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82년생 김지영

in mini.topia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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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조남주(1978년생)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PD 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함.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 <고마네치를 위하여> 를 각각 2011년, 2016년에 냈고 둘 다 소설상과 문학상을 수상함.




정말 오랜만에 읽는 소설책.

소설책은 참 손에 안집히지만, 그래도 이 책 <82년생 김지영>은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소설책들 중 하나였다.

소설책을 읽고 영화로도 봤는데, 책이 낫다.




저자가 82년생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당연히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이렇다 저렇다 소설에 대해 평가할 깜냥은 되지 않지만 문장들에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 시원시원하게 잘 읽힌다. 그리고 나름 재밌다.




김지영 씨 가족은 너무 유교적이고 고지식한 집안이었나 보다.

집안 어른들이 아들~ 아들~ 하는게..

김지영씨 어머니가 셋째를 임신했을 때, 딸이라는 소리에, 아무도 모르게 혼자 병원가서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장면이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네번째 임신으로 얻은 아들이 김지영씨의 동생이다.




1999년에 남녀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됐고, 2001년에 여성부가 출범했다는 말이 나온다.

1999년이면 내가 군휴학 중이긴 했지만 대학 다니던 시절인데.. 남녀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제도적으로 생겨난 것이 생각보다 얼마되지 않았구나 싶다.

그 시절만 생각해도 지금은 완전 딴나라 세상이 되었다.

휴대폰이란게 막 보급되던 시기이고,

대학 강당 건물 복도 등 어디서나 담배를 피워댔고, (야간에는 버스 뒷자리에서도 폈다.)

잔디밭이란 잔디밭에는 늦은 오후만 되면 맥주를 짝으로 사와서 삼삼오오 모여 과자를 안주 삼아 술마셨던 기억이 난다.




김지영씨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고생하며 힘들게 컸지만, 금손이다.

말단 공무원 남편의 적은 월급으로 세 자녀와 함께 빌라에 살면서, 투자목적으로 전세끼고 아파트를 매입했었다.

그러다 남편이 희망퇴직 시점, 제법 이익을 남기면서 아파트를 팔고, 미분양 상가를 매입한다.

이후 상가에서 여러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지만 실패.

그러다 맞은편 신축 건물에 곧 어린이 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프랜차이즈 죽집을 차린다.

예상은 맞아 떨어지고 죽집으로 돈을 제법 번다.

그러는 사이 상가 근처 대단지 42평 아파트 분양을 받아 들어간다.




김지영씨가 대학생이 되는 시기부터 졸업, 취업준비, 직장생활 시기까지 남성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차별받거나 당한 일화들이 주욱 나온다.

그 일화들을 읽으면서 요즘은 많이 없어지거나 완화되었나.. 생각해본다.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다.




책 초반, 김지영씨가 주변의 다른 사람으로 빙의되는 장면들이 나왔다.

이후 그 빙의된 상태로 이야기들이 흘러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과거부터 빙의가 시작되기까지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2년을 열렬히 연애하고 또 3년을 같이 산, 빗방울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눈송이처럼 서로를 쓰다듬었던, 자신들을 반씩 닮은 예쁜 딸을 낳은 아내가, 아무래도 아내 같지가 않았다.

음.. 그러게. 책에서 나온 남편이 아내에게 느끼게 된 계기는 다르지만, 나도 좀 그렇다.

함께 산 세월이 10년이 다가갈수록 지금의 아내는 예전의 그녀 같지 않다.

가만히 보면, 아내는 나를 가마니로 본다. 가만히 있으니 말이얏!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중략)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 주셔야죠.

추석에 김지영씨가 자신의 어머니로 빙의되어, 시댁 식구들에게 한 말이다.

뭔지 모르게 나도 쾌감을 느꼈다.

여보, 시댁 좀 가자! ㅎㅎ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다.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진 않고, 당장 일을 그만두기도 어렵다.


202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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