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게 느껴지네요. 저는 시아버님에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버님은 평생을 논농사,밭농사로 잔뼈가 굵어지신 분이셨습니다. 새벽4시면 일어나 논으로 밭으로 다니시며 밤늦도록 땀으로 범벅되고 지친 모습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9남매들을 오로지 농사만 지어서 가르치고 생활을 하셨습니다. 제가 30여년전에 결혼해서 아버님을 뵈었을 때 일하시다 집에 들러서 소주 한잔 드시던 모습과 담배 몇 개비 정도 피우셨답니다. 어느 날 담배는 늙어서 해소기침하면 큰며느리 고생시킬까 무서워 40여년 피웠던 담배를 끊었노라 하시며 웃으시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아버님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챙기셨습니다.
70을 넘기시면서 턱이 떨리고 손을 떠셨습니다. 추석명절 가족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데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알게 되었습니다. 명절을 보내고 대학병원에서 진료부터 하였습니다. 신경과에서 파킨슨증후군과 치매증세가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15년전만 해도 파킨슨이란 질병을 많이 들어보지 못해 어떤 질병인지 몰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검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간 건강하시다 믿었는데 세월앞에 장사 없단 말이 맞나봐요. 초기에 적절한 약복용으로 경운기 운전을 하시며 여전히 농사일을 한 5년은 더 하셨답니다. 안심하고 있던 찰라 어머님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어요. 이제는 아버님의 병세보다 어머니에게 온 식구들이 매달렸습니다. 어머니는 오른쪽 편마비에 실어증으로 10년 넘게 지금도 투병중이십니다. 아버님 모시고 어머니 병원에 가면 어머니 재활에 신경을 쓰셨습니다. 굳어진 손을 주물러 주시고, 고향의 봄이나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말문이 터지기를 소원하셨어요. 따라서 말해보라 소리도 지르고 숫자도 함께 세어보았답니다. 어머니 입원으로 아버님을 모시게 되었어요. 아버님 모시고 매일 어머니 병원가서 살펴드렸지만,집에 오면 많이 불안해 보이셨어요.
아버님께서 어느 날부턴가 밤에 주무시다 일어나 제 방으로 오십니다.“야,저기 시커먼 옷입은 사람들이 와서 나를 데려가려 한다. 무섭다.”하시며 제 뒤에 숨으십니다. 처음 접 한 상황이라 당황했지만 제 입에서는 “아버님,걱정마세요. 제가 금방 쫒아버렸어요.”하며 안아드렸어요. 고맙다며 방으로 돌아가 주무시는 날이 잦아지더라고요. 주무시다 실뇨하는 횟수도 잦아졌어요. 기저귀는 다른 식구들이 채우라 하는데, 나중에 한다며 저는 빨래를 했어요. 실변도 가끔 하셨는데 남편이 “왜 그래요?”하며 짜증을 내더라고요. 얼른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계시더라고요. 망설임없이 얼른 아버님을 안았어요. “아버님,아무 걱정마세요. 아버님 손떨리고 턱떨려서 약 드시고 계시잖아요. 아프시니까 치료받으려고 약드시잖아요. 앞으로도 더 나빠지지 않게 약 드시면 되요.”하며 정말 어려워서 제대로 아버님 얼굴도 못보던 내가 불안해하는 아버님을 안아 드리더라고요. “그래,고맙다.”하시며 떨리는 증세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어요. 지금도 그 순간이 한 번씩 그립답니다. 고맙다며 등 두드려주시던 손 길이......
