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같은 비오는 날과 탱고가 그리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듭니다만, 요즘 소셜 활동이라고는 전무한 건조한 삶을 살고있는 저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 탱고인지라. 오랜만의 포스팅은 탱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 입니다.
영화와 피아졸라
제가 처음 그의 이름을 접한 것은 왕가위의 영화 <해피 투게더: 춘광사설> 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쓸쓸한 사랑영화에서 음악이란, 또 한명의 주인공과 같습니다. 신나고 번잡한 댄스바에서 나오는 밀롱가는 가본적 없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낭만적이고 유쾌한 상상의 색깔을 입히고, 남녀 둘이 함께 추는 탱고 음악은 등장인물의 고독함을 더 드러내주고, 이별의 절망에서 흘러나오는 느릿한 반도네온 소리는 관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절판 후 몇십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생겼을 정도로 명반이라 칭해지는 이 영화의 ost 에, Astor Piazzolla 라는 이름이 세 번이나 나옵니다. CD가 닳도록 듣고 또 듣다가 피아졸라라는 사람이 궁금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아마도 가장 유명한 피아졸라의 곡은 <Libertango 리베르탱고>일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한 버전이 아마도 가장 유명할 듯 싶네요. 이 곡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 여정의 최종의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알리는 곡이기도 합니다. 누에보 탱고의 시초라고 불리기도 하거든요.
클래식과 피아졸라
사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재능있는 클래식 작곡가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가 작곡한 심포니는 대회에서 큰 상을 타고, 그로인해 프랑스로 2년간 유학길에 오릅니다. 이 때 사사받은 스승이 바로 나디아 블랑제! 그녀는 당대 가장 영향력있는 클래식 음악계의 교육자였습니다. 그에게 사사받은 학생들은 조지 거슈윈, 레너드 번스타인, 아론 코플랜드 등등 이름만 들어도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느낌이죠. 그녀는 피아졸라의 곡을 '그 곡에는 네 영혼이 없다'며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했습니다. 그러다 그가 클래식과 고향의 음악인 탱고를 접목시킨 곡을 들고 오자, '바로 이게 너의 음악이다!'라며, 좀 더 발전시킬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그녀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피아졸라의 탱고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누에보 탱고(Nuevo Tango)는 "새로운 탱고"라는 뜻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여러 기법들이 전통적인 탱고와 만나서 더욱 극적이면서도 우아한 곡들이 쏟아져나왔죠. 위의 곡은 <La Muerte del Angel 천사의 죽음>이란 곡입니다. 클래식 음악 기법 중 '푸가Fuga' 형식을 차용한 곡으로, '푸가'란 쉽게 말해 '악기들의 돌림노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피아졸라가 발표했던 당시의 반도네온을 포함한 5인 밴드 구성을 더 좋아하지만, 클래식과의 케미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챔버 오케스트라 버전의 링크를 구해봤습니다.
누에보 탱고와 피아졸라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들고온 새로운 음악은, 기존의 탱고의 호칭을 '클래식 탱고'라 바꿔버렸습니다. 가히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아는 '탱고'란, 춤과 노래가 곁들여진 종합예술인데, 노래와 춤을 빼고 음악만 있으니 굉장히 낯설게 느꼈다고 합니다. 저는 반대로 피아졸라의 음악으로 탱고를 처음 접했던 사람이라, 춤은 그렇다쳐도 보컬이 있다는게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피아졸라의 앨범을 듣던 중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 뭐지 다른 곡이 섞였나?" 할 정도로 당황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꽂혀서 온갖 버전을 찾아보고 하루에도 몇번씩 듣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은 "Itinerary Of A Genius"(2002) 앨범에 수록된 여자 보컬 버전입니다. 다른 모든 그의 곡이 그렇듯, 이 곡도 많은 음악가에 의해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졌는데, 저는 이 보컬 느낌이 가장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제목은 <Ballada Para Un Loco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 입니다.
오늘 소개한 세 곡은 그의 음악 중에서도 제가 특히 좋아하는 곡들이자, 탱고/클래식/보컬 의 각각의 특징이 있으니, 하나쯤 취향에 맞는 곡을 발견한다면 참 기쁠것 같습니다. ^^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에 관한 이야기 등 할 이야기는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아 참, 글의 제목은 지난 3월 11일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끼워맞췄)붙였습니다. 그 날에는 동명의 콘서트도 있었는데, 공연도 참 좋았었지요! 그럼, 다음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D
Beautiful . Upvote and followed . Stay blessed dear.
Yes, indeed, his music is so beautiful! Thanks (:
블루어리님 다채롭고 맛깔나는 나날을 보내고 계셨군요!
오늘같은 날에 정말 어울리는 곡이었어요!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
제목 쥑이네요.^^
제목도 쥑이고 노래도 쥑이고 목소리도 쥑입니다. ^^
이 노래를 자꾸 듣다보면 어딘가 떠나고 싶어져요.
피아졸라...모르는 분이었지만
클래식도 좋네요..오늘 같은 날
마지막 곡은 한명의 보컬인데..뮤지컬을 한편 본듯한 느낌입니다. 잘 봤습니다.^^
저도 가끔 좋은 음악 좀 들으려 팔로해 둡니다. ^^
그의 곡 대부분이 극적이고 울컥한 느낌이라 좋아합니다. ^^
raah님 코멘트 보고 들어보니 정말 뮤지컬같네요! 참 드라마틱해요
와... 마지막 동영상 목소리 엄청 매력적이네요!
