고 숨겨져 있는 듯 하지만 한국인들의 내면적 습성인 몰아치기 문화는 아직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우리세대에까지도 물려져 내려온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 날치기 벼락치기 몰아치기식으로 불리우는 한국인 특유의 공부하는 과정이나 업무처리과정은 같은 한국인들끼리는 지금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고, 같은 한국인들끼리는 그것이 바로 몰아치기 식의 습성인 것을 쉽게 간파하면서 넋두리 좋게 웃으면서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된장찌개에 담겨진 그윽한 맛이란>
한국인이 즐겨먹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아주 잘 끓여진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맛은 "그윽한 맛"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때의 "그윽한 맛"이라는 표현을 거의 다 동일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 한국인들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그윽한" 것이라는 것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혈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끓이는 과정은 재료를 섞어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과정이지만, 최소 몇 년간의 기간동안 숙성된 된장과 익힌 김치의 맛과, 오랜시간동안 발효된 각종양념장의 적당한 비율의 섞임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또한 오래 세월동안 찌개의 독특하고도 그윽한 맛을 구현해낼 수 있을 정도의 노련한 입맛을 가진 자의 그윽한 손맛이 함께 버무려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만들어진 한국식 찌개의 전체 요리과정은 비록 눈에 보여지는 것은 겨우 몇 십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실제로는 오랜숙성과 발효와 익힘의 과정까지를 모두 포함시킨다면 무려 몇 년의 시간이 담겨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서양식 요리에도 오랜 시간동안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재료들을 사용하는 음식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익히고 삮이고 발효시키는 과정이나 그 종류를 따지고 들어가보면 한국식 만큼이나 길고도 지루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한국인의 일처리 방식은 쓸데없어 보이는 주변머리를 어슬렁거리면서 정말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만 잔뜩 하고 있다가, 겨우 며칠 남겨두고서 왕창 몰아치기 식으로 일을 해내는 것이지만, 이미 그 안에는 주변머리를 어슬렁 거리면서 그 기간동안 쓸어담았던 것들이 최종본을 완성하기에 가장 적절하게 좋은 좋은 질료가 되어서 최종 작품에 스며들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걸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인 것이다.
한국인의 '그윽한' 맛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주변머리의 쓸데없어 보이는 혹은 일은 안하고 농땡이 피우다가 끝에가서 갑자기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벼락치기 문화속에서 만들어진 간접적 재료활용의 모든 과정이 스며들어 있음을 상징하는, 간접적인 것들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묵어져 속에는 담겨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한국인만의 문화적 단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저도 늘... 벼랑끝 작전을 즐겨쓰죠.ㅋㅋㅋㅋ
그윽하다라는 표현은 안정감을 주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그윽하게 바라보다라는 말도 있고,,, 이런 표현들은 외국어로는 표현 안되는 것이 많을 것 같아요~ 문화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서 인 것 같습니다 좋은 오후 시간 되세요~
그윽한이란 말이... 어려워졌어요. ^^
글이 아주 그윽합니다~^^
가볍게 생각하던 그윽한... 이란 표현이. ㅋㅋㅋㅋㅋ
어려워졌어요. ㅋㅋㅋㅋㅋ
그윽한건 깊은 눈매로 바로볼때 자주 썼는데요.
여러 표현이 있네용!!
저도 몇일전부터 생각했다가 그리는게 더 잘 그리고 좋은게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ㅎㅎㅎㅎ
우와.. 이어령씨의 글이나 이규태칼럼 같은 느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러니까 저의 게으른 업무추진 방식이 사실상 사나흘간 생각만 하다가 일필휘지 휘갈기는 서예 명인의 작업방식과 같다는 뜻이군요.
모두들 궁금해 하실까봐 제가부연설명 드립니다. ㅎㅎ
1.깊숙하여 아늑하고 고요하다.
된장찌개 그윽하죠..
오늘 점심에 먹은 묵은지 찌개입니다. 봉평[가벼슬]
허... 찌개를 보니 침이 고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ㅎㅎ
@yangmok701 님 글은 늘 몇번 읽고 몇번 생각하게 해주는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몰아치기에 익숙한 편입니다.
한 달 전부터 준비했을 때나
그 전엔 미동도 않는 것처럼 보이다
한 사흘 전에 초치기로 하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절대 공감입니다.
!!! 힘찬 하루 보내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5r5d5c
어마어마합니다!! 상금이 2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