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피아, 그리고 바나나 우유

in #kr-writing7 years ago

1919년 미국에서는 전대 미문의 "금주법"이 시행 되었습니다. 술을 만들지도, 팔지도, 먹지도 말도록 국가에서 무려 법으로 금지를 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의회는 악의 근원인 술을 금지하면 모든 국민들이 그간의 죄를 뉘우치고 수도승의 삶을 살 것이라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국가가 나서서 전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더불어 범죄조직을 키워준 이상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상상의 나래만으로 국가의 정책을 펼치면 어떤 황당한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금주법이 시행되자 품질 불량의 술이 시중에 유통되어 이를 마시고 죽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어지러운 난세에 구세주, 메시아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을 긍휼이 여긴 밤의 제왕 알 카포네가 이끄는 마피아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밀주를 통해 술을 공급하였습니다. 이런 알 카포네의 선행에는 정치인과 경찰, 공무원 등도 성심성의껏 협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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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무슬림의 나라에서도 술은 금지되기 때문에, 100년 전 알카포네 시절에 개발된 여러가지 제조 방법들을 응용하여 가장 쉬운 와인부터 도수가 극도로 높은 양주까지 다양한 술들이 가정집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도수가 높은 술을 만드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간단합니다. 알콜과 물은 상온에서는 서로 잘 어우러져 액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이를 끓이면 서로 다른 온도에서 끓어 기체가 되어 나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끓는점"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효모로 낮은 도수의 술을 만들고 이를 끓여 대략 70도씨부터 90도씨까지의 기체를 식혀 액체로 받아낸 후, 오크나무 칩을 담궈두면 짝퉁이긴 하지만 수십년 된 양주와 대충 비슷한 맛이 납니다.

우리의 발이 되어 주는 자동차가 드링킹 드링킹하는 휘발유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제조합니다. 보통은 지하에서 끌어 올린 원유를 아주 큰 통에 넣고 끓여 특정 온도 범위내서 나온 액체를 모으면 옛날에는 그게 휘발유였습니다.

100여년전 처음 원유를 이렇게 정제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에는 휘발유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서 길바닥에 쏟아 부어 버리는 것이 업계의 관례였습니다. 어차피 버려도 "휘발"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휘발유 자동차가 개발되고 대중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런 무쓸모의 자산을 어떻게든 활용해 보고자하는 선구자들의 시도에서 비롯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요즘에는 자동차의 성능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휘발유가 갖추어야할 여러가지 덕목도 늘어나다 보니 아래와 같이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배합해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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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고급 휘발유"에도 관심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자동차 관련 동호회 같은 곳을 보면 정유사별 옥탄가 차이라던지, 일반 휘발유와 고급 휘발유의 차이에 대해서 수많은 자칭 전문가들이 있는데, 제대로 알고 떠드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휘발유와 고급 휘발유는 단순 옥탄가 차이가 아닙니다. 배합되는 재료가 다릅니다. 일반 휘발유는 바나나가 들어 있지 않은 바나나맛 합성착향료가 들어있는 바나나 우유라면, 고급 휘발유는 진짜 바나나가 들어 있는 바나나 우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씩은 자신의 애마에게 진짜 바나나가 들어있는 우유를 먹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합성착향료 우유를 먹이면서 무슨 세정제니 옥탄 부스터니 하는 이상한 제품을 고가에 사서 사용하면서 정신 승리하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이는 아이에게 한달 지난 패스트푸드를 먹이면서 최고급 비타민을 사주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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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p.s. 예전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던 "1루수가 누구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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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침에 일어나니 암호화폐들이 많이 내려와 있어서 기분이 별로 였는데 동영상보고 빵터졌네요 ㅋㅋ

정부의 어이없는 규제 및 거래소의 장난질로 인해 코인들이 억압받는 동안 품질 불량의 잡코인들을 먹고 탈 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네요 ㅎㅎ

글 속에.. 의미가 있네요~^^
감사합니다.

싸대기는 한국사람들에게는 필수 이수코스죠 ㅎㅎ

항상 도움되는 글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옥탄가 이야기의 바나나맛 예시는 예술이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

어떤 투자얘기가 있을지 궁금했는데 정말 휘발유 얘기네요. 금주령으로 시작해서 휘발유로 넘어가는 이런 매끄러운 글쓰기도 배우고 싶습니다. 가끔은 제 차에도 고급유를!ㅋㅋㅋ

잘봤습니다~~감사합니다~!

