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그만 죽여라(Stop Killing Animals) : 비건의 테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in #kr6 years ago

오늘 섬뜩한 기사를 하나 봤어. 채식주의자들이 정육업자들에게 테러를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야. 흥미진진한 내용이니까 기사를 함 봐봐. 채식주의자들의 공격… 정육점 부수고 치즈가게 ‘낙서 테러’

Marlow Butchers.jpg

채식주의자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고 해. 그 극단에 있는 게 동물성 식재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이야. 그림에 있는 그래피티처럼 '동물을 그만 죽여라(Stop Killing Animals)'라는 구호가 전부는 아닐지라도, 저 구호가 표현하는 바는 많다고 생각해.


저 구호는 두 층으로 나눠서 이해하는 게 좋겠어.

우선 현재의 정육업에서 벌어지는 '동물 살육'의 문제가 있어. 동물을 비위생적이고 가혹한 좁은 장소에서 집단으로 사육하는, 그야말로 단백질과 부산물을 채굴해서 돈을 버는 데 모든 걸 바치는 산업 형태에 대한 비판인 거지. 아마도 이 문제는 수요가 엄존하는 한 풀리기 쉽지 않다고 봐. 사육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이 그나마 대책일 수 있겠지. 자본주의 자체의 작동 원리도 짚어봐야 할 거야.

이 경우 문제는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정육점'에 테러를 가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야. 물론 소매상인 정육점은 소비자에게 고기가 공급되는 최종 관문이야. 여기를 막으면 유통이 끊기겠지. 근데 말야, 정육점이 문제는 아니잖아. 정육점 주인도 생업으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일 뿐이고, 다른 많은 유사한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어.

한 구절 인용해 볼게.

“반인간적인 기업에 관여하는 것은 군사 기계를 부리고 공급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에 대한 수요를 창조하는 다른 수백만 노동자들도 정도는 다르지만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경제의 다양한 부문들과 분야들은 서로 너무 의존하고 있어서, 거의 누구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반인간적 활동에 연루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싸우는 군대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농부, 자동차의 새 모델에 필요한 복잡한 기계장치를 만들어 내는 도구와 죽음의 제작자들, 자신의 생산물들이 사람들의 정신을 통제하는 데 사용되는 종이와 잉크와 텔레비전의 제조업자들 등이 그러하다.” (Paul Baran & Paul Sweezy, Monopoly Capital : An Essay on the American Economic and Social Order, Monthly Review Press, 1966: p. 344; 들뢰즈&과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원문 281쪽 재인용)

자동차는 무기가 될 수 있고, 농사짓는 사람들도 군량미 공급원이 될 수 있어.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그렇게 짜여 있기 때문에, 그렇게 홈이 파여 있고 그 홈들로만 다녀야 하기 때문에 원치 않아도 악의 협조자 또는 동업자가 되는 상황에 모두 연루되어 있어. 원치 않았는데 연루되어 있다는 점, 그렇게 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 사회가 그런 식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해. 말하자면 개인이 쉽게 거부하거나 벗어날 수 없다는 거야. 이런 걸 '구조적 문제'라고 부르곤 하지.

구조적 문제 상황에서 우리는 무력해지기 쉬워. 사실 어째야 할지 방도를 찾기가 어렵거든. 저 비건 테러 역시 그 갑갑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이해가 가. 하지만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개인(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게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봐.


저 구호가 내포하는 다른 층은 '생명'에 대한 존중일 거야. 근데 이런 입장은 또 다른 수준의 '종차별주의'라고 비판 받을 수밖에 없지. 식물의 경우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로운 동물과 해로운 동물을 나누기도 하고, 자신에게 호감이 가는 동물과 기피하는 동물을 나누기도 하잖아. 요컨대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건 불가능해. 우리는 생물을 차별하며 살 수밖에 없어. 차별의 방식이 개인마다, 집단마다, 시대마다 다를 뿐, 남의 방식에 간섭하는 건 지나치지.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은 '공동체주의'라는 걸 통해, 각각 다른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공동체의 내적 규범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이런 주장은 무척 해로워. 서로 다른 규범을 지닌 두 공동체가 충돌한다면, 결론은 전쟁밖에 없거든. 이런 점에서 샌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사상가라고 보면 돼. (한국에서는 하버드 교수라는 점 때문에 유명세를 탔지만, 이건 또 다른 사대주의.)


그래서? 한 장의 그림 속에 겉보기보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걸 얘기했을 뿐이야. 원래 이렇게 길게 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적어가다 보니 이리 됐네.


나도 얼른 아점이나 먹어야겠다. 좋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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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것에 관여된것은 타협도 실행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 개 어려울것 같아 형!!)

주의자들 정말 싫다.
광신도 같아. 걍 지들끼리 살면되지 왜 지랄들인지.

참 꼬인 인간들 하고는...

복잡 다난한 인간세계...^^

기사의 초점에 따라 그렇구나 넘어가기 쉬운데 형처럼 다른각도로 짚어주면 또 좋지 ~
다들 문제는 알지만 얽혀있는 저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못 나서지..게다가 나는 공급이 일어나게 하는 수요자라서...

이런 잔인한 육식주의자!

육식주의는 아니고 육식도 먹는 것 뿐이야^^;;;
없어서 못 먹기도 해~^^

아이러니하네요. 다른 종은 존중하면서 같은 종인 인간에게 테러라니. 종차별주의같은 동물권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듯 싶네요.

어처구니없는 행동입니다. 자기의 생각을 다른사람에게 강요하면 안되죠

극단으로흐르면 저리될수 있겠죠.
이성이있고 자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건뭐하켄크로이츠도아니고.. 어이가없네요

채식을 온순해진다고 예전에 어디서 본것 같은데..
전혀 사실 무근이군요 ㅡㅡ

정육점 주인은 무슨 죄야. 동물 죽이지 말라고 하다가 사람 잡겠어.

서로입장의 차이일텐데 저렇게 개개인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보기좋진 않네요..ㅠㅠ

깨어있는 척 생각하는 바보들이지
자기 애완동물한테도 채식 강요하는 사람도 있던데 말이야

뭐든지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헛소리로 전락한다는거~

테러를 저지른 자가 비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기사를 보면 여러 형태로 유사한 문제가 생겨나는 듯.
꼭 특정 사건만 짚어서 말하는 건 아님.

아무리 비건이라도 저런건 비건하고는 동떨어진거 같은데....

진정한 채식주의자라면 백배이해
근데 육식을 싫어해서 채식주의자인지
동물을 사랑해서 채식주의자가 된건지는…

또다른 폭력을 부른다는 점에서 비건들의 활동에 손을 들어주긴 어렵네요. 목소리를 낼거면 소상공인이 아니라 무자비한 방식의 도축이나 사육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비폭력시위 등의 평화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비건다운 행동이 아니었을지..

대부분은 인간에게 귀여운 동물만 취급하고 바퀴벌레같은건 취급 안해주는 사람들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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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페미나치나 비건들이나 자기 중심적인 건 어찌 그리 닮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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