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밤에는 친 형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한 것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형이 제게 공대 지식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돼가는 거 같다고, 책 좀 읽고 깊은 생각 좀 해보라고 하면서 '논어'를 건내주었습니다. 물론 간략하게 쓰여있는 두껍지 않은 버전이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제가 책을 보고 느낀 것을 형과 공유했습니다.
생각정리 - 논어
논어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이미지는 꽃과 꽃의 향기였습니다.
꽃은 곁에 두면 향기가 납니다. 그 향기는 꽃 자신이 내고 싶어서 내는 것이 아니며 내기 싫어도 납니다.
그리고 꽃이 아니면 그 향기를 낼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꽃의 진실된 향기와 조화에 덧칠된 비릿한 거짓 화학향을 귀신같이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꽃은 그렇게 자신의 향기로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논어를 읽기 전에 얕은 지식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논어는 단지 공자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세상의 삼라만상에 대해 소위 ‘좋은 말’을 한 것을 기록해 놓은 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지요.
확실히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말’들을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좋은 말’들이 아닙니다.
그 말들을 단지 ‘좋은 말’들로만 여기면 우리는 논어에 기록된 주옥같은 문장들을 절대 완전하게 소화해낼 수 없습니다. 그것들을 관통하고 있는 공자의 사상, 즉 ‘인’과 ‘예’에 대해서 끊임없이 염두해둬야만 그것들이 살아있는 문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지레 겁먹지는 않아도 되더군요.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이 ‘인’과 ‘예’에 대해서 추상적으로라도 이해만하고 있다면 논어의 많은 부분이 상당히 통일성 있게 해석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마치 아래 공자의 말(논어의 4편 ‘리인(里仁)’의 15장)처럼 말입니다.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된다.’
얼마나 위안이 되는 말입니까?
저 ‘인’과 ‘예’가 무엇인지만 깨우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물론 그 ‘인’과 ‘예’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란 쉽지 않겠지만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추상적으로라도 이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이해한 ‘인’과 ‘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앞에서 꽃과 꽃의 향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인’이 꽃의 향기라고 생각합니다. 꽃은 향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향기는 저절로 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안에 있는 선한 성품이 말이나 행동을 통해 배어나오는 것입니다.
공자가 논어 2편 ‘위정(爲政)’ 10장에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라고 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선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성품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성품을 어떤 상황에서건 아무나 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선한 성품의 발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개인적인 수양이 필요하며
둘째, 이러한 성품이 발현되기 좋은 특정한 외부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첫째가 바로 학문을 통한 지식과 지혜의 습득이며 둘째가 바로 공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예’입니다.
공자는 바로 이 ‘인’과 ‘예’를 통해 모든 인간사를 일관성 있게 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온전히 해낼 수 있는 자를 공자는 ‘군자’라고 부릅니다.
군자는 학문을 갈고닦으며 예를 체득하여 인간 본연의 순수하고 선한 성품을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법을 터득한 자입니다. 군자는 꾸밈이 없으며 ‘여색을 좋아하듯이’인(仁)을 좋아하고 추구하여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예’의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군자는 한 송이의 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인’과 ‘예’, 그리고 인과 예를 터득한 ‘군자’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념들인가요?
더 나아가 과연 필요한 개념들일까요?
먼저 첫 번째 질문인 현실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공자는 ‘인’이란 개념을 주창하면서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전제합니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공자가 생각했던 것만큼 선하지 않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이러한 논의는 공자의 사상 전체를 단숨에 위협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지 않다면 아무리 학문을 통해 수양을 한다고 해도, 아무리 ‘예’를 통해 형식적으로 자극을 가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해명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논어를 읽으면서 독해한 바에 따르면 공자가 ‘선한 본성’을 주장할 때 그는 무리하게 ‘인간은 원래 모두 착하다’는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우리가 우리의 부모님에게 느끼는 사랑의 마음, 또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느끼는 사랑의 마음과 같이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의 마음을 ‘선한 본성’ 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즉, 부모님이나 자식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닌 낯선 사람에게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선한 본성을 발현할 수 있는 사람, 즉 군자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자가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풀어야 한다고 명령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는 ‘인’의 구체적인 구성 요소로 ‘서(恕)’를 주장하며 ‘내 마음과 같이 하여 남에게 미친다’는 역지사지의 이해의 마음을 강조하였는데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보다는 남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우선시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인’이 널리 실현되는 사회를 우리는 아직까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장 현대의 사회를 둘러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사람들의 모습들보다는 서로 경쟁하고, 불신하고, 속이고, 공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훨씬 많이 보입니다. ‘인’이 널리 행해지는 사회 역시 아직까지는 이론으로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는 가야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어쩌면 영영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과연 인과 예, 그리고 군자의 개념은 ‘필요한’ 개념일까요? 이러한 개념들은 지금도 유효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일까요?
상상해보면 ‘인’이 실현된 사회는 확실히 이상적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서’를 통해 이해하려하고, 또한 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기꺼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푸는 그런 사회는 지금 우리 현대인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그러한 이상적인 사회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불가능할지 몰라도 목표로 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사회인 것 같습니다.
가고 싶으나 가기에는 너무 먼 곳. 그 이상향. 그것이 공자가 꿈꿨던 사회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주장한 ‘인’을 현실에서 실현하고 널리 퍼뜨리기 위해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했고, 누구보다도 그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공자 자신도 결국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후학 양성에 여생을 바칩니다.
후학을 양성하면서 공자는 언젠간 자신의 제자들 중 누군가가 자신이 못한 업적을 이루어주기를 기대했겠지요.. 아니 어쩌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느정도 받아들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찌됐든 그의 사상은 책으로 기록되어 2천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까지 전해지고 있고 여전히 중요한 사상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공자의 사상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금방은 올 것 같지 않은 그 이상적인 사회가 현실이 되기 전까지 공자의 사상은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항상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결국에는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들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공자의 논어라는 책은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대단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는게 정말 부족한 공대생인 제가 감히 하나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꽃에서 피어나는 향은 저절로 알 수 있으며,
그 향은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글에 반했어요.
감사합니다ㅎㅎ새벽에 이상한 감성이 터져서:)
앞으로 소통해요!
안 그래도 어제 친구랑 한 얘기가 있는데 seokil 님이 포스팅해주시며 정리해주시니 더욱 공감되네요ㅎㅎ
앞으로 자주 놀러오겠습니다~ㅎㅎ
영광입니다! 저도 팔로우하고 놀러가겠습니다:)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슥슥 편하게 풀어쓰시다니 ㅠㅠ 자주 뵙겠습니다
ㅎㅎ사실 쓰는데 꽤 오래 걸렸지만..
응원 감사드려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군요... jjangjjangman 태그를 추가해주시면 뉴비분들에게 기본소득제도처럼 오치님이 클릭해주실 겁니다. @홍보해
좋은 글입니다. 꽃과 향에 꽂히셨군요. 우리의 인품에서 향기가 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람에게서도 향기가 나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것인데 그래서 부처가 " 이 육신은 겉에 싸는 종이 와 같아 향을 싸면 향내가 나고 물고기를 싸면 비린내가 난다." 라고 했겠지요. 결국 허물어져 없어질 우리의 육신으로 과연 무엇을 포장할건지는 우리 자신이 판단할 일인데 이왕이면 좋은 향을 싸서 다니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