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루 의식의 흐름14

in #kr7 years ago (edited)

잘못 이었다.
점점 그의 눈빛이 달라지고 대화의 주제가 조심스럽다. 나를 자꾸 이해하려 들고, 그러기 위해 파악하려 들고, 분석한 원인을 입 밖으로 부분 꺼내놓는다. 내가 들을 수 있게.

처음 우리관계는 그냥 사이 좋은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난 솔직히 말했다.

나: 작은 소소한 대화의 중요성은 알지만 난 그게 어려워. 뻔한 말을 왜 해야하는지도, 고민이 있다해도 말한다고 해결 되지도 않는 걸 왜 꼭 해야하는지도 좀... 그래. 그래본 적도 없고.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게 난 익숙치 않아.
그:친한 친구한테도 말하는게 불편해?
나: 응. 그 누구한테도. 부정적인 이야기 또한 누군가에게는 결국 어두운 분위기와 부담이 될 꺼니까.

내가 솔직하지 않다고, 내가 선을 긋는게 가끔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나는 변명이랍시고 저런 말을 했다.
저 말을 한 의도는 '당신을 싫어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그냥 저런 모습이 나 라고... 그러니 신경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뱉은 말들이었다.

결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잘못됐다.

그 후, 그는 나를 이해하려 든다.
그때마다 나는 부담스럽다.

그의 성격은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사귀는 성격.
나의 성격은 필요하면 다수의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필요 이상의 깊은 관계의 발전 가능성은 안 만드는 성격.

우린 분명 친하다. 그래서 그가 내게서 느끼는 방어막을 표현했을 때 미안했다.

스스로 내가 조금 마음 터놓지 못하고 피곤하게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요즘 그의 마음이 상처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한다. 하면서도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해야하는 거지? 생각한다.
소소한 대화에 흥미가 있기 보단 이렇게 연습하면 더 내가 나아질까? 하는 바람으로 겸사겸사 해본다.
이게 내 주변의 사람들이 사는 방법이고, 그가 서운하지 않을 방법이니까.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왜? 나는 나를 감추어야 했을까?
늘어 놓은 말이 많아질수록 약점이 노출된다.
누가* 나를 약점 잡아 겁 줄거라고 생각했던걸까?
그 누구*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살고 싶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스스로를 사랑하지만 주목받기 싫고 다른 사람의 감정 또한 동감 가지 않았다.
왜일까?
난 왜 그렇게 커온걸까?
무엇이 날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나?

오늘도 우리 일상의 대화를 했지만...
결국 나는 말하면서 스스로 참 노력하는구나 생각한다.
그의 입에서는 네가 그래서 그런 성격인가보다 란 분석의 말이 나온다.

무언의 의식을 서로가 확인하고 있는거 같다.

(나: 너를 밀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봐. 이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잖아.)

(너: 너를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있어. 너는...그래..넌 그래서 그런거야. 내가 네가 더 세상밖으로 나올수 있게 도와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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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몰입해서봤는지 '소설'이란걸 오늘알았네요 허헠ㅋㅋ 민망해라....ㅋㅋㅋㅋㅋ 그만큼 글을 잘쓰신걸로 받아드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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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태그목록 정리(2018-02-08) | myfan

그렇군요ㅡ 그럼 kr-join 은 쓰면 안되는군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