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을 수 있나요?

in #kr8 years ago

어제 저녁을 먹고 누워있다가 바로 잠이 들어버렸나 보다. 잠에서 깨고 보니 새벽 1시였고, 그 이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깼다가도 조금 뒤척거리다 보면 또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서핑을 했다.

자주 가는 사이트나 게시판을 뒤적거리다가 묘한 제목의 포스팅을 발견했는데, 어떤 일본 푸드파이터(라고 한다) 여성의 먹방 영상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영상은 10개들이 식빵 10 봉지를 먹는 영상이었는데 '설마 저걸 다 먹는 거야?'했지만, 그냥 먹기도 하고 토스터에 구워 마요네즈나 꿀 등을 발라 먹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정말 다 먹고 말았다!

나도 어제 아침에 마트에서 사 온 10개들이 식빵에서 두 개를 꺼내 토스터기에 구운 후 잼을 발라 아침으로 먹었는데, 먹으면서 '아. 역시 한쪽만 먹을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100개의 식빵을 모두 먹어 치우는 영상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혼자 생활하다 보니 세끼를 제대로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뭔가 먹을 기회가 되면 살기 위해 꾸역꾸역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많이 먹는 편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경험상 맛없는 건 아무리 배고파도 많이 먹을 수가 없다. 식빵이 맛없는 음식이라면 제과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께서는 '뭐래?'라며 발끈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식빵 그 자체만으로는 역시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기는 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이 분은 초반에는 빵이 얇아서 먹기 편하다면서 10개 정도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로 스피디하게 먹어 치워 버린다.
나로서는 전쟁포로로 잡혀 식빵을 다 먹지 않으면 발톱을 뽑는 고문을 하겠다고 한다면 도전은 해보겠지만, 역시 결국은 발톱을 뽑히게 될 것만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렇게 먹는 사람이 43킬로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다 먹고 난 후에 모두 다시 게워버리는 건(웩)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물론 영상은 100개의 식빵을 모두 먹어치우는 장면에서 끝나버리기 때문에, 그 이후 화장실을 갔다거나 먹은 것을 다시 게웠다거나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새벽 한 시에 깨서는 이런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게 잘하는 건가 하고 살짝 죄책감에 빠져 있었는데, 먹방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한 마지막 말을 듣고 나서는 역시 '보길 잘했어'하고 말았다.

'중간에 턱이 아파서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자신이 준비한 것은 끝까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자신이 계획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 인터넷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