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박영민
협연: 소프라노 서선영, 알토 이아경
합창 : 부천시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연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프로그램]
말러, 교향곡 제2번 다단조 “부활”
G. Mahler, Symphony No. 2 C minor “Auferstehung”
Ⅰ. Allegro maestoso. Mit durchaus ernstem und feierlichem Ausdruck
Ⅱ. Andante moderato. Sehr gemachlich. Nie eilen
Ⅲ. Scherzo.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Ⅳ. Urlicht - Sehr feierlich, aber schlicht
Ⅴ. Auferstehung - Im Tempo des Scherzos
지난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부천필 말러에 감동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말러 전곡을 연주했던 경험, 그런 오랜 경험의 산물이 말러를 빛나게 한다고.
특히 박영민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해석에 대한, 그리고 단원들의 안정된 연주 실력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말러 2번은 소프라노, 알토와의 협연,
그리고 대규모 합창단이 필요한 연주였기에, 더더욱 기대는 컷다.
가장 큰 이유는 말러를 처음 접했던 곡이 1번과 2번 이었기에,
말러리안이 되게 해준 곡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미언 이웃님들께 이번 공연 추천까지 했더랬다.
죄송하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화나고, 그렇다.
총체적 난국은 이런걸 말하는 걸까?
말러 2번은 총 5악장의 약 1시간 30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긴 시간 동안, 쉼없이 진행되는 곡의 흐름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행복, 위기, 좌절, 격정, 슬픔, 분노, 용서, 기도, 탄식 등 인간으로서 겪는 감정의 서사를 밀도있게 풀어낸다.
그렇다 보니, 귀에 꽂히는 멜로딕한 음악의 연주적 특성보다 감정의 효과음으로써 표현되는 순간들이 많다.
이러한 특징은 곡에 대한 난해함으로 느껴지게 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긴 곡의 집중도를 흐트러뜨리는 요소 또한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관중들에게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이 될 수 없이 연주자들에게서!!!! 벌어지고 말았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 많은 분들이 감기로 고생한다.
그리고 여지없이 환절기 공연은 기침소리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한 순간마다 아주 우렁차게 울리는 매너없는 기침이 반복되었다.
어느 곳에서나 좋은 음악을 접할 수 있게 설게된 롯데콘의 장점이 유감이 발휘된 순간이다.
저 멀리서 들리는 기침이 곡에 실려 함께 들려 버리고 말았다.
정 참을 수 없다면 안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데,
누가 들어도 거리낌없는 기침이었다. 마치 혼자 있는 방에서 방해없이 하는 그런 기침말이다.
어떻게 그렇게도 조용해지는 순간만 골라서 기침을 하는지 대단한 박자감이다.
물론 여러사람이 기침을 했지만 유독 혼자 존재감을 드러내는 독보적인 관객이 있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기침이었다.
그것도 연주에 숨을 필요하는 트럼펫 수석.
지난 말러 5번 연주에서 독보적인 연주를 보여준 수석을 칭찬했던 참이었다.
말러의 곡은 호른과 트럼펫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군대의 행진이 테마로 자주 등장하는 말러의 교향곡에서,
행진을 상징하는 트럼펫 소리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트럼펫 수석의 소리가 심상치 않음은 1악장부터 느껴졌다.
어. 어! 어? 점점 소리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지난 연주와 확연히 다른 소리에 의아해졌다.
몸의 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통증이 감정 전체를 지배하는 것처럼.
내 모든 신경이 트럼펫 주자들에게 고정되고 말았다.
음을 정확히 불어내지 못했다. 음정이 나갔고, 힘이 빠져있었다.
계속 음정을 벗어난 소리에 찌푸려진 미간이 펴지질 않았다.
그러더니 결국, 5악장에서는 조용하게 곡이 연주되는 중간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기침 후 시작하는 연주는 타이밍을 잃었고, 달리는 폐활량에 멀리서 보일 정도로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마치 트럼펫이 붉은 풍선을 부는 것처럼..
우려대로 좋지않은 몸상태로 연주를 감행한 것이었다.
문제는, 트럼펫의 중요도가 큰 곡에서 악기 한 파트가 전체 곡의 흐름을 망쳐놓은 것이다.
