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뉴비 철학자입니다. 첫 글을 쓰고 8일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명성도가 50이 되었습니다. 아직 스팀달러는 0이네요 ㅠㅠ (오늘 몇 달러가 입금될 예정이긴 합니다.) 다른 분들은 팔로워 100명, 200명 기념을 하는데, 저는 달러가 없어서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나가다 보니 팔로워가 300명이 되었네요. (네 자랑 맞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렇게 환영해 주시는 모든 스티머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어제 올린 글 '첫 보상 후기 : 스팀 생태계의 매력'에서 제가 스팀잇으로 옮겨 온 계기와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스팀 생태계(스팀잇, 비지, 디튜브, 디사운드 등)가 발전하고 커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고, 콘텐츠 향유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가 추천되어 능력만 되면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생기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분산화되고 더 평등한 경제-정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네, 꿈이 아주 큽니다.
제가 과거에 썼던 글들을 스팀잇으로 옮겨오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팀잇에 처음 발표하는 글들도 계속 써갈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스팀잇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입니다. 이미 몇 개 써보기도 했습니다만, 아주 아주 많이 발전시켜 가야 할 겁니다. 다른 스티머들께 많이 배우고 있기도 하고, 리스팀도 하고, 봉인된 좋은 글은 본문에 소개하고(리스팀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별도로 공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를 팔로하시면서 가끔 제 피드를 살펴보시면 다 접하실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본질에 대한 질문 (1) : 화폐란 무엇인가?
오늘은 스팀잇이 갖고 있는 '봉인' 시트템에 대해 몇 마디 해보려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팀잇은 7일간 큐레이션(업보팅)과 수정 기회를 주고는 글을 영원히 봉인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그렇게 남은 글은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아니 지구가 없어져도 정보가 지구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 한, 영원히 남습니다. (물론 블록체인 상에 수정 흔적까지도 남긴 합니다.)
이런 특성은 경제적, 정치적으로는 무한한 투명성(transparency)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회계 부정도 거짓말 권리 회수도 불가능합니다. 일어난 모든 일을 모두가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CCTV가 많이 설치된 장소에서 함부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신뢰(trust)가 무한대로 증대되어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누가 나를 속이지 않을까, 내 권리(가령 평판, 소유권)를 부정한 방식으로 누가(기업, 정부, 범죄자...) 빼앗아가지 않을까, 등의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그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이게 다 비용입니다)를 별도로 취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사람들(사기꾼 말고)에겐 참 좋은 일입니다.
영원한 봉인이 가져오는 단점은 없을까요? '무한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은 영원한 봉인 시스템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만큼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요. (애인과 찍은 사진을 올리면 안 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segyepark 님에 따르면 링크를 걸어 올린 사진도 함께 봉인됩니다. 참고: 이미지는 무조건 스팀잇 서버에 올라가며 영원히 남는다. 아, 물론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잘 살면 됩니다.)
바로 이 무한한 책임이 저 유명하고 난해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니체 스스로 인정한 첫 등장 장면은 이렇습니다.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대의 무게 ― 어느 낮 또는 어느 밤, 한 악령이 가장 적적한 고독 속에 잠겨 있는 네 뒤로 살그머니 다가와서 너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너는 지금 네가 살고 있고 그리고 이제까지 살아온 이 삶을 한 번 더 그리고 수없이 더 살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삶에는 아무런 새로운 것도 없으며, 모든 고통과 모든 기쁨과 모든 생각과 탄식 그리고헤아리기조차 어려운 너의 삶의 사소함과 위대함이 너에게 다시 돌아와야 한다, 모두 동일한 순서와 차례로 ― 이 거미도 나무 사이의 이 달빛도, 그리고 이 순간(Augenblick)과 나 자신까지도. 실존(Dasein)의 영원한 모래시계는 언제까지나 다시 회전하며 - 그리고 미세한 모래알에 불과한 너 자신 역시도 그것과 더불어 [다시 회전할] 것이다!” ― 너는 땅에 엎드려 이를 갈며 그렇게 말하는 악령을 저주치 않으려는가? 아니면 그 다이몬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할 그런 기괴한 순간을 한 번 체험한 적이 있는가. “너는 신이다. 나는 이보다 더 신적인 것을 듣지 못했노라!”라고. 이러한 생각이 너를 지배하게 된다면 그것은 현재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변화시킬 것이고 아마도 분쇄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 하나하나에 대하여 “너는 이것을 한 번 더 그리고 수없이 의욕하느냐?”라는 질문은 최대의 무게로 네 행위 위에 가로놓일 것이다! 아니면 너는 이 최종적이고 영원한 확인과 봉인 그 이상의 어느 것도 원하지(verlangen) 않기 위해서, 얼마나 너 자신과 삶에 좋게 되어야(gut werden) 하는가? ―""(기쁜 앎, 341절, 1882년 - 제가 직접번역했습니다.)
