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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살 수 있을까?

in #drawing6 years ago (edited)

박완서의 소설, 裸木이 생각납니다. 조선미술전람회(鮮展) 최고의 화가였던 박수근이 전쟁통에 살아남으려고 무명 손수건에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겠다고 동료와 추잡하게 자리싸움을 해야 했던, 그저 살아남으려고 ...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장 흔한 방법은, 교육자였던 시절도 있었지요. 서울대 교수였던 장욱진처럼, 머잖아 그 좋은 밥줄을 때려치고 바람찬 한강변에 무허가 판자집에 화실을 꾸미고 그림에 미쳤던 이들이 대부분이였지만 말입니다.

얼마전에 했던 생각인데, 백년도 지난 그림을 긁어 모아서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어서 고호를 살려낸 큐레이터가 누구였는지 궁금하더군요. 대중의 안목을 끌어 올릴 그런 일을 하는 분들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직도 기회는 많습니다. 몇년 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전시회가 열렸던 적이 있지요. 주최측에서도 반가사유상의 전시를 원해서 논란이 되었죠. 그런데 전시회를 끝날 때 즈음에는 하도 많아 보물도 아니었던 고려의 철불들이 이슈가 됐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후 고려 철불은 용산 지하 수장고에서 올라와 1층에 독립전시실을 꾸며서 상설 전시중입니다. 보물과 국보도 미적인 가치보다도 희귀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다 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누구나 예술을 할 수는 없지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 미술관에서 그림을 관람하면서 그저 침묵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한잔 놓고 하나의 그림에 대해서 편하게 서로의 감상을 나눌만한 사람들이 주변에는 몇이나 될런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