반복적으로 흐트러진 음이 집중을 방해했다.
심지어 오늘은 음반 실황 녹음까지 진행하는 날이었다...
사전에 예매 창구에서 친절히 오늘의 녹음을 알리고 주의를 부탁했지만..
관객마저 그리고 말이 될 수 없게도 오케스트라 단원이 큰 일을 망치고 말았다.
박영민 지휘자는 단원과 소통을 하는 건가? 의심이 들수 밖에 없다.
오케스트라 전체를 통솔하는 감독이라면 연주 당일 그의 몸상태를 알고 미리 조치를 취해야 했다.
다른 연주자로 대체 하던가, 아니면 빼고 가던가.
결국, 한 연주자 때문에 전체 곡은 돌이킬 수 없게 되버렸다.
문제는 비단, 트럼펫 주자 뿐만이 아니었다.
관악기 특히 금관악기의 연주 실력이 전체적으로 안습이었다.
극찬에 마지않았던 호른 수석도, 불안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자신없는 소리는 연습이 부족했음을 드러낸다.
이쯤되면 전체 연주자들이 준비가 안되었다는 것이다.
트럼펫 수석의 몸상태도 문제지만, 연주실력이 문제라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심지어 녹음까지 예정된 연주에서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앞으로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7월에 예매한 연주를 취소할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은 가수와 합창단만 열일한 공연이 되버리고 말았다.
현 파트와 타악 파트 그리고 목관 파트는 그나마 준비된 연주를 해냈다.
공연이 끝나고 터지는 박수 소리와 브라보 소리가 공허하게 내 가슴을 울렸다.
같은 공연에서 나만 외롭게 이질감을 느낀 것인가.
아닌데, 분명 문제가 심각한 연주였는데.
이런 괴리감이 싫다.
[지난 공연 리뷰]
(클래식 공연 리뷰) 마르쿠스 슈텐츠의 말러 5번 : 여전히 아쉬운 롯데콘서트홀, 하지만 말러로 부활한 서울시향 (180428 롯데콘서트홀)
https://steemit.com/kr/@arteo/5-180428
(클래식 공연 리뷰) 2018 교향악축제의 화려한 피날레 : 부천필 말러의 단단한 가치 (18.4.21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2018-18-4-21
(클래식 공연 리뷰) 새로운 도약을 앞둔 경기필의 현재 그리고 희망적 미래. 2018 교향악축제 (180407,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2018-180407
(클래식 공연 리뷰) 지휘자 성시연의 정체성과 서울시향과의 궁합 '환상적' @2018 교향악축제 (180406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2018-18-04-06
(클래식 공연 리뷰) 샤오치아 뤼 with 백건우, 그들의 농익은 합주. 대만국가교향악단 (180405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with-18-04-05
(클래식 공연 리뷰) 2018 교향악 축제 : 신세계로부터 멀어지다.. 대구시립교향악단 (180403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2018-180403
꼭 지켜야 할 클래식 공연 관람 에티켓
https://steemit.com/kr/@arteo/4dtdg9
(클래식 공연 리뷰) 스타콘서트 :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with Tamas Palfalvi (180330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with-tamas-palfalvi-2018-03-30
(클래식 공연 리뷰) 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의 차이코프스키 No.5 (180323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jaap-van-zweden-no-5-180323
좋은 연주로 힐링하셔야 하는데..
스트레스 받으신것 같네요.
남 앞에 서려면 준비와 연습이 필요한데...
본인들은 더 마음이 아파야 하는데..
그러겠죠?
안그러면 나빠요!!
가끔 딸아이가 공연할때면 제 마음이 조마조마...
연습이 안되면 저에게 엄청 야단 맞아요..ㅎㅎㅎ
아 따님이 연주를 하시나 보군요!
저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일중 하나가
악기 연주입니다. 취미로 오케스트라 활동하는 분들이 참 부럽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후.... 읽으면서 제가 다 화가 납니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연주자와 매너없는 관객의 조합이라니 ㅠㅠ
그 태도에 너무 화가나서요.. ㅠ 연주 실력은 둘째치고 연주하는 자세에서 화가나기는 처음이에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