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임정집
문득 떠오르는 격한 감정을 썼다 지웠다 아니면 그냥 쓰고 싶을 때, 아님 습관적으로. 더 아님 눈 오다 비 오다 맑다가 바람 불고 흐리다 차갑다 갑자기 뜨거워지는 온도에 반응을 한다든지. 뭐 어쨌든 글을 쓸 때만큼은 나의 순간과 단어들이 잘 맞았으면 좋겠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의미가 될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전부와 안 보이는 초미세먼지, 누워서 몇 년 봐 왔던 천장 벽지의 모양 등등. 갑자기 의미를 붙이게 되는 순간은 '꽃' 그 이상 의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고, 알코올솜으로 닦아 깨끗해졌다고 믿고 있는 휴대폰에 남겨진 0.0001미리의 세균에게도 의미를 남긴다.
실제로 무섭게 의미를 가지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단순 의미 찾기가 무섭게 커져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집착은 잦은 우울증으로 변하기도 했으며,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고, 자신이 진실을 안다는 자만심도 가득했다. 스스로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단어도 일부러 어려운 한자어를 골랐고 책을 읽을 때는 멋있는 문구만 찾아냈다. 해석을 하려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쓸 필요가 없었는데. 다른 사람이 읽기에 처음 보는 단어나 한자어가 많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가 어떻게 잘 쓸 것인가에 대한 물음보단 남에게 어떻게 읽혀야 되는지가 더 중요했다. 주제가 있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다르게 글을 쓸까라는 걸 찾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누군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물으면 엄청난 위인이 된 표정으로, 몰라도 될 5년 전의 이야기부터 친절히 설명해 준다. 물론 직접 들은 얘기를 적은 거지.
시간이 갈수록 의미는 그의 손목을 잡게 된다. 글을 쓰는 건 자신인데 다른 사람이 돼 있었고, 여전히 자신의 만족보다는 평가에 두려움이 앞선 채 글을 쓰고 있었다. 그에게 창작이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몇 년 전 소주 한잔 하면서 그는 현재의 자신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난 아는 체를 하는 글쟁이에 불과하다. 작은 거에도 큰 의미를 발견한 것마냥 글장난이나 치고 있었다. 내가 나를 선동한 것이다."
이제는 글을 안 쓰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 소주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요즘은 다시 글을 안 쓰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너무 바쁘고 시간낭비예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취기가 올라왔을 때 다시 물어보았다.
"첫 번째는 과거의 내 글이 너무 부끄럽네요. 두 번째는 예전처럼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자신이 없네요. 세 번째는 내 글에 대한 당신들의 평가가 무서워서 시작도 못하겠어요."
아직 집착에 못 벗어난 것 같았다.
이제 나에게 돌아와서, 글을 쓴다는 건 누구처럼 삶의 법칙과 진리를 거창하게 풀겠다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주제에 대해 이렇게 접근을 해 볼까 이것이 나에겐 글을 쓰는 이유일 것이다.
어느 누구는 나에게 발전이 없다고 했는데 내가 상관할 건 아닌 듯. 난 재밌게 글을 쓸 거니까. 아주 우연한 기회에 좋은 친구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글을 쓰기 시작한 오늘, 재밌는 일상에 앞으로 어떤 글을 쓰면서 재미를 더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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