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 나

in #kr7 years ago (edited)

예전에 수영강습을 열심히 다닌 적이 있다.
수영을 못 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존수영같은 건 익혀둬야 할 거 같아 수영을 배우기로 했었다.

물론 처음은 쉽지 않았다.
물에 얼굴을 집어넣고 호흡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배운 결과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모든 단계를 마스터했다.
다이빙 비슷한 것도 배웠고 잠영까지 배웠다.
그러다 수영장 레일을 왕복할 때 선수들처럼 몸을 구부려 한바퀴 돌고 발로 벽을 차면서 턴하는 과정에서 멈추게 됐다.

정확히 얼마간 배웠는지는 따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꽤 오래 다녔고
비록 수영선수처럼 빠르게 속도를 내지는 못했어도 나름대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난 운동신경이 굉장히 안 좋은 편이다.
학교 다닐 때에도 체육시간을 상당히 싫어했었고 실제로 체육점수는 항상 좋지 못했다.

그래서 늘 운동에 대해 거부감 비슷한 걸 가지고 있었는데
수영을 배우고 어느 정도 익히고 나서는 그래도 물에 빠지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수영강습을 그만둔 초기만 해도 이따금씩 수영장에 가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언젠가부터 수영장은 자연스럽게 가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늘 난 수영을 곧잘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건 외국에 놀러갔을 때였다.

원래 여행을 가서 수영장이 있더라도 막상 돌아다니느라 수영을 할 일은 딱히 없다.
그런데 그날따라 갑자기 수영을 해볼까 마음을 먹었던 거 같다.
수영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터였으니까.

그런데 난 그 날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수영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게 아니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배웠는데, 접영까지 마스터했단 말야.
마음 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오가는데 몸놀림은 따라가주질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 배영은 가능해서 결국 배영만 하다 나왔다.

무언가를 잘 한다고 자신의 능력을 믿었던 사람이 갑자기 못하게 될 때의 좌절감이란.
비교의 대상이 지나칠지는 모르겠으나 베토벤이 청력을 잃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면 피아노를 잘 치던 사람이 갑자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쩌다 보니 그 후로도 아직 수영장은 가보지 않아서 나의 수영실력이 정녕 어떻게 된 건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수영, 자전거, 운전같은 건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들어왔다.

자전거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못 타게 해 배울 기회를 놓쳤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 누군가 내가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에 너무 놀라는 바람에 배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타본 적이 한번도 없으니 과연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파트 앞에서 열심히 피나는 연습을 한 결과 마트까지 한번 비틀거리면서 갔다온 게 자전거를 타고 한 외출의 전부라 이건 더욱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운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하고 있으니 예외다.

어쩌다 내가 수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는데 본인이 못한다는데 그럴 리가 없다니 참 답답하다.

그동안 내가 수영장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 열정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생각이 난 김에 조만간 수영장에 한번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이러다 물에 빠져도 살아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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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한 때 볼링장에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이젠 공 한 번 잡기 힘드네요.

ㅎㅎㅎ볼링도 돈이 쏠쏠히 나가죠.ㅋ
볼링도 설마 잊어버리는 건 아니겠죠.ㅠㅠ

저두 수영은 접영까지 다 배웠지만 지금 제대로 하는건 평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몸도 그 느낌을 잊어가는 것 같아요. 망각 같이 말이에요.

아 그렇군요. 동지를 만난 것 같아 정말 기쁘네요.
전 평영은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말 그대로 개구리헤엄만 되더라구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아닙니다. 노력하면 다시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처음 배울 때보다는 빨리요! ^^

네..역시 다시 노력을...ㅎ
처음 배울 때보다야 물론 빠르겠죠.^^
감사합니다.

저도 수영은 3년정도 했는데요
사고이후로 1년정도 수영을 못해서 조만간 수영장 다시 다니려고 합니다

포스팅보니
다시 기초반에 들어가야하나
고민되는 밤입니다

홧팅입니다~!!

