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1일 중독자의 회복일기.
"전미선 배우가 죽었다. 자살했나보다.
부럽다. 나도 죽는게 소원이다.
마약을 치사량만큼 구해서 한번에 털어넣고 세상 끝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심심찮게 한다.
죽고싶은데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건 참 커다란 고통이다.
안겪어본 사람은 이해를 못할거다.
그래도 난 살거다.
부모님을 끝까지 책임질거다.
그냥 고통스럽다는 얘기를 하는 것 뿐이다."
페이스북에 저렇게 지난 주말 올린 글 때문에 좀 다들 놀라셨나봅니다. 여기저기서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에구.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고맙구요. 좀 안좋은 일이 있어서 평소보다 좀 우울했던 건 사실이지만 정말 죽겠다는 의지를 표현한게 아니라, 죽는게 낫다는 생각만 했을 뿐입니다.
근데요. 이건 제 일상입니다. 그러니 너무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사는거보다 죽는게 낫다고 생각한지는 꽤 되었고 밤에 혼자 있다보면 몇번씩 이 말을 저도 모르게 내뱉곤 합니다. 마약을 치사량만큼 구해서 한번에 털어 놓고 바로 숨쉬는걸 멈출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꿈꾸지요. 제겐 너무나 일상에 가까워서 페북에도 좀 가볍게 글을 쓴건데
익숙지 않은 제 주절거림에 깜짝 놀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저하나만 바라보고 사시는 부모님 봉양을 끝까지 완수하고 죽을것이라 절대 지금 죽을 생각 없습니다. 이렇게 벌레처럼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거보다는 죽는게 편하겠다고 늘 꿈꾸는 것도 맞지만, 저는 제가 해낼 목표가 있으면 끝까지 안죽고 해내는 사람이니 너무들 염려 마십시오.
사실 중독자들은 마약때문에 고통받는게 아니라, 마약쟁이라는 혐오의 꼬리표와 삶을 끝장내버리듯 중독자를 사회와 격리시켜버리는 이 폭력적인 문화가 사실은 중독자들을 더 죽고싶게 만들어요. 저는 이걸 바꾸고 말 겁니다. 지금 한창 선거중인 영국은 총리 후보자 10명중 8명이 마약 전력자입니다. 물론 이들도 저처럼 대중에게 사과는 해요. 다만 저와 달리 죽고싶단 생각을 하기보단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더 달라고 말하지요. 영국 국민들도 그렇게 이해하고요. 저는 한국 사회도 이렇게 만들겁니다.
중독자 커뮤니티에서 또 누가누가 자살했단 소식이 잊을만 하면 들려와요. 사회에선 이 사람이 왜 자살했는지는 모르지요. 고인에 대한 명예 탓에 가족들은 마약 이야기는 입밖에 꺼내지 않아요. 그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약으로 괴로워하다 죽어가는지 우리 사회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저 우울증 탓에 죽었나보다 하고 말죠. 우울증의 원인도 모른 채. 우울증은 사회적 질병인데...
이건 제가 중독자가 되고난 뒤 알게된 놀라운 발견이에요. 저는 아마 스스로 숨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많은 사람인 것도 맞지만, 적어도 중독자들에 대한 잘못된 제도는 바꿔놓고 죽을 것이니, 너무들 염려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전, 죽는 것을 그렇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니 저를 너무 안타깝게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 그럼 이만 우울증 달래러 또 운동하러 가요! ^.^ 그럼 남은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저더러 죽지말라고 걱정해주시는 일부의 여러분보다 아마 제가 더 건강하게 시간 보낼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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