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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민주노총은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가?

in #kr-politics7 years ago (edited)

우연히 글을 보게 되었는데,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어 댓글을 남깁니다.

일단 newbc에서 기사를 인용해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최저임금법과 최근의 논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시면서도 너무 과감한 주장과 결론을 내리시는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해서는 우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연구원에 의뢰하여 작성된 연구보고서를 검토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논문 링크

노동연구원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영향이 중소기업, 저임금, 비정규직일수록 영향이 적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조선일보에서 이 논문의 결론을 인용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투쟁이 마치 대기업 정규직을 위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고요.

그러나 실제로 논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노동연구원에서 통계 해석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4.6%에서 2.1%로, 5인 미만 사업장은 38.9%에서 35.1%로 감소합니다. 즉, 5인 미만 사업장이 3.8%포인트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2.5%포인트에 비해 영향이 더 큰 것이죠.
그러나 노동연구원에서는 %포인트가 아니라 %의 변화율(비율 변화)만을 강조합니다. 4.6%에서 2.1%로 줄어든 것은 53.7%가 줄어든 것이고, 38.9%에서 35.1%로 줄어든 것은 9.7%가 줄어든 것이라는 게 노동연구원의 주장인데, 이건 통계학 입문수업만 들어도 알게 되는 대표적인 통계수치 해석 오류(왜곡) 중 하나입니다.

요컨대, 최저임금위원회의 용역을 받은 노동연구원에서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자 해석을 왜곡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면서 '대기업 정규직'에게 효과가 더 크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보수언론에서 선전을 하고 이를 '받아쓰기'하는 다른 언론들에 의해 해당 내용이 확산된 것이지요.

참고로, 최저임금이나 건물임대료와 같이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소위 '한계기업'이라고 합니다. 한계기업의 경우 보수진영과 경제학계의 논리에 따르자면 자연스럽게 시장경쟁에 의해 퇴출되어야 하는 것이 맞고, 그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살아남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저임금 노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데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보다 기업들의 기술혁신 등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예컨대, 한국은행만 하더라도 연초 경제전망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GDP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가 있고, 경제전망 링크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국민일보와의 대담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으며, 주요국을 보면 분배에 있어서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사 링크

마지막으로, 민주노총과 관련하여 비판을 제기하고 계신데,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최저임금이 대기업만노동자의 혜택을 위한다'는 것이었다면 해당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듯합니다. 또한, 민주노총을 '지도자'로 명명하면서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하시는데, 민주노총의 과오와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기초한 건설적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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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댓글 감사합니다.

newbc에서 기사를 인용해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제가 무척 우울해 지는군요... ㅠㅠ
저는 무척 신뢰하는 곳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내용과는 달리 좀 너무 과도하게 논쟁의 범위가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논문까지는 읽어보지 못했으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방향은
상여금이던 수당이던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결국 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서로간의 이익의 차이들 때문에 논쟁이 되는 것이구요.
노동연구원 통계 해석 왜곡의 제 주장의 핵심과는 동떨어진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과오와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까지 한 것은 아닙니다.
건설적 비판이 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차례 논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댓글을 작성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newbc는 문재인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있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최저임금 산입 확대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뒤집어진 셈인데(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에 대한 옹호를 위한 기사를 작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논조가 조중동과 유사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기본급이 아닌 상여금을 지급하게 된 것은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업들이 통상임금으로 간주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결과 갑을오토텍 사태가 벌어지고 현재까지도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당시 대법원장이 양승태였고,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것은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구조에 대한 문제를 무시하고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노동연구원의 통계 해석 문제는 yhoh님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말씀하신 1, 2, 3전선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인용한 것입니다.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는 결코 1전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5인 미만 사업장에서 타격이 가장 크다는 통계 내용을 보여드렸지요). 즉, 기사에서 마치 1전선과는 무관한 3전선이 2전선의 이익을 위해 1전선을 이용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노총에서 내놓은 이슈페이퍼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슈페이퍼 1 이슈페이퍼 2
또한, 제3전선이 제1전선과 함께 투쟁하는 것이 바로 노총의 역할입니다. 민주노총에는 대기업 정규직만 가입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도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겠지요.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이나 '인상(image)'으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귀족노조 프레임이 그만큼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보수-진보 언론도, 민주노총 홈페이지도, 한국은행이나 KDI 홈페이지 등도, 필요하다면 한국노동운동사나 경제사까지도 검토해 가면서 상황을 좀 더 깊이 있게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그렇게 해가 되지 않지만 '비판'이나 '비난'하는 경우에는 명백하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지요.

긴 글 읽어주신 점 감사하며, 저도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어렵네요...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나 하나 반론을 하는 것도... 참 힘드네요... ㅠㅠ

네 이 문제는 결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처음에 제가 글 제목을 보고 놀랐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대화를 나눠 보시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