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1): 기억, 수업 (https://steemit.com/kr-newbie/@cyanosis/1)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2): 소설, 음식 그리고 담배 (https://steemit.com/kr/@cyanosis/2)
1. 반복과 늙음
그 해, 즉 2008년에 나는 교수님 방에 거의 매주 놀러갔고, 집에도 두번 찾아갔었다(이 부분은 후술). 그러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었는데, 교수님이 하는 대부분의 말은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다가도 결국 한 가지 주제로 흘러갔다. 자신의 소설을 처벌한 사회에 대한 불만, '어려운 척 하는'소설을 쓰는 작가들에 대한 비난과 자신의 문학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다시 그 문학을 처벌한 사회에 대한 불만. 자꾸 듣다 보니 거의 외울 수 있었다. 나를 매주 보면서도 지치지도 않는지 늘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다. 마교수님은 90년대 초반, '즐거운 사라'를 쓰고 처벌받았던 그 시점에 머물러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솔직해지고 야해진, 변화된 사회를 신기해하긴 했지만 그뿐, 그의 생각과 문제의식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20대 이른 나이에 성공했고, 그 성공 이후 세상을 자신의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살았고, 하지만 (최소한 본인의 관점에서) 부당한 이유로 사회의 벽에 부딛혔는데, 그 뒤 그 벽이 약해지고 낮아진 뒤에도, 어쩌면 거의 없어진 뒤에도 그는 그 자리에서 계속 벽 앞에 멈추어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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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수님은 그 해 아직 예순 살도 되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늙어 보였다. 하얕게 센, 숱도 적은 머리를 하고 힘 빠진 표정으로 약간은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걸음을 보면, 적어도 10년 이상 더 늙어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교수는 불과 두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교수님보다 열 살 많은 점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외모 뿐이 아니다. 마교수님은 그 해 이미 모든 의욕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아쉬움은 많지만 진지한 욕망은 없어 보였다. 남은 것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대한 회한과 추억, 아쉬움 뿐이었다. 젊은 천재였던 마교수님은 50대 중반에 이미 과거에 살고 있는 괴팍한 노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그렇게 나는 마교수가 왜 나를 기억하지 못했는지, 자신을 유혹하고 싶어한다는 30살 연하의 여제자에게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괴팍함에 어떤 사람은 상처를 입었고, 어떤 사람은 답답함을 느꼈다. 이미 노인이 되어 버린 천재를 존중하려던 사람들도 괴팍함에 치어 그의 적이 되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세상이 적대적인 모습을 보일 수록 그는 더욱 자신 안으로 들어갔고, 더 괴팍해졌다.
가끔 마교수님을 생각할 때 의문이 든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너무 이른 성공, 세상의 환호, 세상에 대한 도발, '후진'세상으로부터의 응징? 잘 모르겠다. 누구의 책임인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러나 이미 노인이 된 그의 괴팍한 외침 속에서, 나는 누군가에게도 진정으로 공격적일 수 없는 그를 보았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소망했고, 자신의 외로움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그 점은 마교수님의 집에 갔을 때 좀 더 분명해졌다. (계속)
덧. 가수 산다라박의 사자 머리
로스쿨 시험기간에, 공부가 하기 싫어 마교수님의 시 '가수 산다라박의 사자 머리'에 민중가요스러운 3코드를 붙여 노래로 뚝딱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다.이게 시냐, 시가 뭐 이러냐 하는 생각이 들 테지만, 그것이 마교수님이 의도한 지점이라는 것을 생각해 두도록 하자. (이게 노래냐, 노래가 뭐 이러냐 하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내 의도는 아닌데... 죄송합니다...)
가수 산다라 박의 사자 머리
- 마광수
머리를 묶어 위로 올리거나
짧게 커트했을 때는
그저 그런 아주 못생기지는 않은
평범한 외모의 여자로 보였는데.허리까지 내려오게
머리를 길게 기르고
게다가 머리카락들을 부풀려
수사자 머리처럼 볼륨을 주니까
무지막지하게 섹시해 보이네.역시 인공미(人工美)의 승리
진짜 머리면 어떻고
가발이면 어때
너, 꼭 명심해 둬. 자연미인의 시대는 이미 갔다는 걸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짱짱맨 태그를 사용해주시네요^^
행복한 스티밋 ! 즐거운 스티밋! 화이팅~~
헤헤 감사합니다 바이러스님!
제가 아는 어느 교수님도 너무 많은 걸 공부하셨는지 느끼셨는지,
빨리 조로하시더라구요. 수업 중에도 힘이 없어 목소리도 못 내시더니
몇 년 후에 돌아가신 기억이 나네요.
인상적이고 독창적인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마광수 교수님 시리즈 글 너무 찡하면서도 먹먹해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아짜니님 :)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뭐라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 쩝 그렇습니다. 천재의 운명이 참..
감사합니다 멀린님 :) 마광수 4편 올렸습니다!!
잘 부르시요^^