명절에 식구들이 모여서 떠들고 있는데,주무시던 아버님께서 거실로 나오셔서 “큰 얘야, 밖에 비가 많이 오는데 깻대랑 고추 콩 젖으면 어떻한다냐?“잔뜩 걱정스런 모습입니다. 저는 얼른 대꾸합니다. “예,아버님, 제가 조금전에 비 안맞게 창고에 넣어 놨어요.”웃으며 말씀드립니다. 아버님은 안심이라시며 들어가 잔다 말씀하십니다. 동서는 나를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흥분합니다. 사실대로 말해야지,왜 거짓말하느냐고요. 지금 비도 안 오고 농사짓지도 않는데,뭘 창고에다 두냐고. 치매라도 그렇지 제대로 상황 판단하도록 할 말은 해야한다나요. 저는 그래요. 망상이나 환청시 반드시 안심시켜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머니와 병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날에는 유독 더 불안하고 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농사지으신 분이라 낫 가지고 꼴을 밴다고 흉내내거나,경운기 운전을 흉내내기도 하고,바닥에 누가 귀한 쌀을 흘렸느냐등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쁜 치매였어요. 어머니도 집으로 퇴원을 하셨고,주말이면 거동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위해 시누이 가족들과 꽃구경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외식도 하면서 한 끼 걱정도 덜었고요. 날 이해해주는 시누이 덕에 웃고 이야기하던 기억이 그립네요. 이 글에서라도 시누이에게 고마웠다는 말 전합니다. 아버님은 다른 아들집에 가실 기회가 있었어요. 땅문서,통장,열쇠,도장을 큰며느리에게 다 넘겨주고 서울왔다고 하셨나봐요. 시동생이 전화와서 대뜸 묻길래 아버님이 가지고 가셨단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소리에 전화기를 끊어버렸어요. 아버님 가방에 소지품 챙길 때 넣는 것을 분명 보았어요. 한없이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긴 병에 효자없다고 형제간 우애있게 살려고 병원비 아끼고,나라도 부모님 모시자한건데 내게 돌아오는 건 이거구나. 괜히 아픈 부모님 모시고 살았네. 나름 노력했는데 이게 시집살이구나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고 비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자식이 보고 있는데 허투루 행동할 수 없었어요. 부모님이 아픈데 의료 지식이 없어서 간병교육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마음으로 다가간 사람에게 이건 뭐야하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진실은 있으니 오해는 풀리겠지 했지만 쉽사리 떨치지는 못했답니다. 시동생이 오해가 풀렸는지 며칠 후 와서는 “형수,툭툭 털어버리고 사슈.” 한마디 던지더라고요. 미안하단 말도 없이......
지금은 지난 추억입니다.<그럴수도 있지>라는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아무튼 저희 아버님은 결국 10여년의 투병과 고관절골절, 폐렴으로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조선 팔도에 우리 큰며느리 같은 사람없다는 아버님 말씀을 가끔 떠올리며, 한 번 더 손 잡아 드릴걸,한 번 더 눈 맞추며 웃어 드릴 걸 후회해 봅니다.
저는 치매 부모님을 모시면서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이 서로 믿고,서로 격려하며 위로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가 봅시다.
뉴비는 언제나 환영!/응원!이에요, 조사한바에 따르면. 텍스트가 공백제외 1000자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포스트가 된다네요. - kr-newbie 보안관 봇! 2017/07/06일 시작 (beta)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나중에 치매치료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어 이 글이 더 의미있게 읽히네요. 좋은 며느리를 떠나서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습니다 :) 물론 시아버지께서도 잘 해주셨으니 ara님도 더 잘 해드릴 수 있었겠지요. 흉흉한 소식을 많이 접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접하니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
kr-pick 되셨습니다 :) (https://steemit.com/kr-pick/@vimva/5r6e4i-kr-pick-nyoung90-pick)
vimva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치매5등급 인지프로그램요양보호사로 만3년동안 어르신을 섬기고 있습니다.어르신마다 살아오신 삶이 다르다 보니 서비스내용이 다르더라고요.아버님모시며 터득한 노하우가 많이 도움되고 있어요.서비스시 저희들은 약물복용의 중요성과 현재의 인지상태를 유지해 드리고자 노력한답니다.치매는 우울증을 동반하신 분이 많아서 같이 있는 시간에 한번이라도 웃고 내일 또오라는 말을 들으면 기쁜 맘으로 돌아온답니다.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치매는 정말 무서운 병이죠... 환자도 보호자도 너무너무 힘든....
오죽하면 간호 도중 이를 비관해 살해하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죠....
글 읽어보니 정말 많이 애쓰셨네요
시아버지께서 글쓴분 맘 알아주실꺼에요
pch0788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같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에게 위로를 하고 싶어요.말 한마디,힘드시지요!!하며 손 한번 잡아 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더라고요~~
너무 아름다운 글이네요. 글쓴이 너무 마음씨 좋으세요 ^^ 팔로우합니다
okja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격려와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동적인 글이네요 ㅠㅠ
lhamed 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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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naman100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격려와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을 읽으니 마음이 많이 먹먹해지네요....
siwoo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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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내요
복 받으실꺼예요
susueng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축복받을까요~~!!
저도 아버님이 같은 입장이라 님같은 따듯함을 와이프에게 기대할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욕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빠지는 상황만 피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tommycoin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격려와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深甚(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힘내세요!!화이팅입니다^^
잘봤습니다. 좋은 글읽어 기분좋습니다. 좋은 경험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yuryul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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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p
픽 타고 넘어왔습니다. 제 마누라가 이글을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woo7739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격려와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스팀잇이 서툴러서 부족하지만 아들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용기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진심이 담긴 글을 읽었습니다. 가슴 훈훈해지는 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hunhani님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부끄럽네요.현실을 인정하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가슴이 먹먹애 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