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어쌤]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

in #kr-english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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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커넥츠라는 앱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됐는데요. 거기에 대해 소소하게나마 일상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가끔은 노래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 않겠어?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퀘스트에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무렵, 가끔은 노래로 공부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최소 2주, 길면 8주 정도 걸리는 '이야기'와 달리 노래는 짧기 때문에 딱 일주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단위로 갱신되는 퀘스트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잭과 콩나무'로 시작한 퀘스트는 한참 '천일야화 -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고 있었다. 물론 그 내용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전체를 다 다루지는 않고, 앞부분, 그러니까 어떻게 세헤라자데가 술탄의 왕비가 되어 죽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 천일야화의 탄생 비화까지를 읽고 공부했다. 그것만 하더라도 거의 한달 반은 걸린 것 같았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슬슬 지칠 때즘, 노래 한곡 땡기고 가는 것도 좋겠지. 두 달에 한번은 노래로 공부하자!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


노래로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노래를 고르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노래도 다 저작권이 있기 때문. 게다가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른데 어떤 노래를 골라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최근 노래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

일단 랩이 있는 노래는 제외하기로 했다. 말이 너무 빨라서 듣기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다가, 웬만한 노래들은 가사를 해석해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영어원서를 읽는 퀘스트니까, 이왕이면 '이야기(story)'가 있는 노래가 좋지 않을까? 가사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고, 가사에 이야기가 담겨 있는 노래. 나는 뮤지컬이나 영화 ost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해서 눈에 띈 것이 뮤지컬 < 틱 틱 붐 >에 나오는 노래
Louder than words"였다. 이 뮤지컬은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뮤지컬 작곡가를 꿈꾸면서 힘겹게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젊은 날, 미래에 대한 불안, 놓칠 수 없는 희망,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그래도 붙들고 싶은 꿈 등을 노래한 뮤지컬이다.

조나단 라슨은 < 렌트 >라는 뮤지컬로 대히트를 쳤는데, 아쉽게도 뮤지컬 오픈 하루 전날 대동맥 파열로 숨지게 된다. 자신의 성공을 미처 보지 못하고 삼십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 < 틱틱붐 >이 전하는 메시지는 더 크게 와 닿는다.


그런 노래 없다, 다시 불러라!


이렇게 멋진 뮤지컬에, 이렇게 멋진 노래라니! 이 가사를 보면 모두들 폭풍공감을 할 거야, 나는 자신했다. 내 퀘스트를 들으며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 나이대일 테니까. 가사로 공부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런데 내가 한 가지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가사가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서른을 목전에 둔 젊은 청춘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가사였는데, 그러다 보니 구어체도 많았고, '미국 젊은이들이 알고 있는' 문화나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어려웠던 거다. 물론 "가진 것은 없지만, 꿈을 노래하는 청춘"이라는 큰 틀은 똑같지만, 그걸 나타내는 방식에서 미국의 문화를 모른다는 게 걸림돌이 되었다.

수많은 질문과 대답, 해설지 속에 겨우겨우 노래 한곡을 끝마쳤다.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준 멤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너무 어려운 노래를 골랐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노래는 끝났고, 이제 다시 원서 읽기로 돌아왔다. 이번주부터는 백설공주를 읽는다. 말랑말랑 아름답게 각색된 디즈니 버전 말고, 살벌한 원작을 발췌해서 읽기로 했다. 이왕 읽는 거 제대로 읽어봐야하니까.

지난주 노래가 어려웠는지 퀘스트 듣는 인원이 줄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쉬운(?) 노래를 골라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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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어떻게 하면 선생님 처럼 보팅이 많은 글 쓸까요?
은근 욕심이 나는군요. 예전에 페북이나 인스타그램 좋아요 100개 못 넘으면 막 신경질? ㅋ 나고 그랬는데

즈음 영어도 공부해야 하는데 노래로 공부하는 방법도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한적이 있었어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보팅 많이 받는 비결 공유해 주시면 넙죽 감가 드릴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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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 있었군요. 맨 끝줄에 '감가' 아니고 '감사'로 수정합니다. ㅎ 스팀파워 구매하라고 뜨던데 이 댓글 오르려나 모르겠군요.

저보다 잘 하시는 분들도 많으셔서 제가 뭐라도 되는 양 비법(?) 공개를 하는 건 좀 우스울 거 같네요. ^^;
그렇지만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몇가지 길은 있는 거 같아요. 물론 그대로 따른다고 다 보팅을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요.
꾸준히 글을 쓴다(자주 쓰고, 꾸준히 쓴다), 다른 회원들과 소통한다(보팅과 댓글로), 저 같은 경우는 글의 내용을 특화한다(주로 영어, 책, 운동 관련 글만 씁니다),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글,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쓴다(이건 좀 주관적이긴 합니다. 제 개인 경우임을 밝힙니다), 스팀잇 좋은 글/작가에 뽑힌 적이 있다(저 같은 경우 전에 스팀잇 활성화 차원에서 진행했던 작가 선정 이벤트에 뽑혀서 많은 분들께 홍보?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스팀잇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전에 스팀잇 사이트 번역이라던지 이지스팀잇 책 출간 등 스팀잇 활성화 작업에 참여/재능기부 등을 해왔습니다).. 더 있을 텐데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네요. 많은 분들이 제 글에 호응해주셔서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 써놨지만 제가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고요. ^^; 두서없이 적었는데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응원합니다~^^
@tipu curate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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