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사람

in #kr-philosoph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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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진실의 반대가 거짓이라면, 진실한 사람은 거짓됨이 없어야 한다. 거짓됨이 없는 사람의 최소조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능력을 가진 사람 중 태어나서 한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세상에 진실된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얼마나 우울한가? 그러니 과거에 진실되지 않았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며 진실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자. 어디까지가 과거이며 어디부터 현재인가는 따지지 않겠다.

생애에 걸쳐서가 아니라, 현재 거짓말을 하지 않기는 쉽다. 말 자체를 하지 않으면 거짓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조건은 최소조건일 뿐이다. 진실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짓을 말하지 않음이 진실됨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나와 가족들이 사는 집에 불이 났다고 하자. 나는 집에 있었지만 안전하게 대피했으며, 가족들은 외촐 중이라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내가 무사한 모습을 보고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가족들도 별 탈 없냐고 묻는 A에게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상대는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 어쩔 줄 몰라하며 말을 잇지 못 할 것이다. 과연 넘겨 짚고 오해한 A의 문제인가? 때로는 말하지 않음과 거짓은 다르다는 주장을 듣는다. 만약 A의 반응이 궁금해서 A를 놀리기 위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단순히 말하지 않았을 뿐인가?

이번에는 침묵 대신 무언가를 이야기 한다고 하자. 진실된 사람은 거짓을 말하지 않으니, 사실만을 이야기 해야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내가 한숨을 내쉰 후에 "가족들은..."이라며 말을 끝내지 않는다면 A는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A는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말을 잇지 못 하고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것이다. A는 오해했으며, A의 오해는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은 나에게 원인이 있다.

예측할 수 있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거짓된 사람일까? 사실 나는 가족들은 외출 중이라서 무사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하다는 안도감과, 극심한 재산피해에서 오는 좌절감이라는 강한 두가지 감정들이 몰아쳐서 자꾸만 목이 잠기고 말을 하기가 힘들어서 말을 맺을 수 없었다. A가 오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내 안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약하여 불운한 사고를 겪고도 나를 위로하려는 상대의 생각까지 배려할 수 있을 정신력은 없었다는 이유로 나를 진실되지 않은 인간이라 여길 수 있겠는가?

진실됨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실이 드러나야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기도 하고, 그 순간이 아니면 드러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감추어지기도 한다. 많은 것이 감추어지고, 이미 드러났던 것들은 뒤틀린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메세지 자체는 메신저의 진실됨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 한다. 진정 중요한건 내가 A에게 아무 것도 감추지 않고 상세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그 순간에만은 진실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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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격언도 있죠 ㅎㅎ 게다가 상세하게 진실하게 설명하려는 시도와 무관하게 그 언어에서 다른 걸 읽는 사람도 있을테고.

결국 의식과 언어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람은 타인에게 진실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진실은 전달하기에는 실은 세상에 있는 단어들이 너무 적은지도요... 사랑해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끊임 없이 노력할 수는 있죠. 상대가 나를 알면 알수록 나에게서 읽어내는게 늘고, 내가 상대를 알면 알수록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통계이긴 하지만 인간은 대부분 거짓을 말하며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진실한 사람들이 있죠
만나면 복이되는 덕스러운 사람들이죠 ^^
저도 한때(?) 거짓을 말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때가 있습니다. ㅎㅎ
항상 정직하게 말한다는 원칙은 단순해서 의외로 편하고 효율적이라 느낀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융통성이 늘어서 절대 저 자신이 정직하다고 말하기어렵네요
오해는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합니다. 진실한 사람은 강해요 ^^

저는 정직하고 싶어서 정직한게 아니라, 묻는 것에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심장이라도 멎을 것처럼 상세하게 답변하곤 합니다.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그냥 편하게 넘길 수도 있을텐데...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해도..파면팔수록 진실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있죠..
정말..침묵이 진실이라고 느낄때가 있는거같네요 ^^ 어쩌면 그게 진정 진실일지도요..
좋은글이 너무많아서 팔로우 하고갑니다^^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 둘다 봐야지 알 수 있으니까요. 무조건 말로 진실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요.

말과 행동을 보더라도 알 수 없는 것도 있죠.

저는 최대한 제가 덜 귀찮아지는 방향으로 합니다.

진실하다는것은 사람마다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니까요.

그야 물론이지만...

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기는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특히나 진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 경우에는 더 어려워지지요...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저는 일단 말이 별로없어서. ..

열길 물속보다 알기 어려운 것이 한길 사람속이라고도 하지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하거나 뻔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거짓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말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침묵하는 이들도 많지요. 두발짐슴으로 태어나서 表裏如一하게 살아가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존 로크는 "행동을 보면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데는 적당한 통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진실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사람은 무조건 진실된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와 버리는군요. 아하.

거짓이 아닌 진실을 담았을지라도, 고의적으로 생대가 오해 할 상황을 만들어 낸다면 진실이 아니라 지독한 기만이죠. 침묵도 마찬가지구요.

인터스테라의 한 장면이죠.

쿠퍼 : 이봐 타스, 너 "솔직함" 척도가 어떻게 돼?
타스 : 90 퍼센트입니다.
쿠퍼 : 90 퍼센트?
타스 : 감정을 가진 존재에게는 전적으로 솔직한 것이 처세에 어긋나며 소통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쿠퍼 : 그래, 90 퍼센트가 좋겠군.

글의 내용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인간사회에 100퍼센트 진실됨이란게 과연 좋은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저도 평소 신념이 '절대적으로 솔직하자 '주의지만 아닌 경우가 늘 발생하기도 하더군요 ㅎㅎㅎ

kmlee 님 글 덕분에 진실됨에 관해 깊게 생각해보았네요. 감사합니다.

내가 완벽하게 솔직할 수 있다고 해도, 상대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니 메세지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죠. 애초에 언어부터가 불완전하구요.

그렇네요. 내 생각을 아무리 온전히 잘 표현해내려 해도 완전할 수 없을 뿐더러 혹 그렇게 하더라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네요. 말그대로 불완전한 언어..
덕분에 신기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내용은 비밀입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예로 든 경우는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큰 경우에 해당하지만, 보통의 사람들간에서는 진실은 그저 진실됨으로 통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만(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통하는)... 다만 거짓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진실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이건 오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네요. 평소에 내가 진실된 사람이었다면 순간에 오해를 하더라도, A가 나에게 기만 당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군요. 반면에 평소에 내가 진실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오해일 뿐임에도 속았다며 화를 내겠죠. 오해를 풀기도 힘들구요.

진실성보단 언어전달의 불완전함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그러고보면 이 불완전성이 오해를 만들어 분쟁을 일으키니 텔레파시를 써야한다는 뭐 그런 픽션들이 떠오르네요.

진실을 향한 의지가 엿보이는군요. 살면서 오해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걸 받아들이는 게 속편할 거 같아요ㅎ

진실되다는건 어려가지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진실된 사람에게는 마음이 절로 간다는..

다른 논점이지만, 전 무엇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상황에서는 사실의 총합이 진실같기도 하고, 다른 상황에서는 사실과 진실이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요.

진실한것이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실은 이야기 안하는게 좋을때도 있더군요.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하려는데 바로 차단될때도 있고, 표현의 부족때문인지 왜곡된 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언어와 관계의 한계는 오해를 낳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이더라도 내가 진실되다면,, 그게 오랜 시간 쌓인다면 내 침묵과 행동에 가중치가 더 높아는 지겠죠... 진실,, 참 모호해지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