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전자렌지 그리고 엄마의 눈물...

in #kr-newbie7 years ago

사진만으로도 느껴지죠?
너무나도 오래된 세월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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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30년 정도 된 듯하네요.
87년인가 88년에 산 우리집 첫번째이자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전자렌지입니다.

지금도 밥 데워먹고, 강아지 고기 데워주고, 해동시키고 가끔 빵도 해 먹고 감자랑 고구마도 잘 쪄먹는 팔팔한 현역 전자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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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와 세탁기를 새로 구입하면서 집정리를 했습니다.
동생이 이제 전자렌지 버리지? 얼마하지도 않는데 새거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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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별명이 놀부였습니다.
그러더니 언니가 애기 낳고 집에 오니 에어컨 스탠드형을 떡 하니 사 놓더라구요.
그러면 뭐합니까...
전기세 아깝다고 몇번 틀지도 못하고 나이만 먹다가 몇년전에 그냥 넘겼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애도 아니었건만...한 20년만에 그 에어컨이 집에서 떠나던 날 어머니가 우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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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전자렌지 버리라는 그 소리에 또 눈물을 와락 쏟으시네요....ㅠㅠ

뭐그리 알콩달콩 애닳던 부부사이도 아닌것 같드만 왜 울어!!!!! 하면서 웃어 넘기려 했지만 마음 한켠이 찡 해옵니다.

아빠랑 살면서 장만했던 물건 들 중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한 물건인가봅니다.

TV, 오디오,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등등은 이미 벌써 요단강 건넜거나 새로 다 바꿨는데 아직 전자렌지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안경 벗고 눈물 닦는 어머니 어깨를 툭툭 건들면서
내가 저거 고장나도 안버릴께 걱정마!!!!
드럽게 무거워서 전자렌지 놓는 그 가구가 다 내려앉아가는데도 내가 안버릴께!!!
좀 닦아서 깨끗하게나 씁시다!!!

나름의 위로를 건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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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살면서 장만했던 물건들중 유일한 물건이라는 말에 저도 눈물 ㅠㅠ suico님 글 보면서 여러번 울컥합니다 제가 좀 눈물이 많네요ㅎㅎㅎㅎ 아무리 오래되고 낡았어도 그 물건이 누구를 생각나게하면 못 버리는거 같아요 저도 엄마가 저한테 만들어준 15년된 이불 패드를 아직 갖고있어요 대학갈때 방에서 따숩게 자라고 엄마가 바느질해준거라 면이 다 해지려고 해도 갖고있네요^^ 아마 울엄마는 모를거예요 제가 갖고 있는지ㅎㅎ
suico님이 전자렌지 꼭 지켜주소서!^^

^^오늘은 냉장고를 떠나보냈습니다
아빠계시던 끝자락에 산거라 눈물까진 안흘리셨어요ㅎㅎ
뭐든 오래 함께하면 드는 그 정이란게 무섭네요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네요^^

소녀감성 어머니....ㅠㅠ 귀여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