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아수라 (2016)
개봉 당시, 정우성부터 곽도원, 황정민, 주지훈 등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사람들의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영화입니다. 개봉 전에 무한도전에 출연진 거의 전원이 나와 홍보하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개봉하고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냉담했습니다. 신세계에서 내부자들, 그리고 아수라로 이렇게 이어질 줄 알았던 한국 느와르의 계보가 아니라 밑도 끝도 없이 막 나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거든요.
영화 내내 대사에 '씨발' 소리가 거의 30초에 한번씩 나오고 시도때도 없이 사람들이 죽습니다. 착한 사람들은 단 한명도 안 나오고 모조리 싹 다 나쁜 놈들인데다 마음을 달랠만한 훈훈한 장면, 웃음기 하나 없이 영화 전체가 칙칙하기만 합니다.
정말 과잉되었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지나치게 모든 사람들이 흥분해있고, 모든 상황들이 극단적으로 흘러가다보니 보고나서 굉장히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인 가상의 도시, 안남시부터 이 영화는 완전한 허구라고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이 영화는 현실적으로 그려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가만보면 모든 인물들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아무리 부패한 시장이라고 하나 무슨 거의 깡패 두목 마냥 지맘대로 하는 시장 황정민부터 (사실 깡패 두목보다도 무슨 마왕에 가깝습니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비리경찰 정우성, 만만치않게 지맘대로 하는 악덕검사 곽도원까지….
요근래 트렌드였던 사회비판, 고발식의 느와르나 통쾌한 복수극을 바라면 이 영화는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싹 다 나쁜 놈들이라 어느 누구 감정이입을 할만할 캐릭터가 없으니까요.
인물들 각자의 행동들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은 있었어도 각자가 가진 특성, 관계는 참 맘에 들었다.
인터넷에서 봤던 글들 중에 김성모 작가의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도 정말 그 의견에 동감하는게 모든 상황들이 마치 만화처럼 극단적이고 자극적입니다. 김성모 작가 만화들이 잘 만든 만화는 아닐지라도 저한테는 요상하게 재밌었거든요.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극악무도한 아수라장,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쓰레기들끼리 한치의 양보도 없이 피튀기며 싸우는 혈전이라 보시면 아주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얼키고 설킨 사람들이 마지막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끝장을 보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례식 씬이 그걸 제대로 끝까지 보여줍니다. 다 각자 한가지씩의 무언가를 갖고 모인 이들이 모든 꺼풀이 벗겨진 채 짐승처럼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진풍경이었습니다. 욕 많이 먹는 결말도 전 진짜 맘에 들었네요.
이 영화의 단점이자 장점은 앞서 계속 언급했다시피 과하다는 것입니다. 진짜 너무 과해요.
그러다보니 모든 캐릭터가 말이 안된다 싶을 정도로 행동하니 상식적으로는 이 영화를 가만히 보고있기가 참 힘듭니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이렇게 갈데까지 간 영화 보는 재미가 있어요.
영화 내내 비춰지는 안남시의 모습은 어둡고 칙칙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세기말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그 끔찍한 분위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나쁘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세기말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특히 오프닝에 어두침침한 안남시 비출 때에는 저게 한국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정말 무시무시한 연기를 보여줬었던 황정민 씨. 개인적으로 황정민이 느와르 장르에서 맡았던 악역 역할 중에 아수라에서의 역이 제일 무서웠다.
저는 이 영화를 꽤 좋아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하기 참 꺼려지는 영화입니다. 영화 분위기상으로 보나 개연성으로 보나 전체적으로 깔끔한 영화도 아니거니와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고, 또 불호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영화에요. 쓰레기 영화라고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듯 정우성 씨의 너무나 어색한 욕은 저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일각에선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정우성이 억지로 욕을 하는 분위기를 살렸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좀 많이 어색한 건 사실이니까요.
이 영화의 아주 불쾌한 밑도 끝도 없는 폭력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2시간 약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은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정교한 범죄 느와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정말 끝까지, 아니 끝을 넘어서서 다 찢어발겨버리는 아수라 같은 영화입니다.
아수라의 영화판떼기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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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us707님도 아름다운 3월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황정민씨.. 신세계때의 그 느낌하고는 완전 다르더라고요.. 무서운 악역의 표본을 보여주는것 같았습니다..
장난끼도 있었던 달콤한 인생 때나, 오히려 가장 인간적이었던 신세계 때랑 다르게 아수라에서는 정말 악마를 보는듯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