무슨 사고가 있으셨나 봅니다. 그래도 늘 운동을 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요.
항상 몸조심하시고 운동 화이팅하세요.^^

아~기초반이라니...정말 현실은 가혹하네요.ㅋ

사용하지 않으면 몸은 잊기 마련인가 봅니다. 머리만 기억하고 있는것이죠... 기억 만큼의 실력은 나오지 않더라도 배우지 않았던 시절같지는 않으실 거예요~ 되긴 되는데 답답해서 그렇지요.. 어릴때 피아노를 매일같이 십년 넘게 쳤기에 기억은 하나 가끔 쳐보면 손가락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는게 확 느껴집니다^^

다시 해보면 되려나 모르겠네요. 어찌나 놀랐는지 말이죠.ㅎ
라이드팀님 피아노를 오래 치셨네요. 전 연주 잘 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아 전 오늘도 빡세게 수영하고 집에와 폭식했죠 수영하면 배가 너무 고파요 ㅋㅋㅋ

저도 수영 배울 때 늘 수영 끝나면 구내식당에서 먹었어요.
수영 끝내고 나오면 정말 배가 고프죠.ㅋㅋ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많은가봐요.

몸으로 익힌 것도 사용하지 않으면 잊혀지기도 하나 봅니다. 어릴 때 자전거를 배웠다가 잊어서 대학 때 힘들게 다시 배운 기억이 나네요. 수영도 배우고 나서 안해본지 몇해가 지났는데 안 잊혀졌을런지 걱정이네요.

자전거도 잊어버릴 수가 있나 보네요. 그럼 전 완전히 자전거는 다시 해야 할 듯...ㅠㅠ
수영을 몇해 동안 안 해보셨다 하더라도 개인차가 있을 거에요. 저같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ㅎ

잊어 버리긴 했는데 다시 배우는게 아예 처음 배우는 거보다는 빠른 거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잊긴 했되 완전히 삭제된 것은 아닌 거 같아요. ^^

아무래도 그런 건 있겠죠.ㅎ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감사합니다.^^ 재돌님도 화이팅하세요!

저는 얼마전에 구명조끼 입고 처음으로 누워봤네요. 붕~ 뜨는 느낌 좋더라고욥^^;;

그런가요?ㅎㅎ 전 구명조끼 입고 누워본 적은 없어서..붕 뜨는 느낌이 궁금하네요.^^

헛된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곰방 돌아오실거에요!!!!

글쎄요..그게 잘 모르겠네요..그랬으면 좋겠지만..ㅎ

저도 수영배웟엇는데 ㅋㅋ 막상바다에서 하려보니 안되더라구요 ㅋㅋ 파도와 심리적차이때매그런가 ㅎㅎㅎ

바다 수영은 더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전 바다도 아니고 수영장이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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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잘 하던것도 어느날 머리가 하얘지면서 안될때가 있어요
한번더 해보면 잘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다시 해봐서 잘 할 수 있으면 저도 정말 좋겠어요.ㅎㅎ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갑자기 안되는.. 정말 당황하셨겠습니다.... 저도 당구...크흠.... 지금하면 안될듯하네여 ㅋㅋ

당황스러웠어요.ㅠㅠ
당구는 글쎄요..전 포켓볼만 쳐봤지만 얼마 전에 정말 몇 년 만에 쳐봤는데 거의 안 잊어버리고 되더라구요.^^

전 이제는 자세와는 상관없이 물에 뜨는것만도
감사하게 되었네요ㅋㅋ

ㅎㅎㅎ하긴 물에 뜨는 것만도 어딘가 싶네요.^^

힘내세요 ㅠ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음... 운전도 잊게 되더라구요.ㅎㅎㅎㅎㅎ
자전거도 국민학교 때 타다가 대학때 다시 탔는데 처음에 당황했습니다. 다시 좀 익숙해 지긴 했지만.ㅋ
말만 그렇지 안하게 되면 결국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운전도 잊게 되다니..정말 놀랍네요.
몸으로 하는게 뭐든지 안 하다 보면 그런가 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