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e designing] 그저 그런 비전문가들의 민주주의

in #kr7 years ago (edited)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왜 사는가' 였다면, 디자인 업무를 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은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였다.

내 경험상 질문은 심플함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된다. ‘1+1=2’ 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왜 그것이 2인지는 누구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 처럼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심플하지만 그리 만만한 질문이 아니다. 나도 아직은 이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중이기에 글을 쓰는게 조금은 조심스럽다.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앨프리드 화이트헤드가 출판한 ‘수학 원리’라는 책에는 기호를 동원해 ‘1+1=2’를 증명했다. 그는 기본 논리와 집합론, 자연수 등 최소한의 원리만을 가지고 완벽하게 구성한 다음 1+1=2인 이유를 설명했다. 심지어 수학계에서는 ‘수학 원리’를 다 읽은 사람이 ‘공동저자 두 명과 쿠르드 괴델(불완전성 정리로 유명) 세 명 뿐’이라는 전설까지 전해지고 있어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고 한다. 나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시간이 나면…...한번 읽어보려 하는데….그냥 다른 글이나 쓰련다.


사실 앞서 글들에서도 그 늬앙스를 전달하고자 조금은 노력했던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결국 product(제품)이라는 제 3의 언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모든 행위와 그를 포함한 과정 전체를 일컫는다. 이 행위는 아이디어로 출발하여 컨셉정의, 기술구현, 외관, UX, 재질, 마감, 패키지,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직전인 배송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들과 이를 위한 치열했던 고민들은 결국 최종 완성품인 product 이라는 하나의 결과물만을 남긴채 그 이면으로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좋은 디자인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이런 치열한 고민의 과정들을 그것들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습득해야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개발의 모든 파트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파트별 고민의 내용 정도는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디자인에 있어 파트의 구분은 무의미 하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받기 전까지 우리가 해야하는 모든일이 바로 디자인이다.

<출처 : THE VERGE>


흔히들 디자인이라 말하면 외부로 보여지는 모습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 실무에서도 기술은 자기쪽 파트가 아니라는 듯이 선을 긋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가치관에서는 그런 행위가 자연스럽지 않다. 좀 더 강하게 이야기 하자면 그들은 내 기준으로는 게으른(적어도 일에 있어서 만큼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게으른 사람들과 하는 그저 그런 회의를 정말 싫어한다.(그들을 폄하하는 의도는 없다. 다만 회의 자체에 대한 판단일 뿐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은 책임에 있어서는 자기의 선 뒤로 물러서고, 결정에 있어서는 선 앞으로 한발자국 나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술에 비 전문가라던 디자이너는 액정이 더 커야된다고 이야기 하고, 디자인에 문외한 이라던 개발자는 로고가 너무 작다고 한다. 흔히 이런식의 회의는 결국 ‘비 전문가들의 다수결'로 마무리되어진다.

미안하지만 돌려 이야기 하지 않겠다. 이것은 미친짓이다.


그저 그런 회의 끝에

그저 그런 제품을 만들고

그저 그렇게 팔다 보면

그저 그런 사람들만 제품을 산다.


그러면 결국

그저 그런 회사가 되고

그저 그런 직원들 연봉에

그저 그런 우리의 미래만 남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저 그런 비전문가들의 민주주의는


그저 그렇게 막을 내리겠지.


그저 그렇게 사라져 가는 회사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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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제 실무에서도 기술은 자기쪽 파트가 아니라는 듯이 선을 긋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듯한 대화 하지만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디자이너들만 사용하는 언어, 문체와 대화로 다른사람들이 의견을 가지고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제가 느끼기에는 디자이너는 생략에 익숙하고, 엔지니어들은 덧붙여 설명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디자인은 분업이 아닌 협업이라 생각하는데요, 제품의 복잡도가 올라가고 그저 그런 제품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이제는 공학과 디자인의 총괄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것 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해요~ ^^;

그저 그런... 무엇이란....그저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저 그렇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

전 인테리어디자인을 하면서 누군가의 공간이 편안해지고 보기좋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내거라 착각도 하더라구요^^
비전문가들의 회의... 가슴에 와 닿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인이 전문가가 되는게 최우선 인듯 해요. 그러면 저런 일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죠. 그나저나 저도 빨리 이사해서 인테리어 하고 싶네요. 언제쯤 여기서 탈출할런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