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꿈이 뭐니?] 쓸모있는 글을 쓰는 작가

in #flightsimualtion6 years ago (edited)

[너 꿈이 뭐니?] 프로젝트


@nosubtitle 님의 지목을 받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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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내 꿈은 작가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매일 그림일기를 쓰는 숙제가 있었다.

손이 빨랐던 나는 대충 그림을 그리고, 그 밑에 서너 문장 정도를 쓰면 숙제를 끝낼 수 있었다.

기껏해야 15분 정도 걸렸으려나?


문제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그림일기 대신 그냥 일기장을 쓰는 것으로 숙제가 바뀌었다.

대여섯 줄 정도만 쓰면 되던 것이, 이제는 스무 줄이 넘는 빽빽한 공책을

문장으로 채워야 하는 노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정직하게 일기를 써봤다.

세상에...일기장 한 바닥을 쓰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걸 빨리 쓰고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아야하는데...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시절, [바른생활]이라는 교과서가 있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도덕책 같은 것이다.

그 책의 맨 앞장과 뒷장에는

동시가 하나씩 실려있었다.

그 시를 보는 순간, 나는 신의 계시를 받은 것 처럼 하늘이 맑게 열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거야!


단어 하나를 쓰면 줄을 바꿔도 된다.

한 문장을 다섯 줄에 나눠서 적어도 된다.

그러고나면 또 한 줄을 띄어 쓸 수 있는 마법의 세계.

그렇게 일기를 시로 바꾸어 쓰자, 10분도 걸리지 않아 숙제가 끝난다.

시는 나의 구원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선생님께 혼날줄 알았다.

이게 뭐냐고, 숙제를 이렇게 요령피우고 성의없이 쓰면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선생님께 돌려받은 일기장 밑에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코멘트.

아이가 참 감수성이 풍부하네요.

아이가 재능이 엿보입니다.

남들은 다 해본다는 반장 부반장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고

성적은 늘 뒤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는 내가 이런 칭찬을 받다니

늘 수심 가득하던 어머니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어오른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주 3, 4일을 시로 일기장을 적었고

칭찬을 받을 수록 내가 정말 글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꿈은 작가가 되었다.


2004년 봄, 나는 신인문학상을 타며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껍데기일 뿐이었다.

스승도 없고, 인맥도 없는 나는 글로 밥을 먹기는 커녕 글 하나 발표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전업작가가 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나는 작가가 되는 것만 생각했지, 작가가 된 후 어떤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던가.

나는 작가로서 어떤 존재의의를 가질 것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던가.

내가 쓰는 글이 어떤 쓰임으로 세상에 머물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지금의 나는 직장인이다.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

어느 한 회사의 인사 자문위원.

피키캐스트의 외부 협력 에디터.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글 쓰는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브런치 위클리매거진 작가.

취업조언 콘텐츠 연재작가.

하지만 이건 내가 쓰고 싶은 글이라기보다,

세상에 좋은 쓰임이 되기를 바라고 쓴 글이었다.


몇달 전, 처음으로 내가 쓴 소설을 출판하고 싶다는 출판사 대표를 만났다.

난생 처음으로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을

세상에 내놓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셈이다.

아마도 내 꿈은 이제 막 시작된 모양이다.

써야할 글, 쓰고 싶은 글

세상에 내놓았을 때 쓰임을 받을 글을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이제, 세 분을 지목합니다! (하는 것은 자유)


@feelsogood
@cynthia2003
@nohah


꿈 릴레이 챌린지

타이틀에 [너 꿈이 뭐니?]를 달아주세요.
자신의 꿈과 지금은 어디까지 왔는지 얘기해주세요.
3명의 스티미언을 지정해주세요.
#flightsimulation 태그를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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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낫. 정말 이제 시작이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머지 않은 시일 안에 카일님의 소설을 세상에서 볼 수 있겠군요. 시를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재밌었어요. 잘 받아주신 선생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카일님도 있는 것이겠지요? 따뜻한 꿈 이야기네요. 좋은 한 주 되세요!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선생님이지만, 참 감사한 분이지요^^ 어느 정도는 요령 피우는 거라는 걸 알고 계셨을텐데, 용기를 주고 북돋아주셨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네요. ab7b13 님도 마음 따듯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날씨가 좋아서 덩달아 신나는 아침이네요!

작가가 꿈이셨군요..
문학상까지 타셨다니 이미 작가 아닌가요??
일도 부지런하게 하시네요... 직함이....
꿈은 이루어진다....

직함은 이사 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직함이 별 의미가 없죠^^;;;ㅎㅎㅎ

꿈은 이루어진다! 믿고 열심히 오늘 하루도 불태워봅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연재를 하고 계셨네요 ㅎㅎ
스팀잇에서 이제 카일님의 쓰고 싶은 글을 볼 수 있는 건가요? :)
소설 출간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출간되면 스팀잇에서도 홍보해야겠어요~!!

네네-! 적당히 여백이 있는 글이 저는 참 좋더라고요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고 계신지요? 기분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이 글을 읽으니 마음으로 응원 가득 드리고 싶어집니다(+미미하나마 보팅). 제가 힘이 나네요.

앗, 감사합니다^^ 부끄럽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