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레스토입니다!
이번 글에선 제가 1학기 실험 이후 키웠던 어린 상추에 관하여 쓰겠습니다.
주로 글보다 사진이 많습니다.
스크롤이 상당히 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상추를 키우며 느낀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길더라도 끝까지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농사를 해본 적도 없고, 사실 이런 별거 아닌 일이 농사와 비교하기엔 터무니 없긴 하지만 생각 외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요녀석은 3/31 실험 후 남은 상추입니다. 패트리접시라 불리는 작은 원형 접시에 영양분을 첨가하고 씨를 발아시켰더니 저렇게 자랐습니다.
생각보다 싱싱하게 생겼죠? ㅎㅎㅎ
상추를 키울 흙에 물을 넣어 잘 섞어줍니다, 그리고 모종판에 흙을 골고루 펴줍니다 :D
그리고 나서 핀셋으로 상추의 뿌리를 씻어주고 모종판에 조심스럽게 옮겨 심습니다.
이제 모든 종자를 옮겨 심었네요! 애들이 생각보다 힘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햇빛 없이 실험실에서 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외부 노출 없이 온실에서 자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라고 봐야겠죠.
2017.3.31 금요일에 상추를 옮겨 심고, 옥상에 올려놓았습니다.
당시 주말에 비가 온다고 했었기 때문에 저 포함 다른 애들도 물을 주러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그대로 방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상추는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ㅠㅠㅠ 4/2일에 발견한 뒤 응급처치로 물을 듬뿍 주고 매일매일 물을 주었지만 4/4일에 더 심각해졌습니다.
저는 2조였는데 저희 조 포함 총 4개의 조가 있었고 대부분 저 모습을 보고 이미 끝났다고 포기를 하더군요. (다른 조의 상추는 저희꺼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망설였습니다, '정말 가망이 있을까? 안 될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100% 이루어 질 것이라고 확신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내가 여지껏 오판을 한 것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던 안되던 끝까지 가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끝까지 가보면 내가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매일매일 상추에게 물을 주러갔습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순서대로 4/5, 4/8, 4/14일 사진입니다.
조금씩 살아나는 상추를 보며 깜작놀랐습니다.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리고 상추는 죽지 않았습니다!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생명은 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4/18일, 4/23일 사진입니다.
이제 고비를 넘겼습니다. 상추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농부분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농작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고, 오늘은 별탈 없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을 말이죠.
4/26일 4/28일 사진입니다. 이제 냅둬도 잘 자라겠거니 하고 안심했습니다. 11종이 살아남았고, 교수님께서도 잘 살렸다고 칭찬해주셨거든요.
하지만.... 한번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4/28일... 저는 오랜만에 집을 갔고, '상추는 이미 잘 자랐으니 이틀정도는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혹시나 해서 29일에 물을 줄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놓았습니다.
저는 5/1일에 다시 자취방으로 왔고, '음... 오늘도 상추는 잘 크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물 없이 하루 반은 견딜 수 있을거라는 제 생각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목이 타들어갔습니다. 황급히 물을 주었으나, '어떡하지?'를 수십번 되뇌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이미 한번의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저의 안일한 생각이 상추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자 갑갑함이 마음을 짓누르더군요.
'삶에서 기회란 여러번 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을 눈 앞에서 확인했습니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본인이 치뤄야 한다는 점도 인지하였습니다.
한숨을 쉬며 주변을 서성이다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살릴 수 있는 애들을 살려야한다.'
5/8일 모습입니다.
강한 녀석들이 살아남았다고 봐야 할지, 살아남은 녀석들을 강한 녀석이라 생각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침내 녀석들을 큰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첫 번째 위기를 넘긴 그 모습보다 힘없어 보이더군요.
5/16일 녀석들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해가 지는 시기에 찍은 모습이라 그런지 더 쓸쓸해 보이는군요.
지금 보니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네요.
농대분에게 물어보니 이미 과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크게 자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미안했습니다, 상추를 키우는 법에 대해 더 알아봤다면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매일 물 주는 거 생각보다 귀찮습니다, 집 근처도 아닌 학교 옥상에서 키우다 보니 말이죠. 신기한건 키우다보면 애착이 갑니다.
이런말 하는 것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마치 제 자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잘 자랐나, 해가 너무 뜨거운데 말라버리는 것은 아닌가,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적당한 자리로 옮겨주어야 하나 등을 생각했습니다.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삶은 생각보다 가혹하다는 것을, 기회는 여러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순 실험이고, 이 상추를 키우는 것은 자율적이었습니다.
저희 조는 상추를 잘 키웠기 때문에 A+를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다 키웠죠 ㅎㅎ;;)
하지만 전 A+라는 성적보다 더 값진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잘 간직하고 있으려 합니다.
단순 과학 글을 쓰려 했는데, 뭔가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쓴 기분이 드는군요!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날이 더운데, 몸조리 잘 하시고 주말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ps. 제가 키운 상추는 온실속에서 자란 아이라서 굉장히 예민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어린 상태로 강한 햇빛이 있는 외부에 노출됐을 때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It's really amazing post!! Thanks for sharing!!
@raghwendra
Thank you friend~ :D
단순 실험이고, 이 상추를 키우는 것은 자율적이었습니다.
저희 조는 상추를 잘 키웠기 때문에 A+를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다 키웠죠 ㅎㅎ;;)
이 부분에서 진한 아련함이 느껴지는군요 ㅋㅋㅋㅋ 재밌게 잘 봤습니다! 상추가 발아하는 모습을 보니 식물을 키워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hunhani
ㅎㅎㅎㅎ 제가 다 키웠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식물 키우는 일은 어렵더라구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키워보세요!!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풀봇드립니다.^^
@jack8831
풀보팅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D
글에서 학생다운 풋풋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네요 ! ☺
@key172
ㅎㅎㅎ 그렇게 느끼셨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쌈용으로 늘 집에서 상추 키워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실행못하고 있네요. 식물이든 사람이든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답이네요~ 꾸준함~ ㅋ 잘보고 가요~
@khaiyoui
식물도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햇빛 잘드는 곳에서 키우신다면 충분히 잘 키우실겁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