스페인어인데 남미 쪽이라 그런지 억양이 조금 특이하네요 ㅎㅎ
허스키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매력적이예요!
그러게요 그 이국적인 느낌이 좋아요. (아? 스페인도 이국적인데?! 더 이국적인... 으로... ㅎㅎ)
으히히히 밀롱가 라는 단어 오랜만에 들어봐요 ㅋㅋㅋ
아니 이런 고퀄의
저를 위한포스팅을 해주시다니요! ㅎㅎㅎ 땅고에 처음부터 보컬이 들어간 것은 아니고 까를로스 가르델이라는 가수가 땅고에 가사를 입혀서 불렀기 때문인데 그도 가히 역사적인 인물이지요! ......Ballada Para Un Loco 듣고 있으니 부에노스 생각이 너무 납니다 ㅠㅠ 리스팀해가요.ㅎㅎ 스프링님 생각 진짜로 많이 났었답니다! 저는 상상만 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다 오셨으니 노래 들을때 감흥이 다를거같아요 ㅠㅠ 지금도 그 앨범 듣고 있는데 언젠가 함 가보고 싶어요. 이번 S9 광고 배경이 너무 멋져서 찾아보니 그것도 아르헨티나더만요. 가 가야해...!
까를로스 가르델이 비행기 사고 나서 죽은 슈퍼스타죠? 피아졸라 인생의 초반에 극적 서사를 준 인물... ㄷㄷ
오옷 맞아요! 비행기 사고!! 이유님 모르시는 것은 대체 무엇 ㄷㄷㄷㄷ 아르헨티나 저 있을 때 오셔야 하는데 ;ㅁ; 저 지금 얼른 다시 가서 이유님 기다리면서 고기 굽고 있을까봐요 ㅋㅋㅋ
큭 그러게요!! 우리는 왜이리 늦게 만난 것인가~~ 제가 아르헨티나 여행가는 날은, 스프링님이 아르헨티나에 계실때가 될것입니다! (일단 지름)
아 근데 현지 발음으로 piazzolla 는 삐아쏘야 정도 되나요? 스페인어 배울때 ll 이 y 발음이라고 배웠는데, 모두가 피아졸라라고 해서 궁금해요 @_@
이유님 어디가셨나? 하고 놀러왔더니 대대대댓글이 떠억! 우리 아르헨티나에서 만나면 밋업후기 진짜 트렌딩 가야하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김칫국..) 피아졸라는 이탈리아 이름이라고 피아쏠라라고 발음하더라고요. 그런데 알헨티나에선 ll 발음이 sh 랍니다! 그리고 일반 중남미에선 ll 가 j 에 가깝고요 >ㅁ<
엇 저도 저 앨범에서 저 노래가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balada가 영어식으로 오타가 있네요. Balada para mi muerte(나의 죽음을 위한 발라드)도 비슷하게 인기 많은 곡이구요. 잊고 있다가 진짜 오랜만에 듣네요!
오오 취향이 비슷한가봐요!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죠. 낯설다가 중독되는... 추천해주신곡도 찾아볼게요! 제목부터 느낌폭발 ㅎㄷㄷ ballada는 앨범기준 맞는 스펠입니다~
네 :) 십중팔구는 balada로 표기하던데 그 앨범에는 그렇게 썼나 보네요. 추천드린 곡은 조금 더 격한데 두 곡이 동전 앞뒤 면 같아요!
오홋 지금 듣고 있는데 좋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0@
이탈리아 가수 Mina가 부른걸로 처음 들었는데 그 가수의 Canzoni Stonate도 추천해볼게요. 곡 자체는 아실 수도 있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종종 뵈어요!
한 때 아르헨티나에서 피아졸라의 곡은 진정한 탱고가 아니라며 굉장히 무시했다고도 합니다. 리베르플라테 경기 관련하여 음악 지휘를 하다가 멱살 잡혀 끌려내려온 적도 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뉴욕에서 어린 시절 보내면서 음악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텃세에 당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한동안은 클래식만 작곡하고 지휘했을 정도로 탱고랑 담을 쌓았다고 하네요.
저는 Europian Jazz Trio 가 연주하는 리베르 탱고도 좋더라고요. ^^
아르헨티나 사람들 화끈하네요 끌어내다니...! ㄷㄷ 멘탈 스크래치에 정떨어질만 ㅠㅠ; 누에보 탱고 이전에 클래식에 몰두한 기간이 왤케 긴가 했더니, 그 전에도 반응이 그랬나보군요 꾸에.
아 저도 그 버전 좋아합니다! Machellin님 덕에 플레이리스트에 한곡 추가합니다 ^^ 첼로만으로 구성된 버전도 좋아요! 추천드림돠 :D
라틴음악에 거리감이 있었는데 글을 읽고 많이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플랑크톤의 미력한 봇댓팔리 4종세트 날립니다~^^
하하 봇댓팔리가 뭘까 25초 정도 고민했습니다! 신조어를 1 습득하고 1 젊어지는 기분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저만 쓰는 말이니까 신조어까지는 아직 아닙니다. 잠시나마 고민거리를 드려서 죄송해요...^^;;
저녁에는 피아졸라와 위스키 향이 나는 보이차로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덕분에 재즈에 관한 안계를 넓혔습니다.
눈과 귀와 마음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특히 재즈의 멋을 새롭게 느꼈습니다!
누에보 탱고(Nuevo Tango)의 위력입니다!
스페인어의 매력적인 아름다움과 정열도 가져가렵니다.
땡큐 앤 굿 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