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했던 사물의 실제 모습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 별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억센 경상도 말씨를 쓰지만 상냥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피상적으로 볼 때는 결코 상냥해 보이지 않지만, 막상 함께 지내보면 그 사람의 행동에서 실제 성격이 상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단순히 언어에서 느껴지는 외부인의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겉핥기식 추단과 실제의 성격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을 실험해 보고 싶다면, 각기 다른 언어 사용자에게 특정 상황을 주고 행동상 혹은 감정상 서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그것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것은 무척이나 실험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저처럼 언어가 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문화가 결과로서 각자 언어와 사람의 행태에 영향을 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실험 설계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대충 설계해서는 상관관계인지 인과관계인지 알기 어려울 테니까요.
저도 전공자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ㅎㅎ제 의견은 설득력 있는 한 책에 설득당해버린 결과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저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주제는 제 친한 친구 하나와 만날때마다 논쟁하는 주제이기도 해서 관심이 많이 갑니다.
억센 경상도 말씨를 쓰는 상냥한 성격의 사진의 경우에서, '억센 경상도 말씨' 라는 외적 요소도 사람들이 그의 '실제 알맹이'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기에도 상냥하고 실제로도 상냥한 A와 겉으론 무서워보이지만 실제론 상냥한 B 를 비교한다고 가정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B 가 상냥한 행동을 보였을 때 B 에게 A 보다 더 큰 호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ㅎㅎ 그런 의미에서 저는 외부에서 보는 시선 또는 피상적인 면도 그 나름대로 분석해볼 가치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해당 이슈에 대해서 실험설계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란이 몇십년째 정리되지 못한 채, 학자들간의 이견과 가설만 난무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학계 대다수가 해당 문제는 증명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와 비슷한 맥락일테구요 :)
저는 이러한 주제를 처음 접해봐서 언뜻 두려워하면서 다가갔는데, 생각하다보니 은근히 재미가 있네요 ! ㅎㅎ sleeprince 님은 관련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지 저와는 달리 생각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