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매년 계속되어 온 바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폭우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적도 있었죠. 몇 년 전에는 구의원들이 터키 해외연수 중에 호텔 방이 좁다며 서로 싸우는 추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해외연수는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낳는 대표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해외연수가 정말로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해외연수는 장려되어야 할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지방의회에서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제정하고, 해외연수에 대한 사전 심사와 결과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제출된 보고서는 보통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구요.
실제로 일부 지방의원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해외연수 보고서를 단행본으로 출판하거나, 지역 신문을 통해 연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외연수의 성과를 주민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는 의원 개인이 작성하기 보다는 의회 사무국에서 일괄적으로 작성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형식적인 보고서로는 의원들이 해외연수에서 뭘 경험하고 왔는지 주민들이 알기 어렵겠죠.
더 심각한 문제는 그나마 제출한 보고서 중에서도 표절과 인용투성이의 '짜깁기' 보고서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전국의 민선 6기 기초의회 임기(2014년 7월 ~ 2018년 6월) 중 의원들의 교육과 연수 현황에 대해 분석하던 도중 이런 '짜깁기' 보고서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이미 여러 경로로 언론을 탄 경우를 제외하고, 새롭게 찾은 사례를 공개하려 합니다.
경북 청도군의회와 경북 군위군의회 군의원들은 각각 2017년 3월, 2018년 1월에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보고서를 살펴볼까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뭐가 다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숨은 그림 찾기' 보고서입니다. 연수 기간, 연수 대상만 다를 뿐, 연수 목적부터 한자 한자 그대로 베껴왔습니다. 보고서 초반부터 표절이니, 뒷 부분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청도군의회도, 군위군 의회도 첫 방문은 인도 아그라시의 의회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의회 방문 목적부터 주요 내용까지 모두 동일합니다. 2017년 보고서에 "지난 2월부터 3월 8일까지" 열렸던 지방선거를 소개했는데, 2018년 보고서에서 "작년 2월 4일부터 3월 8일까지"로 바꿔놓은 것이 유일한 차이점입니다.
심지어 인도에 다녀와서 의정연수의 성과를 보고하는 '정책시사점 및 총평' 란 역시 똑같이 표절했습니다. 이 정도면 자기 생각을 담아 보고서를 적은 부분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표절은 군위군의회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충북 영동군의회 역시 2017년 6월에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3개월 전에 인도에 다녀온 청도군의회의 보고서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연수의 성과를 주민들과 나누고, 성과를 바탕으로 의정을 펼치기 위한 공식적인 문서입니다. 그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듯,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들은 표절로 얼룩져 있습니다.
문제는 표절 만이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청도군의회, 군위군의회, 영동군의회 모두 해외연수 도중 아그라시의회를 방문했습니다. 왜 아그라시였을까요? 아그라시가 인도의 다른 지역보다 지방의회 운영이 잘 되는 도시일까요? 그런 것 치고는 보고서에 아그라시의회만의 특별한 무언가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아그라시에 방문한 지방의회들은 단지 세 곳에 그치지 않습니다. 민선 6기 임기 중 아그라시에 방문한 지방의회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안양시의회, 통영시의회, 세종시의회 등이 아그라시에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지방의회에서 아그라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인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타지마할과 아그라 요새가 아그라시에 있기 때문이죠.
아그라시를 사랑한 지방의회들의 해외연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지방의회의 해외연수는 배울 점을 찾아 외국 도시에 방문한다기 보다는, 관광 일정에 맞춰서 면피용 방문지를 선택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보고서 표절 문제를 넘어서, 해외연수에 대한 지방의원들의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매번 문제가 터지지만 변하는건 없습니다. 사전 심사를 하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지방의원이며 공무원이며 꼭 자기지역 벗어나는 것도 모자라 해외까지 나가서 연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그 질문에 대해서 공무원이나 지방의원들이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연수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ㅠㅠ 그래도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출장 보고서 제출이 엄격한 편이고 연수 주제도 분명하게 나타나는 편이라 좀 문제가 덜하긴 합니다. 공무원들의 해외출장 및 연수 보고서가 궁금하시면 한번 여길 확인해보셔요~
https://btis.mpm.go.kr/cmm/main/mainPage.do
어휴...답답합니다 정말...ㅠㅠ
사실 이 문제는 동네 주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문제 제기해도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연수 사전심사 과정에서, 사전 심사위원들이 꼭 하는 이야기가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여론이거든요.
서대문구 주민 강석미님의 사례가 있습니다 ㅎㅎ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805120600025&code=940100
@cfoi 님 안녕하세요 ㅎㅎ
스팀잇 계정만 있으면 에어드랍 해주는 바이트볼 받으셨나요 ^^?
https://steemit.com/kr/@ganzi/3upsb7
위 링크에 쉽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
의회사무국 공무원들이 지방의회 의원들과 결탁해 공무원 인사를 전횡한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지요?
음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 따로 조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ㅠㅠ 일단 200여개가 넘는 기초자치단체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만 지방 공무원 인사는 기본적으로 구청장 권한이고, 채용과 승진 등을 심사하는 인사위원회 구성에서 지방의원은 제외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의회사무국 공무원 인사에 관련해서는 지방의회 의장이나 부의장의 추천 권한을 명시한 기초자치단체들도 있어서 의회사무국 인사에 관해서는 지방의원들의 힘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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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적으로 다녀온 것도 별론데 표절이라뇨. 정말 가지가지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