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웠던 여름날, 저녁 먹고 심심함에 몸부림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코코>였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사전에 알지도 못했고, 큰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죠. 늘 훈훈한 메시지를 주는 픽사-디즈니 영화이기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역시나 즐겁게 보는 와중에 마음 한 곳에 묵직하게 남아, 마지막에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더군요.
(리뷰에 살짝 스포가 있으니 영화를 곧 보실 분들은 감안하고 읽으시거나, 스킵하셔도 됩니다. ^^)
영화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겔이 주인공입니다. 음악을 하던 고조할아버지가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 이후, 고조할머니 홀로 딸을 돌보며 신발을 만들어 집안을 일으킵니다. 그 이후 미겔의 가족들에게 음악은 금기시 되었죠.
일 년에 한 번 있는 ‘망자의 날’, 광장에서 열리는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존경하는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의 추모관에서 그의 기타를 빌리려다(훔치려다) 우연히 사후세계로 들어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죽은 자의 물건을 건드려 유령이 된 미겔은, 묘지에서 돌아가신 증조 할아버지, 증조 고모 할머니, 조숙부, 이모할머니의 영혼들을 만나 사후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기 얼마 전, <신과 함께>를 봤습니다. 두 영화에서 그려내는 저승세계의 모습은 전혀 다르더군요. <신과 함께>에서 7개의 재판을 받는 저승이 무섭고 공포스러운 세계를 그린 반면, <코코>에서는 화려한 색감으로 현실보다 더 아름답기까지한 판타지 그 자체였습니다.
미겔은 그 곳에서, 처음으로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 노래도 부르고, 집안의 금기가 된 음악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마침내 죽은 조상들의 영혼으로부터 축복을 받아 무사히 현생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현생의 가족들이나 죽은 자신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망자의 사진을 제단 위에 올려놓아야지만, ‘망자의 날’ 하루 유령들이 현생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저승 세계에 있는 망자도 영원히 소멸(final death)하고 마는데요.
연로하신 코코 할머니가 기억하지 않으면 영원히 소멸하고 마는 할머니의 아버지. 그가 코코 할머니를 위해 만들고 함께 부르던 노래 제목 또한 ‘Remember me'입니다. 미겔이 현생에 돌아와 불러주는 그 노래에 코코 할머니는 잠시나마 기억을 되찾고 고조 할아버지의 사진도 제단에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주인공은 미겔인데 제목은 증조할머니의 이름인 <코코>인 이유도, 유일하게 그녀만이 기억으로써 저승의 그리운 가족을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겠죠?
제가 호주에 머물고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갑작스러운 두 번의 비보를 들어야 했습니다. 가까이 곁에 사시던 친척 분들이 돌아가셨고, 가족들과 함께 위로할 수 없어서 속상했습니다. 아직도 한국에 가면 반가이 맞아주실 것만 같은데, 마지막 인사도 못드리고 이제 이 생에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멀리 떨어진 채로 많이 슬펐고, 그만큼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며, 돌아가신 분들 생각이 많이 나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영화 <코코>에서 보여주었던 다리 건너 그 곳의 모습만큼이나 평안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미겔과 코코 할머니 가족의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꼭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가 많이 생각나실 겁니다.
영화 <코코> 이미지 출처 http://www.imdb.com/title/tt2380307/?ref_=ttmi_tt
(첨부된 사진들은 상기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영화 리뷰를 위한 자료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예전에 친구가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해준 기억이 나네요.
그때 흘려들어서 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받아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재밌고도 감동있는 영화이니 시간되실 때 보시면 마음이 훈훈해지실거예요. ^^ 영화가 끝나면 가족생각 많이 나실 수도 있어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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