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esse
주말에 칠곡을 다녀왔다.
미취학 아동일 때의 모든 시간이 담긴 곳이며, 나의 모부에게는 아픔이 담기기도 한 대구시 북구 읍내동 에덴아파트. 결코 싱그럽진 않지만 선명한 기억과 추억이 담긴, 유년시절을 보낸 집이다.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든 생각은 ‘왜 이렇게 작지?’였다.
유치원에 다녀와 해가 저물 때까지 시간은 길었고, 고작 두 채 있는 건물 사이가 그리도 멀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그곳은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도 작은 공간이었다. 넓다랗다고 생각했던 집 앞 골목도 너무 좁았고, 그렇게 가파르다고 생각했던 입구 오르막도, 고작 1년을 다닌 초등학교의 교문과 운동장도 모두 작았다. 마치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마냥, 작다는 말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서문시장에서 사준 네발자전거를 밤 늦도록 타고, 가을이면 무수히 떨어지던 노란 은행잎 중 가장 예쁜 것을 주워 엄마에게 선물하던 집 앞 공동현관. 봄에는 라일락이, 여름에는 붉은 사루비아가 피던 화단. 천원 짜리를 손에 꼭 쥐고 내달리던 아파트 입구 앞 경사와 작은 슈퍼. 노란 원복을 입고 엄마와 함께 기다리던 유치원 셔틀버스 정류장과 그 옆에 있던 봉봉. 홀로 종일반으로 남겨지면 뜯어 먹던 간식과, 날이 어둑해지면 나를 찾으러 오던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
기억력이 무척 좋은 편이라, 엄마는 나와 옛날얘기를 나누면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느냐며 놀라곤 했다. 사실 기억력이 좋다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편인 것 같다. 외숙모가 사준 투명 플라스틱 구두를 신고 거칠게 포장된 시멘트 바닥을 누비며,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과 뭐 그리도 신나게 뛰어다녔는지. 허락도 없이 친구의 집에 쭐래쭐래 따라가 저녁밥이나 간식 따위를 얻어 먹고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는 마냥 혼내기보다는 그저 안타깝다는 듯 안아주고는 했다. 또래 친구를 사귀는 법에 서투르고, 외로움에 동생을 늘 바라던, 혼자였던 나.
노랗게 바랬지만, 결코 낡지 않은 그곳에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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