밀주 만드는 법이 재미있는데요.
오크칩을 담가두면 양주맛이 난다니...
소주에 담가두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아부다비에 있을때, 제가 타는 차는 E-plus, 간혹 Super 휘발류를 넣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55만키로까지 안전하게(?)주행 후 중고매매로 요르단으로 보낸 추억이 있습니다.
라마단기간 잘 보내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터보차쳐 자동차가 늘어나는 시기에 고급유 가격이 좀 싸졌면 좋겠습니다^^

진짜 바나나우유 ! ^^

일반유와 짜가유로 표현되는게 맞는 거였군요.

1루수가 누구야 오랜만에 또 보는데 여전히 웃기네요ㅋㅋㅋㅋ

지금 금기시되는 것들이 언젠가 일반적인 것이 되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 글에는 뭔가 숨은 뜻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눈치채진 못하겠네요 ㅎ 1루수가 누구야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ㅎ 오늘도 좋은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도 지식 하나 배워갑니다~

자유의땅에서 금주법이라니..!
당시 가내수공업식으로 집에서
술만들어먹다가 에탄올이 아닌
메탄올을 먹어서...문제가많이
되었다고 라디오에서 들었던 거
같아요

평생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차를 타 볼 수 있을까요?

술 만드는 법하고 휘발유 만드는 과정이 비슷하군요.
그럼, 그란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이 시점에 금주법과 알카포네를 사례로 소개하신 것이 무언가 함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식견이 짧아 알아차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금주법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정책을 대입해보면서 이 시장의 희망을 느낍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급휘발류는 정말 고급휘발류가 맞군요~! 한번도 넣어본적 없는데 한번쯤 넣어보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또 드는생각은
Bitcoin is CASH!
ㅎㅎ 감사합니다

고급 휘발유가.... 그런거였군요... 당췌 기름에 왜 고급이 붙나 했더니...ㅋ 잘봤습니다.

저는 일반유와 고급유의 차이가 옥탄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걸 배워가네요 ㅎㅎ

오늘도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1루수가 누구야" 다시봐도 재밌네요. ㅎㅎ

오늘은 바나나우유 말고 바나나쥬스 먹으면서 그란님의 숨은 가르침을 생각해 좌야겠습니다 ㅎㅎ

재미난 글 감사합니다

고급휘발유...
한번 넣어봐야겠네요 ㅎ

간만에 봤는데 다시봐도 진짜 잼있네요 ㅎㅎ

원유에서 하드포크 된 것들이 상당히 많군요...ㄷㄷ

최고에 비티민
먹어보고 싶네요.
.
미국에서 금주법이 있을줄이야.
술을 나라에서 못먹게 했었군요.

앞으로 주유할 때마다 이글이 생각날거 같습니다~ ㅎㅎ ^^

제재를 해서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현명함이 필요하겠죠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참 복잡하군요..
그래서 저는 전기차를 사야겠어요,ㅋㅋ

<다양한 술들이 가정집에서 만들어지고,,>
이런 상황이면 위정자가 한 번 생각해볼 문제 아닌가요?.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동영상보고 빵 터졌습니다..
강조하셨어야죠.. 그냥 지나칠 뻔.. ㅋㅋ

결론적으로 미국은 현재 술을 팔고 있네요

정부의 금주령으로 시작해서 술 만드는 법을 거쳐 정유로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재미있네요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은 바나나라니..... 대단한 전개입니다.

이 영상 오랫만에 봐도 너무 웃기네요

호우... 역시 우량주가 항상 강력한 모양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짜 바나나가 들어간 우유를 먹여야 할것 같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설악산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 구경 오세요.
https://steemit.com/kr/@kyju/2ziuwa-2

터보 차량은 특히 고급유 넣는게 나은거 같은데
사람들은 무시하는거 같더라고요.
정유업체에서 근무하시는 말씀 들으니 더 확실한
정보같습니다^^

일반휘발유랑 고급휘발유의 차이가 그렇게 심했군요. 와닿는말이 '아이에게 한달 지난 패스트푸드를 먹이면서 최고급 비타민을 사주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라는 문구이군요. 그정도 인줄은 몰랐네요. 넣고 싶으나 경제사정이 걸리네요. 계속 시간지난 패스트푸드만 먹여야 할듯 보입니다. 글 감사 드립니다.

고급휘발유가 뭐길래 저리 비싸게 파나 했더니 이런 차이가 있는 거였군요. 오늘도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그란님의 다양한(?) 전문분야 중 진짜 전문분야에 대한 글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일반과 고급휘발유의 가격차가 너무나서 구입한 기억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