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30일 (수) 마약일기
결국 징계위원회의 해고 결정에 다시 한번 이의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POP의 나영정씨가 한겨레의 이번 결정이 마약 정책에 있어 좋은 선례가 아니고 한국 사회에 이런 관행이 정착되어선 안되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래. 한겨레의 당황스러운 결정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이건 인권을 존중한 판단이 아니다. 한겨레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 아닌가. 해고 될 때 되더라도, ‘마약을 했다는 것이 중범죄’라는 한겨레신문의 해고결정문의 문구라도 좀 바꿔내어보자. 이건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듯 하다. 마약 투약이 과연 중범죄인가.
자료를 검색해보았더니 얼마전 한 교사 공무원이 마약을 한게 적발되어 징계를 받았는데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징계위원회에서는 교직 박탈이 아닌 정직 1개월 처분을 한 것을 두고 ‘직무와 연관된 범죄가 아니다’고 판단해 그러한 양형을 결정했다고 한다. 교사와 기자는 모두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직업군이다. 그런데 왜 교사는 정직 처분이고 나는 즉시해고인가. 이렇게 차이 나는 판단의 근거도 징계위원들로부터 들어보고 싶다.
이 교사는 재판 이후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나는 경찰 수사도 안끝났는데 해고됐다. 나도 이 교사처럼 기소유예 처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료를 계속 찾던중 뉴욕타임즈의 선임기자 ‘데이비드 카’가 2005년 뉴욕타임즈에 자신의 젊은 시절 코카인에 중독되었던 경험담을 수필처럼 쓴 기사를 게재한 적 있음을 알게 됐다. 일종의 ‘약밍아웃’같은 기사인데 그렇다고 데이비드 카가 언론계에서 축출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되레 뉴욕타임즈는 자사 기자의 마약 중독 경험담을 기사로 내보내며 미국 사회의 중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쪽을 택했다.
한겨레가 뉴욕타임즈처럼 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마약에 대해서 이렇게 일반 대중들처럼 마녀사냥에 동참하는 것은 분명 잘못 아닌가. 어차피 난 해고다. 한겨레를 떠나면서 내 죗값에 책임을 지자. 다만 ‘아악’하고 소리 한번 내고 죽자.
※당부의 글.
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마약 문제에서만큼은 단 한번도 마약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연재글은 마약 사용자들이 어떤 일상을 살며, 어떤 고민들에 부닥치는지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자 시작한 것입니다. 마약 사용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마약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마약 사용자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이점 널리 혜량해주시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글 / 허재현 기자의 마약일기를 시작하며
https://steemit.com/drug/@repoactivist/4vbegb
▶대안 행동탐사언론 <리포액트> 후원회원이 되어주십시오
http://repoact.com/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