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면 난 항상 불만이었는데 그것은 수 많은 사촌들 중에서 나만 꼭 사랑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촌동생들, 삼촌들과 놀다가 자고 싶은데 일찍 자야하고, 아침엔 늦잠 자고 싶은데 새벽 같이 일어나야하고...또 손자 추울까 싶어서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바닥이 너무 뜨겁고, 혹 손자 감기 걸릴까봐 싶어서 이불을 걷어차면 다시금 덮어주셔서 너무 답답함...
하지만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자는 것이 불만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냄새였다.
Photo by stevepb on Pixabay
시골에서 하루 자고나면 내 몸에, 또 내 옷에 냄새가 배었다. 퀘퀘하기도 하고 뭔가 시골스러운 냄새. 그 냄새는 시골집에서 나는 냄새도 있지만 노인분들에게서 나는 노인 냄새일 것이다. 사람이 기력이 빠지다보니 몸에 쌓인 노폐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나는 노인 냄새.
중학생 쯤 되었을 땐 장손인 나의 운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조부모님 곁에서 잠을 잤다. 물론 그 때도 냄새가 배었으며 집으로 돌아오면 평소보다 더 격하게 샤워를 하곤 했다. 그렇게 서른이 넘어 결혼하기 직전까지 조부모님 곁에서 잤다.(참고로 나의 조부모님은 아직 정정하시다.)
이틀 전 고향집에 다녀왔다. 어버이날도 다가오고, 또 꽤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그런데...
그 시절 시골 사랑방에서 맡던 냄새. 단순히 시골집의 냄새라 생각했던 그 퀘퀘한 노인 냄새가 우리 부모님이 살고계신, 내 어릴 적의 보금자리였던 그 집에서 조금씩 느껴졌다.
그리곤 서글퍼졌다. 우리 부모님도 이제 노인이 되었구나...하긴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내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으니 노인인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내겐 늘 엄마고 아빠인 분들의 보금자리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맡을 수 있었던 노인 냄새가 난 다는 것, 내 추억이 깃든 고향집에 시골집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가 난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사실이었다. 그러곤 문득 두 분을 보니 많이 늙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숭생숭하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아버지의 검진결과 때문인줄 알았는데, 꼭 그것만은 아닌 듯 하다. 삶에 치여 고개 돌릴 틈도 없이 살던 사이 나의 부모님도 조부모님처럼 노인이 되었고, 나도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 내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서인지 글도 혼란스럽다.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ㅠㅠ
공감해주시니 큰 힘이 됩니다 ^^
👨 아버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시골냄새, 노인냄새 어릴적엔 정말 코를 찌르는 지독함이 느껴졌었죠. 근데 생각해보면 젖비린내, 성장기 사내아이 냄새, 군바리냄새, 총각냄새 까지 다 참아주신 부모님! ㅎㅎ 공감하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부모님께서는 모든 냄새를 참아주셨군요. ㅠㅠ
이글을 읽으며 어릴적 할아버지 담배냄새가 무척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 어린 시절 조부모님의 냄새가 참 싫었었는데...ㅠㅠ 그 냄새가 부모님에게서 나네요
이글을 보니 다가오는 어버이날 가서 더 잘 해드려야겠다 생각이 드네요
ㅠ 오늘 어버이날입니다. 전화 한 통 드려야겠네요
눈시울이 촉촉해지네요 ㅜㅜ
리얼린님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세요^^
우부님도 연휴 마무리 잘 하세요 ^^
어릴적 시골에 가면 닭 잡아주시던 증조 할머니가 떠오르네요. 할머니에게 안기면 넘나 편안해졌는데 말이죠....
그렇군요 ^^ 저도 조부모님께 자주 안겼으면 좋았을 것을...ㅎㅎㅎ
이제 우리나이가 그러네요..ㅠ
엄마 압삔는 늙지 않을거 같고 그랬는데..
서글프네요
네 ㅠ 서글픕니다.
엄마,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어요.
아.. 읽으며 저도 많이 공감했어요. 이번에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집에 갔는데.. 오랜만에 뵐 때마다 부모님이 많이 변해가는 느낌이에요. 자주 뵙지 못하니 그 변화를 더 잘 느끼는 것 같아요. 서글픈 마음입니다..
맞아요. 오랜만에 뵈니 부쩍 늙으신 것이 보이더라구요 ㅠㅠ
제가 나이든 만큼 부모님도 늙으셨다는 걸
이번에 와서 알게 되었어요
리얼린님글을 읽으니 마음이 뭉클하네요 ㅠㅠ
네, 자식은 부모의 젊음을 먹고 큰다는데...제가 부모님 젊음을 싹 긁어먹었니봐요 ㅠ
문득 부모님이 늙으셨구나 느낄때가 있는거 같아요.
그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죠 ㅠㅠ
네 ㅠ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짱짱맨
어릴적 싫어했던 그 냄새가 이제는 그리울때가 있답니다.
살아계실때 좀 더 잘해드려야지 하는 후회와 함께요.
아버님께서 어디가 안좋으신 모양이군요.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전 오늘 부산에 어머니 뵈러 갑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다시 들게되네요.
감사합니다.
가시고기님도 어머님께 따뜻한 마음 꼭 전하는 어버이날 되시길 ^^
ㅠㅠ 뭔가 슬퍼요
그런가요 ^^ 이렇게 모두 나이가 들어가는가봐요
괜히 울컥해지네요
나이든게 실감이 될때는 서글퍼져와요
네, 저 나이 든 것도 그렇지만 부모님 나이 드는 것은 정말 서글퍼지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