내용 해석은 독자에게 맡깁니다.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스팀잇의 정책이, 또는 블록체인 기술이 니체의 철학과 이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핵심 사상인 '영원회귀'와 말이지요. 철학자로서 제가 블록체인(특히 스팀잇)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스팀의 철학, 또는 더 넓게 '블록체인의 철학'을 비교적 쉽게 설명드리려 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리스팀, 보팅, 팔로는 스티머의 사랑입니다.
오타는 댓글로 지적해 주세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니체의 철학과 연관되어있다는 철학자님의 시선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니체에 관해서 조금은 공부해봐야할 것같아요.
혹시 질문하나 드려도 될까요? 철학자님 들뢰즈에 대해서 공부하셨잖아요? 그러면 전자 파놉티콘(혹은 통제 사회)과 스팀잇과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나 여쭙고 싶어요! 혹시 들뢰즈의 이론에 기반해서 스팀잇의 공간은 어떤 사회인지 글을 쓰실 계획이 있나요??
질문 주신 내용은 더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지금 돈&알렉스 탭스코트의 '블록체인 혁명'을 읽고 있는데, '투명성', '보안', '프라이버시' 등과 관련해서 아이디어가 많이 생기네요. 사토시의 첫 논문도 읽어볼 참입니다.
'전자파놉티콘'의 우려는 지배자-피지배자 구도 아래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시민이 위정자를, 소비자가 기업가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관계는 성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생각 깊이 해보고 포스팅하겠습니다.^^
스팀잇의 아나키즘적 특성은 들뢰즈 철학과 딱 맞아떨어져요~ 마땅히 연구하고 글 써봐야죠!
답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챙겨볼께요 ㅎ.ㅎ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1빠 보팅과 댓글 리스팅까지 미션 클리어임다 ^^
늘 고맙습니다.
니체의 이 영원회귀 개념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Carpe diem의 확정버전인 듯 하군요. 아니 어쩌면 Carpe diem이 영원회귀의 요약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이 지닌 무한한 중요성을 의식하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즉 현재에 최고의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중요한 개념이라고 보는데.. (좋은 식견에 감사드립니다) ^^
정확히 맞습니다. carpe diem이 영원회귀 사상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 이 말을 한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는 에피쿠로스 학파 사람이네요. 니체는 고대 스토아 학파의 영향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만, 워낙 고전문헌학에 능통했기 때문에 호라티우스는 익숙했을 겁니다(따로 조사해볼게요).
'순간'에 대해서는 니체가 무척 많은 글을 남기고 있는데, 차차 포스팅하겠습니다.
우리 마을에 철학자가 계시는군요? 그리고 철학자님이 며칠만에 50을 달성하셨다는게-우리 마을의 아름다움이라고 느껴지네요.
지혜를 사랑하시는 아름다운님! 제 찻집에 3회 무료 커피를 드실 권리를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스티밋은 너무 멋진 마을입니다. 잘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팔로하고 커피 향 많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마시고 싶을 때 마시러 가도록 할게요~
네 커피라곤 실은 운남커피 하나고요. 가끔 우리가 밥묵고 나서 숭늉을 남겨놓을 때가 있는데 단골님들은 그걸 데펴드리기도 해요. 깍두기도요.^^ 이곳은 예인들의 아지트죠.
이런 식으로 볼 수도 있겠군요.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습니다. 아주 흥미로워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앞으로의 포스팅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음.... 니체 글은 원래 어려운가보군요... 한국에 독문학이 발달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몇 번을 읽어도 뒷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영원히 회귀하거나 또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윤회를 종료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나중에 포스팅할 일이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만, 그 순간에 행하고 일어난 일은 영원히 봉인되고요.
처음 스팀잇에 들어올 때 유일한 저의 두려움은 '잊혀질' 자유를 박탈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안도합니다. '삭제'를 통해 잊혀질 자유는 없느나 '묻힘'을 통해 잊혀질 자유는 있더군요. '삭제'는 회복 불가능하나 '묻힘'은 회복 가능하죠. 기억의 지층들을 조심스레 걷어내어 '발굴'해 내기만 한다면... '블록체인의 정치'에 대한 글을 얼마간 쓰고 있고,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많은 소통 기대합니다~^^
좋은 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