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 한동근

in #kr8 years ago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지?'

음악 프로든 예능이든 패널로 나오기만 하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의 노래를 가로채 부르고, 매번 '저 가수입니다'라고 멘트를 쳐대는 저 남자. 위대한 탄생 3기 우승자라지만 한창 바빴던 그때 나는 이 프로그램을 알지도 못한 채 지나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듀엣가요제에서 최효인 양과 함께 부르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듣게 되었습니다. 원래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김윤아 버전과는 또 다른 먹먹함을 느끼면서 '아, 저 사람은 가수구나'하게 되었죠. 최효인 양도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탁월한 음색과 감성으로 산들, 조선영 듀엣 이후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최신 곡들을 들어보려고 차트를 훑고 있는데 1위에 한동근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라는 곡으로 말이죠.
천천히 플레이시켜 들으며 그가 왜 매 프로마다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고, '나는 가수입니다'라고 외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노래를 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 누구도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을 겁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이 곡은 2014년 곡으로 발표된 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찾아 듣는다고 생각하는 저도 놓쳤던 곡이네요.
잔잔한 기타와 키보드로 시작되는 이 곡은 악기가 적어 한동근의 뛰어난 음색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클라이맥스 때의 베이스 플레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요. 다른 곡들과는 달리 메인을 잡아주고 있던 악기들이 뒤로 물러서고 그 앞에 베이스가 진중하게 마디마디를 성실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 곡은 사랑 이야기이지만, 듣고 있으면 이런 멋진 곡을 발표한 후 무반응에 마음고생하고 있었을 한동근이 오버랩이 되네요.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아마 하루 종일 걸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생 듣지 못했을 곡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더 많이 듣고 싶어 졌는지도 모릅니다.

천진하게 카메라 앞에 씩 웃는 모습이 떠오르는 한동근. 고생한 만큼 앞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수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